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주식회사의 이사가 상법상 정하여진 이사로서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회사의 경영을 위한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경우,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및 보수나 퇴직금을 지급받는 사정을 이유로 이사의 지위를 달리 볼 것인지 여부(원칙적 소극)

 

◆ 대법원 2013.09.26. 선고 2012도6537 판결 [근로기준법위반]

♣ 피고인 /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대구지법 2012.5.15. 선고 2012노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한편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되고(상법 제382조제1항), 그 등기를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만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업무집행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상법에서 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이러한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다(상법 제382조제2항). 따라서 이사가 상법상 정하여진 이사로서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회사의 경영을 위한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경우에, 그 담당하고 있는 전체 사무의 실질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한다면, 그 이사는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92.12.22. 선고 92다28228 판결, 대법원 2000.9.8. 선고 2000다2259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주식회사의 이사가 정관이나 주주총회의 결의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이는 상법 제388조의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서 그 보수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이라 할 수 없으며, 또한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등에서 정한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위임 사무 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보수 및 퇴직금 지급에 관한 사정을 이유로 하여 이사의 지위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2. 원심 판결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1 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에는 레미콘 사업부를 포함한 4개의 사업부서가 있는데, 공소외 2는 ○○콘크리트에 근무하던 중 2009.2.1.경 피고인의 영입 제의에 의하여 공소외 1 회사에 상무이사로 입사하여 레미콘 사업부의 사업부장을 맡아 2009.5.1. 이사로 등기되고 2009.9.경 전무이사로 승진한 후 2010.10.15.까지 근무하였다.

공소외 2는 2009.11.3.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 공소외 3으로부터 공소외 1 회사의 주식 10,000주를 양수하여 지분율 8.27%의 주주가 되었다.

공소외 2는 레미콘 주문, 출하, 시멘트 구입 등 레미콘 사업부의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하고, 매출집계표, 레미콘 주문서 등에 최종 결재권자로서 결재하였으며, 레미콘 사업부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를 그의 재량 아래 지출할 수 있도록 법인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였다. 그리고 공소외 2는 레미콘 사업부 자체의 현금, 예금, 선급금, 외상매출금 등의 유동자산과 차입금, 미지급금, 외상매입금 등의 유동부채를 분석하여 당기 손익 등을 산출한 월말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공소외 2가 위와 같이 레미콘 사업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4억 원이 넘는 미수금이 발생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경영상의 책임을 추궁하기도 하였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공소외 1 회사에서 근로하는 종업원의 근로조건을 정하기 위해 작성된 취업규칙에 대표이사, 상무이사, 이사는 사용자로서 서명을 하였고 취업규칙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다.

 

3. 위와 같이 공소외 2는 공소외 1 회사에 입사할 당시부터 상무이사로 영입되어 등기된 이사로서 상법상의 적법한 선임절차를 거쳐 임명된 이사로 추정되고(대법원 1991.12.27. 선고 91다4409, 91다4416 판결 등 참조), 8%를 넘는 비율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1년 8개월을 넘는 근무기간 내내 레미콘 사업부의 운영에 관하여 상당히 재량권을 가지고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공소외 2가 이사 외에 레미콘 사업부 운영에 관한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로부터 지시 등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2의 등기이사로서의 명칭이나 직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다거나 공소외 2가 담당한 전체 업무의 실질이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그친다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8.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6.3.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들에 불구하고 상법상의 등기이사인 공소외 2가 형식적·명목적인 이사에 불과하는 등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그친다고 볼 수 있는 사정들이 있는지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한 후에 공소외 2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공소외 2가 등기부상 이사로 등재되었지만 실제로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한 나머지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요지의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회사의 임원의 근로자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이상훈 김용덕(주심)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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