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이 사건 사업주가 원고에게 이 사건 롤러기계를 사용해 보라고 지시한 적은 없으나, 추후 이 사건 롤러기계와 같은 철강 가공장비를 구입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하였고, 원고는 미리 배워보기 위해 이 사건 롤러기계를 혼자 작동해 보다가 왼쪽 손이 말려들어가는 사고를 당하게 되었는바, 이 사건 사고가 원고 본래의 업무수행 행위에서 발생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회통념상 업무를 준비하는 행위 또는 업무에 수반되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서울행정법원 2022.7.20. 선고 2021구단70809판결】

 

• 서울행정법원 판결

• 사 건 / 2021구단70809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22.05.25.

• 판결선고 / 2022.07.20.

 

<주 문>

1. 피고가 2021.7.6.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21.4.29. 15:30경 시흥시에 있는 ㈜B(이하 ‘이 사건 사업주’라 한다)의 하치장에서 롤러기계(이하 ‘이 사건 롤러기계’라 한다)를 작동하던 중 왼쪽 손이 말려들어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였고, 이로 인하여 ‘좌측 수부 탈장갑성 압궤손상, 좌측 제2·3·4수지 근위지 절단, 좌측 제1·2·3·4·5수지 다발성 개방성골절, 좌측 제5수지 원위지관절 탈구(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아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나. 피고는 2021.7.6. ‘원고가 사고 당시 이 사건 사업주로부터 롤러기계를 사용하라는 작업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고, 임의로 사람이 없는 가공업체에 들어가 타 업체 소유의 기계 스위치를 작동하였으며, 비록 나중에 이 사건 사업주가 롤러기계를 구입하려는 계획이 있어 배워보려고 이 사건 롤러기계를 작동해 본 것이라고 하나 이는 근로계약 내용에 포함된 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사적행위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제37조제1항제1호 가목 또는 바목 및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7조제1항제3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를 준비하는 행위나 그 밖에 업무에 따르는 필요적 부수행위’에 해당하여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산재보험법 제37조제1항제1호는 업무상 재해의 하나로 업무상 사고를 규정하면서, 구체적 유형으로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가목),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나목),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마목),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바목) 등을 규정하고 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27조제1항은 산재보험법 제37조제5항의 위임에 따라 업무상 사고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인정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수행 행위’, ‘업무를 준비하거나 마무리하는 행위, 그 밖에 업무에 따르는 필요적 부수행위’ 등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를 업무상 사고로 본다.

근로자가 어떠한 행위를 하다가 상해를 입은 경우에 당해 근로자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이유, 전후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로서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한 상해로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9.10.15. 선고 2009두10246 판결 취지 참조).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거시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가 원고 본래의 업무수행 행위에서 발생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사회통념상 업무를 준비하는 행위 또는 업무에 수반되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사고 발생장소는 가공업체인 C이 가공작업을 위하여 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고 이 사건 롤러기계는 C의 소유로서 철강 가공작업을 하는 기계인데, C에 철강가공을 의뢰하여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이 사건 사업주는 C으로부터 가공된 철강을 납품받아 바로 상차하여 판매처에 납품하기 위해 위 가공작업을 하는 공간 옆을 하치장으로 함께 사용해 왔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주에 고용된 직원으로서 위 하치장에 상주하면서 가공된 철강의 상·하차 및 입·출고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이 사건 사고 당일에 이 사건 롤러기계 사용법을 배워보려고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 사업주가 원고에게 이 사건 롤러기계를 사용해 보라고 지시한 적은 없으나, 추후 이 사건 롤러기계와 같은 철강 가공장비를 구입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하였고, 원고는 미리 배워보기 위해 이 사건 롤러기계를 혼자 작동해 보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이 사건 사고 발생 장소가 원고의 근무장소와 명확히 구분되는 곳이 아니고, 원고는 이 사건 롤러기계에서 가공된 철강을 바로 상·하차하는 업무를 담당해 온 점, 이 사건 사업주는 롤러기계를 구입하여 직접 철강을 가공해 볼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롤러기계를 작동하는 것이 사고 당시 맡았던 담당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C의 가공작업과 원고의 업무가 시간·장소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보인다.

나) 앞서 본 법리, 위 각 규정들의 문언과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산재보험법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업무상 사고’란 근로자가 업무행위, 업무 준비행위, 휴게 행위 등 능동적으로 업무에 관련된 행위를 하던 중 근로자에게 발생한 돌발적인 사고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주의 구체적인 계획 아래 장차 맡게 될지도 모르는 철강 가공업무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하여 준비하던 중에 일어난 이 사건 사고를 업무수행을 벗어난 자의적·사적인 행위 또는 비업무적 활동 때문에 발생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 산재보험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의 근로계약에 터 잡아 근로자가 행하여야 할 담당 업무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담당업무에 부수되는 행위, 담당업무의 개시 수행 또는 계속에 필요한 행위도 ‘업무상 재해’에서 말하는 ‘업무’에 해당하고, 이러한 업무에는 사용자의 묵시적·희망적 명령에 의한 것으로서 그 행위가 기업 경영상 필요한 행위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라)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된 행위를 함에 있어서 매번 사업주의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원고가 이 사건 사업주의 지시가 없었음에도 이 사건 롤러기계 작동법을 배워보려고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입게 되었다고 하여 업무관련성이 부인된다고 볼 수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손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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