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 주차시킨 오토바이가 앞·뒤 바퀴에 바람이 빠져서 쓰러질 위험성이 높았음에도 오토바이 소유자가 그대로 방치하면서 매일 시동만 걸어준 경우, 위 오토바이 위에서 어린 아이가 놀다가 깔려 사망하였다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소정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3.09.23. 선고 2002다65936, 2002다65943 판결 [채무부존재확인·손해배상(자)]

♣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 황○국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2.10.25. 선고 2002나015155, 1516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이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가.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는 2001.3.16. 소외 1과 사이에서, 소외 1 소유인 서울 강동 마○○○○호 오토바이 차량(이하 ‘이 사건 오토바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소외 1을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기간을 2002.3.16.까지로 하는 책임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에 관한 보통약관은, 소외 1이 가입한 대인배상Ⅰ(책임보험)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책임보험을 말하고, 그 보상책임은 ‘피보험자가 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동차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하여 남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며, 그 보상의 한도와 범위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소외 1은 2001.8. 초경부터 자신의 주거지인 서울 강동구 ○내 2동 2○○의 35 앞 골목길의 맞은편 건물 담벼락에 위 벽면을 왼쪽으로 하고 이 사건 오토바이의 왼쪽 하단에 있는 외발이 받침대를 지지대로 이용하여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그 이후 위 오토바이를 운행하지 않았는데, 그러던 중 위 오토바이의 앞·뒤 바퀴에 구멍이 나서 바람이 빠졌는데도 소외 1은 위 오토바이를 그대로 방치하였다.

라. 위 골목길은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폭을 가진 이면도로로서 유아들이 뛰어놀기도 하던 곳이었다.

마. 이 사건 오토바이가 세워진 쪽의 건물에 살고 있던 여자아이인 소외 황다빈(3세)은 2001.8.19. 18:50경 위 골목길에서 혼자 놀던 중 위 오토바이에 올라타다가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바람에 그 오토바이에 깔려서 사망하였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책임보험은 이 사건 오토바이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는 것인데, 소외 1이 이 사건 오토바이를 주택가 골목길에 열흘 이상 주차하여 두었다고 하여, 황○빈이 주차중인 위 오토바이에 올라 가려다가 오토바이가 쓰러지면서 다치게 된 이 사건 사고를 이 사건 오토바이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책임보험자인 원고에게 위 사고로 인하여 위 망인과 그의 아버지인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가 입은 손해를 보상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에 대한 책임보험금 지급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본소청구를 인용하고 원고를 상대로 책임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피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보통약관에 의하면, 원고의 보상책임은 소외 1이 이 사건 오토바이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하여 남을 죽게 하거나 다치게 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제3조 본문에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제2조제2호에서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 여부에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제1항과 같은 원심의 인정 사실에다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바와 같이 소외 1은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기도 하는 골목길에 위 오토바이를 주차시킨 뒤, 그 오토바이의 앞·뒤 바퀴에 바람이 빠지는 바람에 외발이 받침대에 비하여 오토바이의 차체가 상대적으로 낮아져서 거의 수직으로 세워진 탓으로 오토바이가 쓰러질 위험성이 높아졌음에도 그러한 위험성을 깨닫지 못한 채 위 오토바이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매일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어주기만 하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사건 사고는 소외 1이 오토바이를 소유, 사용, 관리함에 있어서 주차시킬 때에 지켜야 할 주의를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이 사건 오토바이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한 사고’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가 위 오토바이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보통약관의 해석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에서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이용우(주심) 박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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