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위반에 따른 정지 지시를 무시하고 도주하던 사람이 자신을 추격해 온 경찰관의 하차 요구에 불응한 채 계속 도주를 시도하다가 자동차 앞 범퍼로 경찰관을 들이받고, 차 본넷 위에 경찰관을 매달은 채로 그대로 차를 몰고 진행하던 중 인도에 있던 가로수를 들이받아 결국 경찰관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하여 경찰관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한 특수공무방해치사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8.02.28. 선고 2008도3 판결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대구고법 2007.12.13. 선고 2007노39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62일을 본형에 산입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제1항에 있어서 ‘위험한 물건’이라 함은 흉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널리 사람의 생명, 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체의 물건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어떤 물건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자동차는 원래 살상용이나 파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지만 그것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다른 사람의 재물을 손괴하는 데 사용되었다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제1항의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며, 한편 이러한 물건을 ‘휴대하여’라는 말은 소지뿐만 아니라 널리 이용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대법원 1997.5.30. 선고 97도597 판결, 대법원 2003.1.24. 선고 2002도5783 판결 참조)는 판례 법리를 전제로 하여,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신호위반에 따른 정지 지시를 무시하고 도주한 자신을 추격해 온 경찰관 2명이 피고인의 차 앞뒤로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피고인에게 하차하라고 요구하였음에도 이에 불응한 채 차를 후진하여 차 뒤에 있는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후, 앞에 있는 오토바이와의 사이에 생긴 공간을 이용하여 핸들을 좌측으로 꺾으면서 급발진함으로써 운전석 쪽의 펜더 옆에 서 있던 경찰관 공소외인의 다리를 차 앞범퍼로 들이받았고, 이에 공소외인이 차 본넷 위에 앞으로 넘어지면서 본넷을 붙잡고 있는데도 차를 그대로 몰고 진행하던 중 우측 인도에 심어져 있던 가로수를 들이받아 차 범퍼와 가로수 사이에 공소외인의 다리가 끼어 절단되게 하여 공소외인으로 하여금 저혈량성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하여 경찰관인 공소외인의 교통단속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그로 인해 공소외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원심이 원용한 판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은 이에 관하여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없으므로,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사실의 인정을 탓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고, 또한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형법 제144조제1항에 정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으며,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을 전제로 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거나 경찰관을 폭행·협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공무집행을 방해할 고의가 없어 원심판결에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를 본형에 산입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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