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서적류의 제호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저작물의 창작물로서의 명칭 내지는 그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며 그러한 창작물을 출판하고 제조·판매하고자 하는 자는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은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품질을 나타내는 보통명칭 또는 관용상표와 같은 성격을 가지는 것이므로 제호로서의 사용에 대하여는 상표법 제51조의 규정에 의하여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나, 타인의 등록상표를 정기간행물이나 시리즈물의 제호로 사용하는 등 특별한 경우에는 사용 태양, 사용자의 의도, 사용 경위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실제 거래계에서 제호의 사용이 서적의 출처를 표시하는 식별표지로서 인식될 수도 있으므로, 그러한 경우에까지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 대법원 2005.08.25 선고 2005다22770 판결 [가처분이의]

♣ 신청인, 상고인 / 정◯용

♣ 피신청인, 피상고인 / 주식회사 ◯◯평론

♣ 환송판결 / 대법원 2004.7.9. 선고 2002다56024 판결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5.3.22. 선고 2004나5104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신청인은 1999.5.26. 피신청인과 사이에 신청인이 저술한 영어학습법에 관하여 기간을 3년으로 하여 위 저작물의 독점적인 출판권을 설정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출판계약에 따라 같은 해 7.19.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이하 ‘영절하’라 한다)라는 제호의 원심판결 별지 목록 제1 기재 서적이 출판된 사실, 신청인이 저술한 ‘영절하’는 제호가 반어적인 것으로 특이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면에서도 영어학습방법을 기존의 문자학습에서 이와는 전혀 다른 소리학습으로 전환한다는 독창적인 발상을 제시하고 있어, 출판되자마자 독자들의 큰 인기를 끌어 현재까지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그에 따라 ‘영절하’의 내용과 그 저자인 신청인이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하여 널리 알려지게 된 사실, 그 후 피신청인은 ‘영절하’를 신청인과의 협의나 신청인의 양해 없이 위 목록 제5 내지 12 기재 각 서적(이하 ‘이 사건 서적’이라 한다)의 제호의 일부로 사용하여 이를 제작·판매하고 있는 사실, 신청인은 2001.10.6.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에 관하여 상표를 사용할 상품 및 구분을 ‘제16류 정기간행물 등 10건’으로 하여 상표등록을 출원하였고, 2003.11.7. 상표등록(등록번호 564818호)이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신청인의 주장, 즉 피신청인이 신청인과의 협의나 신청인의 양해 없이 이 사건 서적의 제호로 ‘영절하’를 사용하여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상표법 제66조제1호에 규정된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사용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상표법 제65조에 의하여 피신청인의 행위를 금지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서적류의 제호는 당연히 해당 저작물의 창작물로서의 명칭 내지는 그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며 그러한 창작물을 출판하고 제조·판매하고자 하는 자는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은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품질을 나타내는 보통명칭 또는 관용상표와 같은 성격을 가지는 것이므로 제호로서의 사용에 대하여는 상표법 제51조의 규정에 의하여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으므로, 비록 피신청인이 ‘영절하’를 제호 중 일부로 사용하여 이 사건 서적을 제작·판매하고 있지만, 이는 상표적 사용이라 할 수 없으므로 신청인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타인의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면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고 할 것인바(상표법 제66조제1항 참조), 서적류의 제호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저작물의 창작물로서의 명칭 내지는 그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며 그러한 창작물을 출판하고 제조·판매하고자 하는 자는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은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품질을 나타내는 보통명칭 또는 관용상표와 같은 성격을 가지는 것이므로 제호로서의 사용에 대하여는 상표법 제51조의 규정에 의하여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나(대법원 1995.9.26. 선고 95다3381 판결 참조), 타인의 등록상표를 정기간행물이나 시리즈물의 제호로 사용하는 등 특별한 경우에는 사용 태양, 사용자의 의도, 사용 경위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실제 거래계에서 제호의 사용이 서적의 출처를 표시하는 식별표지로서 인식될 수도 있으므로, 그러한 경우까지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의 인정에 의하면, 피신청인은 이 사건 서적을 ‘영절하! 중학입문’, ‘영절하! 중학입문 Listening Script & Test Answers’, ‘영절하! 중학실력’, ‘영절하! 중학실력 Listening Script & Test Answers’, ‘영절하! 중학기본’, ‘영절하! 중학기본 Listening Script & Test Answers’, ‘영절하! 중학종합’, ‘영절하! 중학종합 Listening Script & Test Answers’라는 제호로 제작·판매하여 ‘영절하’를 제호의 일부로 하는 시리즈물의 형식으로 이 사건 서적을 제작·판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피신청인의 ‘영절하’ 제호의 사용 태양, 사용 의도, 사용 경위 등에 비추어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등록상표를 시리즈물인 서적의 제호의 일부로 사용함으로써 시리즈물인 서적의 출처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신청인의 위와 같은 제호의 사용이 서적의 출처를 표시하는 식별표지로서 인식될 수 있는 사용인지 여부에 대하여 나아가 심리한 후 그와 같은 사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신청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상표적 사용으로 보아 신청인의 상표권의 효력이 이에 미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등록상표를 서적류의 제호로 사용하더라도 상표적 사용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간과한 나머지,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등록상표를 시리즈물인 서적의 제호의 일부로 사용함으로써 서적의 출처를 표시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아무런 심리·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상표권의 효력이 서적의 제호로서의 사용에는 당연히 미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서적 제호의 상표적 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더 나아가 나머지 상고이유를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윤재식(주심) 강신욱 김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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