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이 정하는 상수원수 수질기준 유지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법령이 정하는 고도의 정수처리방법이 아닌 일반적 정수처리방법으로 수돗물을 생산·공급하였다는 사유만으로 그 수돗물을 마신 개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판결요지>

[1]일반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권한을 행사할 때에는 국민에 대한 손해를 방지하여야 하고, 국민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하며, 소속 공무원이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라도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령에서 정한 직무상의 의무에 위반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가하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이지만,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그 근거되는 법령의 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의무를 부여받았어도 그것이 국민의 이익과는 관계없이 순전히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거나, 또는 국민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도 직접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공공 일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의무에 위반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가하여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2]상수원수의 수질을 환경기준에 따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관련 법령의 취지·목적·내용과 그 법령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의무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국가 등에게 일정한 기준에 따라 상수원수의 수질을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법령의 규정은 국민에게 양질의 수돗물이 공급되게 함으로써 국민 일반의 건강을 보호하여 공공 일반의 전체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므로, 국민에게 공급된 수돗물의 상수원의 수질이 수질기준에 미달한 경우가 있고, 이로 말미암아 국민이 법령에 정하여진 수질기준에 미달한 상수원수로 생산된 수돗물을 마심으로써 건강상의 위해 발생에 대한 염려 등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또한 상수원수 2급에 미달하는 상수원수는 고도의 정수처리 후 사용하여야 한다는 환경정책기본법령상의 의무 역시 위에서 본 수질기준 유지의무와 같은 성질의 것이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상수원수의 수질기준에 미달하는 하천수를 취수하거나 상수원수 3급 이하의 하천수를 취수하여 고도의 정수처리가 아닌 일반적 정수처리 후 수돗물을 생산·공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공급된 수돗물이 음용수 기준에 적합하고 몸에 해로운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지방자치단체의 위와 같은 수돗물 생산·공급행위가 국민에 대한 불법행위가 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01.10.23. 선고 99다36280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 상고인 / 김○재 외 99인

♣ 피고, 피상고인 / 대한민국 외 1인

♣ 원심판결 / 부산고법 1999.6.11. 선고 98나282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일반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아래에서는 ‘국가 등’이라고 한다)가 권한을 행사할 때에는 국민에 대한 손해를 방지하여야 하고, 국민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하며, 국가 등의 소속 공무원이 전적으로 또는 부수적으로라도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령에서 정한 직무상의 의무에 위반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가하면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국가 등이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나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그 근거되는 법령의 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의무를 부여받았어도 그것이 국민의 이익과는 관계없이 순전히 행정기관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거나, 또는 국민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도 직접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공공 일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의무에 위반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가하여도 국가 등은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3.2.12. 선고 91다43466 판결, 1998.5.8. 선고 97다36613 판결, 2000.6.9. 선고 98다5594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헌법 제10조, 제35조, 환경정책기본법, 수질환경보전법, 수도법과 그 시행령 등의 관련 규정에 따라 피고들은 상수원으로 사용되는 하천수를 환경정책기본법시행령 제2조 [별표 1]에서 정한 상수원수 3급 이상의 수질이 유지되게 하여 그 기준에 미달한 상수원수로 생산한 수돗물이 공급되지 아니하도록 하고, 또한 수돗물 공급자인 피고 부산광역시는 상수원수 2급에 미달하는 상수원수를 취수하여 수돗물을 생산할 경우에는 고도의 정수처리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이러한 의무에 위반하여 수질기준에 미달하는 낙동강 하천수를 취수하여 수돗물을 생산·공급하거나, 상수원수 2급에 미달하는 하천수를 일반적 정수처리 후 수돗물을 생산·공급함으로써, 이를 마신 원고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피고들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상수원수의 수질을 환경기준에 따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관련 법령의 취지·목적·내용과 그 법령에 따라 국가 등이 부담하는 의무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피고들에게 일정한 기준에 따라 상수원수의 수질을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법령의 규정은 국민들에게 양질의 수돗물이 공급되게 함으로써 국민 일반의 건강을 보호하여 공공 일반의 전체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 국민 개개인의 안전과 이익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 따라서 원고들에게 공급된 수돗물의 상수원의 수질이 수질기준에 미달한 경우가 있고, 이로 말미암아 원고들이 법령에 정하여진 수질기준에 미달한 상수원수로 생산된 수돗물을 마심으로써 건강상의 위해 발생에 대한 염려 등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또한, 상수원수 2급에 미달하는 상수원수는 고도의 정수처리 후 사용하여야 한다는 환경정책기본법령상의 의무 역시 위에서 본 수질기준 유지의무와 같은 성질의 것이므로, 피고 부산광역시가 상수원수의 수질기준에 미달하는 낙동강 하천수를 취수하거나 상수원수 3급 이하의 하천수를 취수하여 고도의 정수처리가 아닌 일반적 정수처리 후 수돗물을 생산·공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공급된 수돗물이 음용수 기준에 적합하고 몸에 해로운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피고 부산광역시의 위와 같은 수돗물 생산·공급행위가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가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심이 원고들을 비롯한 부산 시민들의 상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낙동강 하천수 취수장의 수질이 상수원수 3급에 미달하고, 피고 부산광역시가 상수원수 3급 이하의 하천수를 취수하여 일반적 정수처리 후 수돗물을 생산·공급한 경우가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상수원수 관리자인 피고 대한민국과 수돗물 공급자인 피고 부산광역시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결과적으로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나 이유모순 등의 잘못이 없다. 한편, 위와 같이 국가 등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에서 상수원수에 관한 원고들의 권리나 이익을 사법상 구제가 가능한 구체적 환경권으로 볼 수 없고, 또 환경정책기본법 제31조가 사업자에 대하여 환경오염의 피해에 관한 무과실책임을 규정하고 있음을 근거로 국가 등의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결국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을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서성(주심) 유지담 박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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