대법원 제12015.10.29. 선고 201324860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고, 상고인 / A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3.10.31. 선고 20131386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 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업무상 질병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4.13. 선고 20113001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 원고는 2008.1.1.부터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2011.3.11.경까지 한국농어촌공사 B지사의 농지은행팀장(2)으로 근무하면서 농지은행팀의 총무, 재무, 농지사업 파트를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2011.3.경에는 주로 농지은행사업, 소송업무, 청사 신축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다.

농지은행팀은 농번기가 시작되는 4월 이전에 농민들을 대상으로 농지연금사업, 경영회생 지원사업, 농지 장기임대차사업 등을 유치해야 하는 업무의 시기적 특성을 가진 부서로서 팀원은 총 13명이었다.

. 원고의 주소지는 경기 시흥시 C인데, 원고는 2008.1.1. B지사로 발령이 나면서 가족과 떨어져 회사가 제공한 숙소인 D 소재 아파트에 거주하게 되었고, 2011년경부터는 위 숙소에서 지역개발팀장인 E, F과 함께 생활하였다.

. 원고는 경영회생 지원사업 및 농지은행사업의 홍보, 연체자에 대한 채무변제독려 등을 위하여 담당직원과 함께 당일출장(40km 이내) 또는 관외 출장(40km 초과)을 나가 관내 유관기관 및 영농현장 등을 방문하였는데, 2011.1.1.부터 2011.3.9.까지 68일 동안의 출장 횟수는 총 30(1 12, 214, 34)였다.

. B지사는 2010년 농어촌공사 전남본부 소속 18개 지사 중 농지은행사업 추진실적이 16위였고, 2011년도 농지은행사업목표 대비 달성률이 2011.3.10. 기준으로 19.6%에 불과하였다.

한편 원고는 관내 농민의 농지구입자금 횡령 혐의와 관련하여 2010년경 소속 직원에 대한 경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기도 하였는데, 위 수사는 2011.2.경 원고의 근무지사 직원이 무혐의처분을 받음으로써 마무리되었다.

. 한국농어촌공사는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고, 규정된 근무시간은 09:00~18:00이며, B지사의 보안경비시스템은 개인별 출입내역 확인이 불가능하여 원고가 근무시간 이외에 별도로 초과근무나 휴일근무를 하였다는 객관적인 증빙자료는 없다.

그러나 원고와 함께 생활하였던 EF, 농지은행팀 재무파트장(과장)G은 원고가 07:30경 출근하였고, 2011년 초부터는 출장을 간 날은 거의 저녁 10시에 숙소에 들어왔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제출하였고, 지사장인 H도 원고의 통상근로시간이 07:30부터 19:30이었다는 내용의 사업주 확인서를 제출하였으며, 농지은행팀 과장인 I은 제1심법정에서 2011년 들어 8회 원고의 출장에 동행하였는데, 매번 J에는 21:00 내지 21:30 정도가 되어서야 돌아왔다고 증언하였다.

한편 원고의 당일출장 내역(갑 제17호증의1)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11.1.5.부터 2011.3.8.까지 23회 당일출장을 갔는데, 거기에 기재된 출장 종료시각은 20:00인 경우와 20:30인 경우가 각 2, 21:00인 경우가 10, 21:30인 경우가 8, 22:00인 경우가 1회였다.

그리고 B지사는 2010.11. 농지은행 부진사업 만회대책의 일환으로 목표달성시까지 비상근무 체제(휴일 특별근무실시, 평일 특별근무실시 등)를 유지하는 등의 계획을 추진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휴일에도 농민들을 만나는 등 업무를 수행하였다.

. 한편 원고는 평소 화를 잘 내지 않았는데, 농어촌공사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있던 농민들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2011년 들어 급격히 증가하였고, 특히 2011.3.8.3.9. 이틀간 5건이 해지되자, 2011.3.9. 16:00경 농지사업파트 담당자인 과장을 불러 도대체 임대차계약 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계약해지가 이렇게 증가하냐며 화를 냈다. 이에 그 과장이 요즘 경영회생지원 업무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휴일에도 근무하는데 계약해지 좀 생긴다고 너무 그러지 마세요.”라며 말대꾸를 하자, 감정이 격해진 원고가 흥분하여 그 과장에게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원고는 그 다음 날인 2011.3.10. 정상 출근하였으나 감기 증상과 함께 오른손의 힘이 빠지는 등 무기력한 증상이 있어 병가를 내고 K병원 신경외과에서 외래 진료를 받은 후 숙소에 들어갔다가, 2011.3.11. 06:50E에 의해 숙소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되어 119 구조대를 통하여 병원으로 이송되어 이 사건 상병인 뇌경색의 진단을 받았다.

. 원고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으로 2003.10.9. 한림대 성심병원에서 본태성(원발성)고혈압 진단을 받았으나 그 후 별다른 치료를 받지는 않았고, 2007.12.22. L의원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은 이래 M내과의원 등에서 지속적으로 당뇨치료를 받았는데, M내과의원 담당의사에 의하면 원고는 2009.12.11.부터 위 병원에서 경구용 혈당 강하제로 당뇨병을 치료하였고, 혈당조절은 지속적으로 양호하였다는 것이다.

건강진단결과에 의하면 2008.9.29. 측정한 원고의 혈압은 133/86mmHg, 공복시 혈당은 146mg/dl, 총콜레스테롤은 176mg/dl이었고, 2009.9.14. 측정한 혈압은 120/90mmHg, 공복시 혈당은 284mg/dl, 총콜레스테롤은 253mg/dl이었으며, 2010.10.29. 측정한 혈압은 133/90mmHg, 공복시 혈당은 172mg/dl, 총콜레스테롤은 209mg/dl이었다(혈압의 경우 120미만/80미만이면 정상A로 건강양호 상태를, 120-139/80-89이면 정상요로 경계, 즉 건강에 이상 없으나 자기관리 및 예방조치가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1주 근무시간이 46~60시간 이상 되는 경우 뇌심혈관질환의 발병률이 의미 있게 높아진다는 것이고, 경희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과로와 스트레스는 뇌경색 발병과 악화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3. 이러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생 당시 만 51세의 나이로서 2008.1.1. B지사로 발령이 난 이래 3년이 넘도록 시흥시에 거주하는 가족과 헤어져 회사가 제공한 D 소재 숙소에서 생활하며 주말에야 종종 주거지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던 점, 빈번한 출장은 그 거리의 장단을 불문하고 상당한 피로를 수반하는 업무라고 할 것인데, 원고는 2011.1.부터 이 사건 상병 발생 전까지 휴무일을 포함하여도 거의 이틀에 한 번 정도의 빈도로 출장을 다녔을 뿐만 아니라 출장을 나간 경우에는 대부분 21:00가 넘어서야 숙소로 복귀한 것으로 보이고, 출장의 목적도 채무변제독촉이나 부진한 사업의 홍보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었던 점, 원고는 평소에도 07:30경 출근 하여 19:30경 퇴근하는 등 규정된 근무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2010.11. 이후부터는 B지사 차원의 농지은행 부진사업 만회대책의 일환으로 휴일 특별근무가 실시되어 휴일에도 농민들을 만나는 등 업무를 수행한 점, 농민들을 대상으로 여러 사업을 유치해야 하는 원고 업무의 시기적 특성상 농번기가 시작되는 4월 이전이 바쁠 수밖에 없으므로, 이 사건 상병 발생 전 수개월 간의 업무가 연중 다른 기간에 비해 많아 원고의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가중시켰을 가능성이 있는 점, 도내 최하위권 수준인 농지은행사업의 추진실적 부진과 관내 농민의 농지구입자금 횡령 혐의와 관련하여 2011.2.경까지 진행된 소속 직원에 대한 수사로 인한 수사기관 출석 등도 농지은행팀장인 원고에게 상당한 정신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 고, 원고가 무기력한 증상 등으로 병가를 내기 전날인 2011.3.9. 있었던 부하직원과의 이례적인 언쟁도 원고에게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었을 여지가 있는 점, 원고는 고혈압과 당뇨병의 기존질병을 가지고 있었으나, 원고의 혈압이 정상범위를 크게 벗어나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당뇨병의 경우 원고가 2009.12. 이후부터 치료를 받아 지속적으로 양호하게 혈당조절을 하였다는 것이며, 원고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2010년 이후에는 술을 많이 마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며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오던 중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할 즈음 빈번한 출장과 초과근무, 시기적으로 집중된 업무 등 그 건강과 신체조건에 비하여 과중한 업무로 과로하거나 실적 부진과 부하직원과의 이례적 언쟁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고, 한편 과로와 스트레스는 뇌경색의 발병과 악화의 원인이라는 것이 의학적 소견이므로, 결국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발병하였거나 기존 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병 증세가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원고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대법관 이인복(주심) 고영한 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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