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피진정인이 직원들의 출·퇴근 관리를 위하여 개인정보 보호법상 규정된 내용을 고지하지 않고, 대체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지문인식기를 활용하여 직원들의 지문정보를 수집, 활용한 것은 사실상 지문등록을 강요한 것이라 할 수 있고, 헌법 제10조 및 제17조가 보장하는 진정인을 포함한 직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인권위원회 2020.3.31. 19진정0262600 결정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2위원회 결정

사 건 / 19진정0262600 [지방자치단체의 지문인식기를 이용한 출·퇴근 관리에 의한 인권침해]

진정인 /

피진정인 / 시장

 

<주 문>

시장에게, 지문인식기를 이용한 근태관리 이외의 대체수단을 마련한 뒤, 소속 직원들의 개별적 동의를 얻어 지문인식 근무관리 시스템을 운영할 것을 권고한다.

 

<이 유>

1. 진정요지

 

진정인은 도서관에서 경비로 일하고 있으며 , 올해부터 촉탁직으로 전환되어 시에 고용되었다.시에 근무하는 경비원과 청소노동자는 2019.1.부터 출·퇴근시 지문인식기를 찍어야하는 반면, 사서와 행정직 직원들은 출·퇴근시 지문인식기를 찍지 않고 있으며 특근이나 야근의 경우에만 지문인식기를 찍고 있다.

지자체에서 직원들의 출·퇴근 확인을 위해 생체정보인 지문을 찍게 하는 것은 그 방법이 과도하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하며, 경비원과 청소노동자를 차별하는 차원에서도 부당하다.

 

2. 당사자의 주장 요지

 

. 진정인

위 진정요지와 같다.

 

. 피진정인

공무직(무기계약직)및 기간제근로자(촉탁직 포함 )는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을 따르고, 일부 공무원 복무규정을 준용한다. 시의 경우 출·퇴근 지문기록을 연계한 새올시스템을 통해 유연근무자 복무관리를 하고 있다. ·퇴근 시 지문인식기 사용과 관련하여, 직원들의 지문을 수집, 보관, 활용하는 것은 지방공무원 유연근무제 운영지침(2018.1. 행정안전부)”에 규정된, “유연근무자의 경우 반드시 복무관리 시스템 등을 통한 출·퇴근 등록을 하여야 한다.”는 지침에 근거하고 있다.

도서관 근무자는 116시간(07시 개관~23시 폐관)운영하는 도서관 특성에 따라 2교대로 근무하고 있으며 , 근무시간 선택형으로 분류되는 유연근무자는 지문인식기를 통하여 출·퇴근 등록을 하여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에도 유연근무자인 경우에는 반드시 출·퇴근 지문 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있으며, 지문인식기 운영 방식은 시 소속 전 직원(공무원, 공무직 등)이 근무하는 기관이 모두 같다.

시는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하여 별도로 동의서를 수령하지는 않으나, 유연근무자의 지문인식기를 통한 출·퇴근 등록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보다는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복무규정 준수의 실익이 크므로 제도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는 지문등록과 관련하여 직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절차를 밟지 않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위반 여부 등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 대상 동의서를 받거나 혹은 지문등록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전자태그 방식 등의 대체수단 마련 등 개선계획을 검토 중이다.

 

3. 관련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4. 인정사실

 

진정서, 피진정인의 의견서 및 피진정기관 담당자의 전화조사 진술, 피진정인 및 시 도서관사업소가 제출한 현황 자료와 관련규정 등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 시 도서관사업소는 지방자치법 제114조 및 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제21조와 제22조의22호에 따른 시 소속행정기관이며, 진정인이 근무하는 도서관을 포함한 시 소재 18개의 도서관 운영 전반에 관한 사무를 수행하고 있다.

 

. 도는 ××××.××시 초과근무수당 부당운영실태 조사결과를 통하여 시 소속 공무원들이 초과근무시간을 대리 기재하는 방법으로 시간외 근무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하였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내용은 다수의 언론에 보도되었고, 도의 조치 지시에 따라 시는 2007.1월부터 직원들의 근태관리 방식을 기존 수기대장에서 복무관리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으로 변경하였고, 이와 함께 지문인식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 시 소재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직(무기계약직)및 기간제근로자(촉탁직 포함 )근무형태는 유연근무제의 한 유형인 근무시간 선택형으로 분류되며, 116시간(07시 개관~23시 폐관)운영하는 도서관 특성에 따라 2교대 근무하고 있다. 진정인과 같은 도서관 경비 근무자들도 2개 조(1: 06:00~15:00, 2:14:10~23:10)로 근무한다.

 

.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공무직(무기계약직)및 기간제근로자(촉탁직 포함), 유연근무 형태 공무원의 복무관리는 출퇴근 지문인식기를 이용하고 있으며, 초과근무자도 지문인식기를 이용하여 근무시간을 확인한다. 시 직원들의 지문정보 수집 및 활용과 관련하여 조례 등 특별한 규정은 없으며, 피진정인은 직원들로부터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서를 수령하거나 명시적인 동의를 받은 사실은 없다.이와 같은 지문인식기를 활용한 방식은 시 소속 전 직원(공무원, 공무직 등)이 근무하는 기관에 공통된다.

 

. 시 도서관사업소가 관리하는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유연근무자 180(2019.4월 기준)과 초과근무자들은 모두 지문인식기를 통하여 출·퇴근시간을 관리하고 있고, ·퇴근 관리를 위하여 지문인식기 이외의 대체수단은 마련되어 있지 않으나, 예외적으로 직원 중에 지문이 훼손되거나 지문인식이 어려운 경우 (주부습진 등으로 지문인식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직원들)에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근태를 관리한다. 출퇴근 시 지문인식기에 인식을 하지 않는 경우 일지에 기록해 두는 방식으로 사후 증빙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 직원 중 지문인식기 날인을 거부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5. 판단

 

. 판단기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개인정보와 관련한 헌법적 보호는 개인정보그 자체뿐만 아니라 개인정보에 대한 자율적 통제에 초점을 두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

또한,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제15조제1항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등에 해당될 때에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조제2항은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을 때는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기간,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 및 동의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불이익의 내용을 정보주체에게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지문인식기를 이용한 출·퇴근 관리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여부

지문은 그 정보주체를 타인으로부터 식별가능하게 하는 개인정보이고, 살아있는 동안 그 사람과 결합되어 있으며 , 이름이나 주소, 식별번호, 암호와 같은 다른 개인정보와는 달리 변경할 수 없는 생체정보이다. 지문정보와 같은 생체정보는 신체 그 자체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강한 일신전속성을 가지는 유일식별자로서 언제든지 정보의 축적이 가능하고, 데이터베이스 연결의 고리로 가능할 수 있으며 , 축적된 정보가 부당하게 활용되거나 유출될 경우 정보주체에게 미칠 수 있는 피해의 위험성은 중대하다.

우리 위원회는 지문정보와 같은 생체정보의 수집과 관리에 있어 엄격한 기준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에 따른 동의 과정에서도 정보주체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하여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혹은 정보처리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의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일관적으로 견지하고 있다.

피진정인은 지방공무원 유연근무제 운영지침(2018.1.행정안전부)”을 근거로 지문인식기를 설치하였다고 주장하나, 업무방식의 통일을 위한 위 운영지침만으로 직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직접 제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고, 위 운영지침에도 유연근무자의 경우 반드시 복무관리 시스템 등을 통한 출·퇴근 등록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방법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피진정인의 주장은 지문을 수집하는 근거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피진정인은 법적인 근거 없이 지문인식기를 설치하여 직원들의 지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직원들 개인별로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한 사실이 없다. 또한, 사실상 지문날인이 불가능한 경우와 같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지문인식기를 통한 출·퇴근 지정 이외의 다른 대체수단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지문 미등록 시 근무 시간 기록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지문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이는 단순한 동의 절차의 미흡이 아니라 사실상 지문등록을 강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피진정인은 유연근무자의 지문인식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보다는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복무규정 준수의 실익이 크므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지문인식기를 이용한 출·퇴근 시간 자료의 객관성 확보 및 공정한 보상 제공이라는 목적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으나, 아무리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개인의 기본권은 헌법 제37조제2항에 따라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만 제한할 수 있다.더구나 지문정보와 같은 생체정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은 법적인 절차가 엄격히 지켜져야 하고 이는 현행법인 개인정보 보호법에 규율되고 있는 사항으로 피진정인의 주장은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에도 반한다 할 수 있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직원들의 출·퇴근 관리에 있어 이 진정사건과 같이 지문인식기 이외의 대체수단이 부존재하는 상황 또는 형식적인 동의 문제는 지문인식기와 관련한 위원회 진정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항이다. 이는 전자태그 방식이나 개인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설정한 컴퓨터 시스템에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는 방법 등 대체수단을 마련할 경우 행정상, 예산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각 기관은 이와 같은 비용을 회피하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체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채 지문인식기를 도입하여 직원들의 출·퇴근을 관리한다고 보인다. 또한 유사사례들에서 피진정인들은 공통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가시적으로 예상되지 않는 상황임을 강조하며 굳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소수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정보는 그 특성상 정보가 유출된 이후에는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어렵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개인정보에 대한 자율적 통제를 보장하는 권리이므로, 재산상 또는 인격적 불이익이 명확히 예상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정보주체를 보호하기 위해 정한 법률상 절차를 보장해야 할지 여부를 달리 볼 이유는 없다. 또한, 지문인식기를 사용한다고 할지라도, 지문을 복제한 실리콘 손가락을 이용하는 사례, 초과근무를 하지 않고 근무처가 아닌 다른 곳의 출·퇴근 지문인식기에 날인하는 사례, 초과근무와 무관한 사적인 회식 후 상황실로 돌아와 지문 인식한 사례 등 마음만 먹으면 여러 방법으로 시간외 수당을 부정수급할 수 있으며, 부정수급의 문제에 결코 지문인식기만이 최선의 방법이 아님에도, 비용 절감을 위하여 지문인식기 이외의 대안적인 방법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피진정인이 직원들의 출·퇴근 관리를 위하여 개인정보 보호법상 규정된 내용을 고지하지 않고, 대체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지문인식기를 활용하여 직원들의 지문정보를 수집, 활용한 것은 사실상 지문등록을 강요한 것이라 할 수 있고, 헌법 제10조 및 제17조가 보장하는 진정인을 포함한 직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

 

6.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제1항제1호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위원장 이상철 / 위원 조현욱 문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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