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서 자신의 진행방향에 대한 별도의 진행신호는 없지만, 다른 차량들의 진행방향이 정지신호일 경우를 이용하여 교통법규에 위배되지 않게 진행하는 차량 운전자에게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여 진행하여 올 것까지 예상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를 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되고,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하여 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으며, 이는 교차로에서 자신의 진행 방향에 대한 별도의 진행신호가 없다고 하여도, 다른 차량들의 진행 방향이 정지신호일 경우를 이용하여 교통법규에 위배되지 않게 진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2001.11.09. 선고 2001다56980 판결 [손해배상(자)]

♣ 원고, 피상고인 / 김○원

♣ 피고, 상고인 / 대한민국

♣ 원심판결 / 서울지법 2001.7.19. 선고 2000나7071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서○환이 1997.5.25. 15:40경 피고 소유의 군용트럭을 운전하여 인천 부평구 구산동 285 소재 교차로를 제9175부대 입구 방면에서 장수동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중, 당시 위 지점에 설치된 신호등이 적색의 정지신호임에도 불구하고 신호를 위반하여 장수동 방면에서 중앙병원 방면으로 직진하던 원고 운전의 오토바이 전면 우측 부분을 위 트럭의 좌측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원고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한 사실, 위 사고 지점은 장수동 방면에서 중앙병원 방면으로 약간 경사가 진 편도 4차로와 위 부대와 충성아파트를 잇는 차선 없는 도로가 교차하는 교차로로서, 교차로의 중앙 부분에는 중앙선이 끊겨 있고, 장수동 방면에서 중앙병원 방면의 왕복 차선에 녹색, 황색 및 적색의 삼색등화만이 나오는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을 뿐, 부대와 충성아파트를 잇는 도로 차선에는 비보호좌회전이나 적신호시좌회전 표시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장수동 방면에서 중앙병원 방면의 왕복 도로상에는 도로 정지선에 차량들이 정지하여 있었던 사실, 평상시 위 부대에서 차량이 나갈 때(위 삼색신호등이 적색일 때 비보호좌회전을 하고 있었다.) 교차로 부근에서 근무하던 헌병이 일반차량을 통제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일반차량에 대한 통제를 하지 아니하였던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사고 당시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신호를 위반하여 직진한 잘못이 있지만, 위 서○환으로서도 비보호좌회전이나 적신호시좌회전 표시가 없는 이 사건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할 경우 평상시처럼 일반 교통을 통제하는 헌병의 안내를 받아 교차로에 진입하거나, 장수동 방면에서 중앙병원 방면으로의 도로가 약간 경사져 있어 진행하여 오던 차량이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여 그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고 평소 차량통행이 많은 곳이므로 직진차량이 있는지 전후좌우를 더욱 잘 살펴 교차로에 진입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수동 방면에서 중앙병원 방면의 적색신호만을 확인한 채 그대로 진입한 잘못도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면책항변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선뜻 수긍되지 않는다.

 

신호등에 의하여 교통정리가 행하여지고 있는 교차로를 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고 운전하면 되고,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하여 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으며(대법원 1998.6.12. 선고 98다14252, 14269 판결, 1999.8.24. 선고 99다30428 판결 등 참조), 이는 교차로에서 자신의 진행 방향에 대한 별도의 진행신호가 없다고 하여도, 다른 차량들의 진행 방향이 정지신호일 경우를 이용하여 교통법규에 위배되지 않게 진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비록 위 부대와 아파트를 잇는 도로 차선에는 비보호좌회전 표시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는 하지만, 위 서○환은 이 사건 교차로 정지선의 선두에서 횡단보도의 보행자신호를 기다리다가 그 신호가 들어오자 교차로에 진입하여 좌회전하였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서○환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정지신호를 위반하여 교차로에 진입하리라는 것까지 예상하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며, 평상시 부대에서 차량이 나갈 때 교차로 부근에서 근무하던 헌병이 일반차량을 통제하였다거나, 장수동 방면에서 중앙병원 방면으로의 도로가 약간 경사져 있어 진행하여 오던 차량이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여 그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고 평소 차량통행이 많은 곳이라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서○환에게 평상시처럼 일반 교통을 통제하는 헌병의 안내를 받아 교차로에 진입하거나(사고 당시에 일반차량에 대한 통제는 없었지만, 평상시에 헌병에게 일반적인 교통통제 권한이 항상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직진차량이 있는지 전후좌우를 더욱 잘 살펴 교차로에 진입하여야 할 원심 판시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에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원심에 의하면, 당시 원고 진행 차선인 장수동 방면에서 중앙병원 방면의 왕복 도로상에는 도로 정지선에 차량들이 정지하여 있었다는 것이며,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가 정지신호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출발하여 교차로에 진입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원고도 관련 형사사건의 조사과정에서, 당시 정지선에서 신호대기를 한 후에 출발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기록 63장 이하 및 225장 참조), 만일 그러하다면, 서○환으로서는 당시 원고가 이들 정지 차량 사이에서 갑자기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교차로 상으로 진입하여 오리라고 예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므로 서○환에게 이 사건 사고발생에 대하여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서○환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하여 운전상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교차로에서의 운전자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이를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송진훈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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