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노동조합에서의 제명처분은 그 조합원에 대하여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단체행동에 참가할 자격까지 박탈하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므로 더욱 신중하여야 한다. 한편 제명처분의 무효를 다투는 사건에서 제명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제명처분을 한 피고에게 있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원고들이 2019년 단체협약안에 기재된 대로 2019년 임금 동결과 각종 수당 삭제에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조직원의 단결을 해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고, 2017년 및 2019년 단체협약안을 후행집행부에 인계하지 않은 것 또한 피고의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원고들이 피고집행부의 직무를 유기하였다거나, 왜곡된 정보제공, 허위사실유포, 사측과 불리한 제도개산안에 합의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제명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재량권을 벗어나 균형을 상실한 제명처분을 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


【대구지방법원 2022.7.14. 선고 2021가합209458 판결】

 

•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가합209458 노동조합원 징계 무효 확인

• 원 고 / 1. A, 2. B

• 피 고 / C 주식회사 노동조합

• 변론종결 / 2022.06.16.

• 판결선고 / 2022.07.14.

 

<주 문>

1. 피고가 2021.6.25. 원고들에 대하여 한 각 제명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 소속 직원들의 근로조건 유지 및 개선 등을 위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원고 A은 2016.11.1.부터 2019.10.31.까지 피고의 위원장이었으며, 원고 B은 2016.11.부터 2019.10.31.까지 피고의 쟁의부장 및 노사대책부장이었다. 소외 D은 원고 A의 재임기간을 제외하고는 1997.6.5.부터 현재까지 피고의 위원장으로 재임하였다.

나. 피고는 2021.6.21. 원고들을 대상으로 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같은 달 23일 확대간부회의 의결을 거쳐, 같은 달 25일 원고들에게 피고에서 제명하는 내용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제명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2021.7.15. 재심 징계위원회에서도 같은 의결이 있어, 같은 날 제명처분을 최종 통보받았다.

다. 피고 규약 중 이 사건 제명처분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라.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제명처분 사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가지 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의 요지

 

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루어진 이 사건 제명처분은 무효이다.

나. 만일 징계사유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제명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무효이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어떠한 단체가 그 존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단체 구성원의 행위를 규제하고 이를 위반한 구성원에 대하여 징계를 한 경우 징계의 상당성 여부에 대하여는 가능한 한 그 단체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징계권 역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므로 징계권의 행사가 구성원의 행위에 비하여 현저히 균형을 상실한 경우 그 징계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징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특히 단체의 구성원에 대한 제명처분은 구성원의 의사에 반하여 그 구성원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완전히 박탈시키는 것이므로, 단체의 목적달성을 어렵게 하거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제명이 불가피한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4.5.10. 선고 93다21750 판결, 2004.11.12. 선고 2003다69942 판결 등 참조). 특히 노동조합에서의 제명처분은 그 조합원에 대하여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단체행동에 참가할 자격까지 박탈하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오므로 더욱 신중하여야 한다. 한편 제명처분의 무효를 다투는 사건에서 제명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제명처분을 한 피고에게 있다.

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1조제1항이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단체협약의 내용을 명확히 함으로써 장래 그 내용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아울러 체결당사자 및 그의 최종적 의사를 확인함으로써 단체협약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대법원 1995.3.10.자 94마605 결정 참조), 노동조합과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이 유효하게 성립하려면, 단체협약을 체결할 능력이 있는 사용자가 그 상대방 당사자로서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 함으로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1조제1항 소정의 방식을 갖추어야 하고,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체협약은 조합원 등에 대하여 그 규범적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1.1.19. 선고 99다72422 판결 참조).

 

나. 인정 사실

갑 제2, 4, 5, 8, 10, 12, 13호증 및 을 제3, 20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C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원고 A은 2017.1.경 C에 2017년도 임금․단체협약 특별요구서를 제출하였고, 2017.4.13. C 대표이사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2017년 임금 및 단체교섭 합의서(갑 제2호증의 1, 이하 ‘2017년 임금 및 단체교섭 합의서’라 한다)에 서명하였다. <아래 생략>

2) C 관리부 차장인 소외 E은 2017.11.13. 원고 B의 이메일로 파일명이 ‘2017년 단체협약 개정(안)-20170328(v5)’, ‘2017년 단체협약 개정(안)-20170720(v6)’인 파일(갑 제3호증, 이하 ‘2017년 단체협약안’이라 한다)을 송부하였다. 2017년 단체협약안에는 임금, 근무시간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과 피고와 C 사이의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3) 피고 조합원들은 2019.2.15. 쟁의행위 찬성 결의를 하였고, 쟁의행위 개시 전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이루어진 조정 절차에서 2019.3.4. 원고들과 C 측 사이에 제도 개선안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원고 A은 2019.6.26. 2019년 임금 및 단체교섭을 위하여 피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합의안을 의결하였다.

4) 원고들은 위 임시총회 이전 2019년 임금 및 단체교섭 협상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고, 집행부 사무국장 소외 F은 2019.6.21. 피고의 밴드 게시판에 설명회 자료로 소외 G 노무사로부터 받은 의견 자료 중 ‘회사가 주장하는 방안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부분을 제외하여 편집한 자료를 게시하였다. 위 설명회 당일 원고들은 위 의견자료 작성자인 G 노무사로 하여금 조합원들에게 직접 설명을 하도록 하고, 제도개선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임금 변동 정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5) 원고 A은 위 임시총회의 의결에 따라 2019.6.27. C 대표이사와 함께 아래와 같은 내용의 2019년 임금 및 단체교섭 합의서(갑 제2호증의 2, 이하 ‘2019년 임금 및 단체교섭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고 서명하였다. <아래 생략>

6) 원고 A은 2019.9.19. 피고 밴드에 ‘2016년도 임단협시 고정수당과 상여금은 이미 기본급화했다’는 내용의 글과 2016년 임·단협 합의서 사진을 게시하였고, ‘2016년 3월부터 우리회사는 통상임금에서 상여금 없이 기본급화되었다. 기본급화되면서 사원의 임금이 낮아졌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리고, 원고 B은 같은 날 피고 밴드에 ‘D 전 위원장이 2016년도 임금 및 단체 교섭 당시 고정수당과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것으로 회사와 합의하였다’고 게시하였다. C는 피고와 2016년 고정수당과 상여금은 기본급으로 통합하여 지급하기로 하고, 기본급 700%에 해당하는 금액을 12로 나누어 매월 기본급에 더하여 지급하였고, 그 무렵부터 급여명세서 상 상여금 항목은 별도로 두지 않았다.

7) 2019.9.26.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피고의 임원 선거가 있었고, D이 원고 A보다 많은 득표를 하여 피고의 새로운 위원장으로 당선되어 2019.11.부터 임기가 개시되었다.

8) C 소속 직원은 2019.10.15. 원고 A의 이메일로 2019년 개정 단체협약안(이하 ‘2019년 단체협약안’이라 한다)을 송부하였다. 2019년 단체협약안에도 근로조건과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임금 중 상여금, 배우자수당, 가족수당, 직책수당, 생산장려수당은 삭제하는 취지가 표시되어 있었다.

9) 이후 D을 위원장으로 하는 피고의 새로운 집행부와 C 사이의 단체교섭 과정에서 C가 2017년, 2019년 단체협약안의 내용을 유효한 단체협약으로 주장하자, 피고는 E, C 대표이사 등을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경산경찰서는 2021.4.경 E 등에 대하여 증거불충분하여 혐의없음을 이유로 불송치결정을 하였다.

10) C와 피고는 2004년 단체협약안에 서명·날인하였으나 이후부터는 단체협약안에 서명·날인하지 않다가 이 사건 징계처분 이후에 이르러서야 2021년 단체협약에 상호 서명·날인한 사실이 있다.

 

다. 그에 따른 판단

1) 기초 사실 및 인정 사실에 아래와 같은 사정을 더하면, 이 사건 제명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재량권을 벗어나 균형을 상실한 제명처분을 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

2) 이 사건 징계사유는 2017년 및 2019년 단체협약안이 유효하거나 단체협약안에 기재된 내용이 피고의 입장으로 인정되어 장차 피고와 C의 단체협약을 구속하는 효력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2017년 및 2019년 단체협약안의 경우 C 대표이사와 피고 대표자인 원고 A의 서명이 되어 있지 않은 문서로 효력이 없고, C와 피고 사이에 장기간 상호 서명·날인 없이 단체협약 개정 내용을 인정하여 온 사실이 있다하더라도 이를 달리 볼 수 없다.

더하여 C와 피고는 단체협약과는 별개로 실질적으로 단체협약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 중 신속한 합의가 필요한 세부 항목에 관하여는 2017년 및 2019년 임금 및 단체교섭 합의서를 작성하여 상호 서명·날인하고 그에 따라 근로자의 처우를 달리 해왔던 점, 그럼에도 2019년 단체협약안의 경우 그 해의 주요 반영사항으로 취급되는 2019년 임금 및 단체 교섭 합의서의 일부 항목이 누락되어 있었던 점, 2017년 및 2019년 단체협약안의 경우 C에서 작성하여 원고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기는 하였으나 이후 그 내용에 대해 상호 확인하고 합의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 점을 볼 때, 2017년 및 2019년 단체협약안은 불완전하게 작성되었고, 그 작성과정에서 유효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3) 그렇다면 원고들이 2019년 단체협약안에 기재된 대로 2019년 임금 동결과 각종 수당 삭제에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조직원의 단결을 해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고, 위 2017년 및 2019년 단체협약안을 후행집행부에 인계하지 않은 것 또한 피고의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원고들의 임기 중 단체협약이 없었다면 그 자체로 피고 집행부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들은 C와 단체협약에 이르지는 못하였으나 교섭을 통하여 단체협약의 내용을 구성하는 2017년 및 2019년 임금 및 단체교섭 합의서를 완성하였던바, 원고들이 직무를 유기하여 피고의 활동을 방해하였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임금 및 단체교섭을 위한 설명회 당시 왜곡된 정보제공으로 투표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측이 불리한 부분을 일부 삭제한 글을 게시하여 조합원들에게 협의 관련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설명회 당시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정보제공의 기회를 가진 점을 볼 때, 이것만으로 원고들이 피고의 활동을 방해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이 게시한 상여금 관련 글에 관하여, 2016년 임금 및 단체교섭 합의시 상여금이 기본급으로 통합되는 형태의 변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원고들은 그 근거되는 2016년 임금 및 단체교섭 합의서를 자료로 제시하며 위 통합이 근로자들에게 이익이 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사실상 상여금의 통합과정에서 상여금의 지급방식만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급여 감소의 효과를 불러왔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바, 이것만으로 원고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 밖에 원고들이 조합원 결의에도 불구하고 2019.3.4.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측과 불리한 제도개선안에 합의하였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

4) 피고는 피고 규약 제57조의 1에 따라 제명 후 6개월이 지나면 복권을 신청할 수 있음을 들어 이 사건 제명처분이 과중하지 않다고 주장하나, 위 복권 결정은 과반수 참석에 참석인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는 피고 규약 제32조상의 임원 징계에 대한 대위원회의 결의 요건과 같은바 제명처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던 당사자가 위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다.

 

판사 서범준(재판장) 노형미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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