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대법원은 피고(회사)와 협력작업계약을 체결한 피고의 협력업체 소속으로 피고가 운영하는 제철소에서 크레인 운전 등 업무에 종사한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구 파견법에 의한 근로자 지위의 확인 또는 개정 파견법 의한 고용의 의사표시를 청구한 사건들에서, 근로자 지위 확인을 청구하였으나 소송 계속 중 정년(피고회사 취업규칙 상 정년)이 도래한 원고들에 대해서는, 그 소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게 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직권으로 각 원심판결 중 해당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소를 각하하는 취지로 자판하였고, 정년이 도래하지 않은 나머지 원고들에 대해서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였고,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직접고용 의제 등의 효과가 소멸하였거나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각 원심판결을 확정하였음.


【대법원 2022.7.28. 선고 2016다40439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6다40439 근로자지위확인등

• 원고, 피상고인 /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 피고, 상고인 / BC 주식회사(변경 전 상호: 주식회사 Q)

• 원심판결 / 광주고등법원 2016.8.17. 선고 2013나1128 판결

• 판결선고 / 2022.07.28.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 A, L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위 원고들에 관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며, 이 부분 소를 모두 각하한다.

원고 A, L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소송수계신청인의 소송수계신청을 기각한다.

원고 A, L에 대한 소송총비용 및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비용은 모두 피고가 부담하고, 소송수계신청으로 인한 비용은 피고소송수계신청인이 부담한다.

 

<이 유>

1.  원고 A, L의 청구에 관하여 직권으로 본다.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이란 당사자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이를 제거함에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된다(대법원 1991.10.11. 선고 91다1264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취업규칙은 소속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로 하고, 정년에 달한 연도의 말일에 퇴직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 상고심 계속 중인 2021.12.31. 원고 A, L의 정년이 도래하였음이 명백하고, 원고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위 원고들은 더 이상 피고 회사에 대하여 근로자지위에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것이 위 원고들의 현존하는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불안·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위 원고들의 이 사건 근로자지위 확인의 소는 더 이상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게 되었고, 이 점에서 본안에 관하여 심리·판단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이 부분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 내지 제5점에 대하여

1)「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12.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어 2007.7.1.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이라고 한다) 제2조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원고들이 이 사건 각 협력업체와 고용을 유지하면서 피고의 사업장에서 크레인 운전업무를 수행한 기간에 원고들에 대해 구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사용사업주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가) 전산관리시스템을 통하여 피고의 제품 생산과정과 조업체계가 관리되는 방식이 정착된 이후 피고는 크레인을 이용한 작업의 구체적인 내용, 즉 운송대상과 운송순서, 운송지점 등을 전산관리시스템을 활용하여 결정하였다. 피고가 이 사건 협력업체들에 맡길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단순히 전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전산관리시스템을 통해 전달된 작업대상 및 작업순서에 따라 크레인 운전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에게 전달된 작업 정보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로 기능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각 협력업체나 원고들이 작업순서를 일부 변경하거나 작업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보기 어렵다.

나) 크레인 운전을 통해 코일을 운반하는 업무는 압연공정 자체에 필수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고, 양자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분리되기 어렵다. 크레인 운전 업무의 작업성과는 전체 압연제품 생산 공정의 소요시간과 작업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크레인운전 업무를 수행한 원고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피고는 이 사건 각 협력업체가 수행할 업무, 크레인 운전에 필요한 인원수, 크레인 운전 작업자가 수행하는 작업량을 실질적으로 결정하였다. 피고는 천장크레인운전업무에 관하여 이 사건 협력업체들 소속 근로자들이 탑승할 크레인과 무인화로 운영할 크레인 등을 정하였고, 피고가 제시하여 협력작업계약의 내용에 포함된 작업사양서에서는 작업별로 투입될 직무별 인원 등을 정하였다.

라) 피고가 이 사건 각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대가는 작업성과나 작업물량에 따라 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별 투입인원수를 예상하여 그 근무시간에 따라 결정되었다. 원고들이 수행한 크레인 작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작업표준에 따라 단순·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것으로서,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성이 필요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마)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대부분의 매출을 피고와의 거래에 의존하고 있고, 원고들의 크레인 운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설비인 천장크레인과 코일 등 운반 업무 수행에 필수적으로 사용된 전산관리시스템은 모두 피고가 소유하고 실질적으로 관리하였다.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전문화나 작업능률 향상을 통해 사업영역을 개척하거나 추가적인 이윤 획득의 기회를 얻는 등 독자적인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 판시에 이 사건 각 협력작업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천장크레인 운전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었는지에 대한 설시가 없는 점 등 일부 미흡한 점이 있으나,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6점에 대하여

1) 구 파견법상의 직접고용간주 규정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법률관계와 이에 따른 법적 효과를 설정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파견사업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위와 같은 법률관계의 성립이나 법적 효과 발생 후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것을 그 효력존속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이 간주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간주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19.8.29. 선고 2017다219072, 219089, 219096, 219102, 219119, 219126, 219133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직접고용간주일 이후 이 사건 각 협력업체로부터 징계면직된 원고들에게는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 규정의 법적 효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상고이유 제7점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 B, G, J, K, M, N, O, P이 피고와의 간주된 고용관계를 실제로 유지할 의사가 없음에도 이 사건 소로써 피고를 상대로 직접고용간주의 효력을 주장하고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위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된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소송수계신청에 대하여

 

피고소송수계신청인은 2022.3.2. 피고로부터 분할·설립되어 이 사건 소송과 관련된 권리·의무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소송수계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상고심 소송절차가 이와 같은 단계에 이르러 변론 없이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신설회사로 하여금 소송절차를 수계하도록 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4.1.16. 선고 2013다2010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 소송수계신청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고 A, L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되, 이 부분은 이 법원이 직접 판결하기로 하여 이 부분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부분 소를 각하하며, 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상고와 피고소송수계신청인의 소송수계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원고 A, L에 대한 소송총비용 및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비용은 피고가, 소송수계신청으로 인한 비용은 피고소송수계신청인이 각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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