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가 18년간 정유제품의 분석 및 실험 업무에 종사하면서 고온으로 녹인 석유타르, 아스팔트 등의 물질을 취급하던 중 폐암에 걸렸으나, 피고인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사안에서, 비록 원고의 폐암 발병 이후 이루어진 역학조사 결과 공기 중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지는 않았으나, 석유타르, 아스팔트 등에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크리센 등이 함유되어 있고, 석유타르, 아스팔트 등을 고온으로 가열하면 이들 물질이 공기 중으로 기화될 수 있는 점, 1회의 역학조사 결과가 18년의 측정치를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으며, 기준치 이하의 발암물질이라도 18년간 지속적으로 흡입할 경우 충분히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점, 밀폐된 실험실에서 정확한 측정을 위해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작업환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는 것이 보통이므로 과거에는 발암물질에의 노출 가능성이 현재보다 높았으리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폐암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피고의 처분을 취소한 판결

 

울산지방법원 행정부 2015.5.14. 선고 2013구합981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 고 / A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5.04.09.

 

<주 문>

1. 피고가 2013.3.18.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는 1994.2.14. B주식회사 울산공장(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19989월까지 정유분석실에서 실험분석원으로서 정유시료의 수거 및 분석업무를, 그 이후부터 HOU분석실에서 아스팔트와 기유시료의 수거 및 분석업무를 각 담당해오던 중, 2011.10.4. 좌측기관지악성신생물(일명 비소세포성 폐암,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으로 진단받았다.

.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임을 주장하며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3.3.18.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작업내용 및 작업환경 등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신청을 불승인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원고의 주장

원고는 입사 후 약 18년간 정유제품의 실험 및 분석업무에 종사하면서 석유타르 및 피치, 아스팔트 등 발암물질을 다수 취급하였고, 이 과정에서 아스팔트를 가열할 때 발생하는 고농도의 다핵방향족탄화수소(PHAs, 이하 다핵방향족탄화수소라고만 한다)에 노출되었으며,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는 전리방사선을 취급하는 지역에서 특별한 방호복 착용 없이 근무한 사실이 있는바, 이러한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및 전리방사선에 대한 노출이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 인정 사실

1) 원고의 업무내용

) 소외 회사는 원유를 정제하여 처리하는 회사로, 원고는 1994.2.14.부터 19989월까지 정유분석실에서 정유시료 수거 및 분석을 담당하였고, 19989월부터 이 사건 상병 진단일까지는 HOU분석실에서 아스팔트 및 기유시료 수거 및 분석을 담당하였다.

) 원고의 근무형태는 2명씩 43교대로, 아침 근무는 07:0015:00, 오후 근무는 15:0023:00, 야간 근무는 23:00다음날 07:00에 이루어졌으며, 주간 근무는 09:0018:00에 이루어졌다.

) 원고는 2008년부터 20106월까지 벙커C유의 황 함유량을 측정하기 위해 방사선 장비 부스 안에서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원고는 등록된 방사선작업종사자가 아니어서 업무 중 측정한 방사선피폭선량에 대한 기록이 없으나,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소외 회사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한 작업자들에 대하여 측정한 방사선 피폭선량은 연간 0.1 이하0.16mSv, 누적 방사선 피폭선량은 3년간 0.1 이하0.31mSv였다(방사선작업종사자의 선량한도는 연간 50mSv 또는 5년간 100mSv이고, 수시출입자의 선량한도는 연간 12mSv이다).

) 원고가 HOU분석실에서 담당한 업무의 구체적 내용 및 환경은 다음과 같다.

(1) HOU분석실은 4(21) 3교대로 운영되는데, 업무수행은 출근 후 업무 인수인계 4시간 간격으로 공정 아스팔트 및 피치를 수거하여 실험 실시 결과입력 실험업무 후 사용된 기구 및 장비 점검, 세척, 정리 업무 인수인계 후 퇴근의 순서로 이루어졌다.

(2) 원고는 HOU공정 및 기유공정의 현장근로자가 채취한(필요할 때에는 직접 채취하기도 하였다) 반제품 및 제품 시료를 4시간 간격으로 수거하여 위 시료들을 분석하면서, 소외 회사가 지급한 가스마스크, 분진마스크, 보안경 등을 착용하지 않았다.

아스팔트 시료는 뜨거운 액체 상태로 수거한 후 분석이 이루어질 때까지 분석실에서 약 150로 예열하여 취급하였고, 분석용기는 노말헥산(n-Hexane)과 톨루엔(Toluene)으로 세척하였다. 아스팔트 시료의 수거, 운반, 예열 후 오븐 개폐 및 실험 과정 중, 130분간 200350의 고온으로 가열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아스팔트 인화점 실험, 최대 500에서 이루어지는 감압증류 실험, 실험 후 플라스크를 분리하고 세척하는 과정, 165의 아스팔트 박막가열 후 실시하는 신도검사 등은 후드가 없는 분석실에서 실시하였기 때문에 업무수행자가 아스팔트 증기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배기장치는 실험 중에는 가동하지 않았고, 인화점 실험 후에 가동하였다.

2) 원고의 건강상태 및 이 사건 상병 발병경위

) 원고는 19705월생 남성으로, 신장 178cm, 체중 78kg이고, 이 사건 상병발생 당시 만 41세였다. 2010년까지의 건강검진 결과는 정상이었으나, 2011년 건강검진을 받던 중 폐결절 의심소견이 있어 20117월 굿모닝병원에서 흉부 CT검사를 받고, 2011.7.14. 울산대학교병원에 내원하여 2011.10.4. 최종적으로 이 사건 상병으로 진단받았다.

) 원고는 비흡연자로서 이 사건 상병 진단 이전의 관련 병력이나 가족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3) 원고의 작업환경 및 이 사건 상병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전문적 소견

) 원고 주치의(울산대학교병원)

진단 병명 : 폐암(선암)

원고는 시료 분석을 위해 현장에서 아스팔트를 수거하여 고열로 녹이는 작업을 하면서 고농도의 아스팔트 증기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판단되고, 아스팔트 증기는 사용 공정에 따라 국제암연구소(IARC, 이하 국제암연구소라고만 한다)에서 group 2A(사람에게 발암가능성이 높은 물질이다) 또는 group 2B(사람에게 발암의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로 정하고 있는바, 아스팔트 흄에 포함된 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입사 후 같은 작업을 18년 정도 하였으므로, 원고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업무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 피고 자문의

원고의 작업력과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기 위하여 역학조사를 의뢰함이 타당하다.

) 직업성폐질환연구소 역학조사 결과

폐암을 포함한 대부분의 암은 직업성·환경성 발암물질에 의해 특정 암유발 억제 유전자를 불활성화시키는 염색체 물질이 소실되거나, 발암 유전자의 활성화 등 유전적 이상이 유발되어 세포 증식이 정상적으로 조절되지 않아 세포가 끊임없이 증식하는 것이다.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에서 원발성 폐암의 원인물질로 삼고 있는 타르는 석탄이나 목재 등 고체상태 유기물질을 건류할 때 발생하는 갈색 내지 흑색의 점조성 액체로,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농도가 타르보다 훨씬 낮은 아스팔트, 기유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원고가 근무한 HOU분석실에서 대표적으로 취급하는 물질은 아스팔트, 벙커C, Fuel Oil, 기유인데, 이들 물질 모두에서 국제암연구소와 고용노동부에서 1급발암물질로 정하고 있는 벤조피렌(benzo[a]pyrene)과 고용노동부에서 group 1B로 정하고 있는 크리센(Chrysene)을 포함한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대부분이 검출되었다. HOU분석실에서는 위 물질을 약 150정도로 예열한 상태에서 실험하는데, 실험 특성상 환기장치를 가동하지 않은 상태로 300이상 고온으로 실험하는 인화점 실험이나 감압증류 실험과 같이 인위적으로 증기압을 높이는 경우에는 끓는점이 높은 벤조피렌 등 입자상 발암성 다핵방향족탄화수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역학조사의 인화점 실험에서도 온도가 300이상 증가함에 따라 입자상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농도가 5배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원고가 진술하는 대로 과거의 감압증류 실험을 재현하여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노출수준을 측정한 결과 현재 수준보다 낮은 농도가 측정되었으나, 이는 2시간 동안의 평균치이므로 실험 과정에서의 최대 노출수준을 반영하지 못했을 수 있다.

실험업무 중 16종 다핵방향족탄화수소의 공기 중 노출수준 검사 결과, 최소 389.6ng/, 최대 1,193.3ng/로 나타났고, 아스팔트 인화점 실험기의 온도에 따른 노출수준은 실험 시작 온도인 100에서는 10.2ng/이었고, 195부터 증가하다 300이상에서 급격하게 증가하여 인화점 부근인 365에서는 53ng/까지 증가하였다. 그러나 공기 중 벤조피렌은 검출되지 않았고, HOU분석실 실험원들의 2일간 근무 전후 소변 중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대사물질 2종을 분석한 결과 노출 경향을 발견할 수 없었다.

원고가 2008년부터 20106월까지 작업하였던 공정에 근무한 근로자의 방사선 피폭선량은 일반인의 선량한도인 1mSv보다 훨씬 낮고, HOU분석실에서 실험완료 후 세척제로 사용하는 톨루엔에는 발암성이 없으며, 헥산의 발암성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는바 위 세척제들 때문에 폐암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원고가 입사 초기에 아스팔트나 벙커C유 탱크에서 직접 시료를 수거 하였다 하더라도 벤조피렌 등 발암성 입자상 다핵방향족탄화수소의 끓는점이 300이상이기 때문에, 탱크 안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 증기에 대한 노출수준 역시 극히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험 시료에 벤조피렌 등 발암성 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함유되어 있어 인화점 실험 등 고온에서 이루어지는 실험과정에서는 발암성 입자상 다핵방향족탄화수소에 노출될 수 있고, 과거 분석실에 격벽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국소환기 기능이 떨어져 현재보다 실험환경이 열악했으며, 원고가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매우 낮은 41세이 원발성 폐암으로 진단받은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작업환경 평가 결과 벤조피렌 등 발암성 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검출되지 않았고, 과거 노출수준 역시 낮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HOU 분석실의 공기 중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노출수준 측정 및 근로자들의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노출경향 조사는 2012.7.23.에서 2012.7.24.까지 양일간 이루어졌으며, 과거 감압증류실험 환경을 재현한 상태에서의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노출수준 측정은 2012.8.28.에 이루어졌다.

) 이 법원의 동아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흉부외과) 일반적으로 환자가 발암물질이 함유된 시료에 장기간 노출되었다면 그것이 폐암 발병의 원인이 되었다고 유추할 수 있겠으나, 모의작업환경실험결과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농도 및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었으므로, 원고의 작업환경이 이 사건 상병의 분명한 원인인자가 되었는지 여부는 모호하다.

) 이 법원의 양산부산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직업환경의학과)

비소세포성 폐암은 주로 흡연인구 중 40세 내지 79세 사이에서 발병한다.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1230배까지 발병위험도가 증가하고, 흡연 외에 간접흡연, 라돈, 석면, 비소, 실내공기 오염물질에의 노출 등이 위험인자가 된다.

대량의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배출은 산업공정이나 인간의 활동 중 유기물의 불완전연소로 인하여 야기된다. 콜타르나 아스팔트에 열을 가하면 기체상태의 탄화수소 계통의 유기용제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발암물질인 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대표적이다. 다핵방향족탄화수소를 구성하는 100종 이상의 화합물 중 벤조피렌(benzo[a]pyrene), 벤조안트라센(benzoanthracene), 디벤조안트라센(dibenzoanthracene), 크리센(chrysene) 등은 발암성이 있고, 그 끓는점이 150400이다.

다핵방향족탄화수소는 국제암연구소에서 group 2A(동물에게서는 발암성이 증명되었으나 사람에 대한 역학연구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이다)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 groupgroup 1(인간에 대한 발암성이 확실한 경우이다), group 2A 2B(발암성이 추정되는 경우이다), group 3(발암성을 알 수 없는 경우이다), group 4(발암성이 없는 경우이다)로 나누어지는데, 일반적으로 group 12A까지는 인간에 대한 발암성을 인정하고 있다.

실험실에 비해 환기가 잘 이루어지는 아스팔트 노동자, 포장 인부에 대한 코호트 조사에서 노출 정도에 따른 폐암 발생률이 1.3, 1.4배 높게 나타났음에 비추어볼 때, 밀폐공간인 실험실에서 환기조차 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더 높은 수준의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다핵방향족탄화수소에 노출된다면 폐암의 발병원인이 될 수 있고, 1회의 측정결과만으로 18년간의 측정치를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으며, 현재 작업환경 개선이 이루어졌을 것임을 고려하면 과거 시점에 노출량이 더 많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일반적으로 발암물질은 역치가 없으므로 역치 이하에서도 발암성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역학조사를 통해 직업성 폐암으로 판단된 사례에서 다핵방향족탄화수소에 대한 평균 노출기간이 18.7, 잠재기가 22.8년으로 조사된 결과에 비추어보더라도 원고의 18년간의 노출업무는 이 사건 상병 발생에 충분한 기간으로 판단된다.

흡연은 폐암의 가장 강력한 위험요인이고, 비흡연자의 경우 다른 요인에 의한 폐암 발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원고에게 별다른 가족력이나 과거력이 없고, 업무 수행과정에서 석유타르 및 피치, 다핵방향족탄화수소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국제암연구소는 방사선을 발암물질 group 1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 전리방사선 지역에서 작업하였다면 폐암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원고가 방사선 부스 내에서 안전하게 작업하였다면 방사선 노출의 가능성이 낮기는 하나, 원고의 주장처럼 방사능 측정장비로 측정시 노출량이 허용기준치를 넘는 경우가 다수 있었고, 근처에서 비파괴 검사가 같이 진행될 때는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면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 또한 폐암의 위험요인으로 볼 수 있다.

) 이 법원의 대한직업환경의학회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기관지악성신생물의 일반적 발병원인은 흡연이고, 그 외 직업적 원인으로 석면, 결정형유리규산, 라돈, 카드뮴, 비소, 6가크롬 등의 중금속이 확실한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60대의 연령에서 호발한다.

다핵방향족탄화수소류는 3~4개의 벤젠고리를 갖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통틀어 일컫는 용어로 이들 모두가 발암물질은 아니고, 벤조피렌 등이 확실한 발암물질에 해당되며 폐암, 방광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핵방향족탄화수소는 300이상으로 가열되었을 때 발생량이 증가하고, 원고의 경우 아스팔트 및 기유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하루 4시간 이상 석유타르에 노출되었고, 석유피치에 대한 증류 및 인화점 실험을 하면서 하루 4시간 이상 석유피치에 노출되었다면, 상당량의 다핵방향족탄화수소에 노출되었다고 보인다. 원고가 실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배기장치를 가동하지 않고 호흡용 보호구를 전혀 착용하지 않았다면 노출량은 더 많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스팔트 등 석유타르에는 석탄타르에 비해 낮은 양의 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함유되어 있다. 다핵방향족탄화수소류 전체가 폐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은 아니고, 벤조피렌, 크리센 등 특정 화학물질이 폐암 유발물질인데, 원고가 실제 사용한 아스팔트, 벙커C유 등의 원료에는 벤조피렌이 0.190.39ppm, 크리센이 0.382.34ppm 함유된 것으로 확인되었는바 이는 공기 중 노출수준이 아니라 원재료 함유량일 뿐이므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원고가 다핵방향족탄화수소에 노출된 기간인 18년은 폐암 발병에 충분한 기간이지만,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상당한 양의 발암물질에 노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 전리방사선 지역에서 근무할 당시 노출된 방사선량은 폐암 발병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폐암은 흡연이 가장 확실한 원인이지만, 흡연력이 없는 경우라도 폐암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대부분 직업적·유전적인 원인이 있다. 원고가 비흡연자인 점, 41세의 나이는 폐암이 매우 드물게 발병하는 연령대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밝혀지지 않은 유전적 취약성이 있는 상태에서 미량의 발암물질에 노출됨으로써 이 사건 상병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21호증, 을 제1 내지 9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 법원의 동아대학교병원장, 대한직업환경의학회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이 법원의 양산부산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또는 그에 따른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되었다고 보아야 하고(대법원 1997.2.28. 선고 9614883 판결, 2000.5.12. 선고 9911424 판결 등 참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4.9. 선고 200312530 판결, 2005.11.10. 선고 2005800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가 분석실에서 취급한 HOU 아스팔트 등에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크리센 등이 함유되어 있고, 300이상의 고온에서 실험하는 인화점 실험이나 감압증류 실험 중에는 위와 같은 발암성 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기체화되어 인체에 흡입될 가능성이 있는 점, 역학조사 결과 다핵방향족탄화수소 중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크리센 등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었고, 방사선 노출량도 기준치 이하로 측정되었으나, 공기 중 다핵방향족 탄화수소 노출수준을 조사한 직업성폐질환연구소의 역학조사는 단 12일에 걸쳐 이루어진 것으로, 이 결과가 18년간의 측정치를 대표한다고 볼 수도 없을뿐더러 작업환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는 것이 보통이므로 과거 실험과정에서 더 많은 양의 발암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원고의 진술에 따라 과거 방식에 의한 감압증류실험을 재현한 결과 현재 실험방식보다 오히려 낮은 정도의 공기 중 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측정되었으나, 이는 2시간 동안의 평균치에 불과하므로 최대 노출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원고는 2년간 전리방사선 지역에서 근무한 사실이 있고, 방사선 또한 국제암연구소에서 정한 group 1의 발암물질에 해당하는 점, 일반적으로 발암물질은 역치가 없으므로 기준치 이하의 발암물질이라도 장기적으로 꾸준히 노출된다면 폐암의 발병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이 제시되어 있고, 원고의 업무 기간인 18년은 이 사건 상병 발생에 충분한 기간인 점, 원고는 통풍 및 환기시설 등의 보호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시설에서 고온에 녹은 아스팔트를 분석하고 실험하였던바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당량의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이 사건 상병 발생 당시 원고의 나이는 폐암 호발 연령대인 60대 이상보다 훨씬 젊은 나이인 41세였고, 비흡연자이며 이 사건 상병과 관련된 과거 병력이나 가족력이 없어 폐암을 유발할 만한 직업 외적 요인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이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는 특단의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18년간 소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장기간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등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피고는 소외 회사에서의 유해물질 노출 정도가 기준치보다 낮다는 점, 선암형 폐암의 경우 비흡연자인 여성에서도 발병한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상병에 이르게 된 의학적·자연과학적 경로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 사건 상병이 위와 같이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임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작업내용 및 작업환경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한다.

 

판사 임해지(재판장) 우정민 이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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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전 선박(시험선)에 승선한 재해자는 선원법이 아니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적용함이 타당하다 [보험가입부-1256]  (0) 2015.05.12
자동차 공장 내 하청업체에서 뒷좌석 시트조립 업무를 수행하던 중 상세불명의 뇌출혈, 뇌경색의 진단을 받은 경우 업무상 재해 여부 [울산지법 2014구합773]  (0) 2015.05.11
전직원 1차 회식과, 일부만 참여한 2차 회식 후 바깥으로 나와 서 있다가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갑자기 실신하여 상해. 업무상재해 여부 [울산지법 2013구합2390]  (0) 2015.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