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12.12. 선고 201914469 판결

 

대법원 제1부 판결

사 건 / 201914469 점유이탈물횡령

피고인 / A

상고인 / 피고인

원심판결 / 의정부지방법원 2019.9.19. 선고 20183158 판결

판결선고 / 2019.12.12.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 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8.2.28. 00:25C 택시를 운행하면서, 위 택시를 이용하였던 D이 택시 안에 떨어뜨려 분실한 LG G5 골드 휴대전화 1개를 성명불상의 다른 승객으로부터 건네받아 습득하였음에도, 이를 반환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자신이 가질 생각으로 가져가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2.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공소사실 기재 일시 경부터 2018.3.2. 오후까지 분실한 승객에게 돌려주려고 이 사건 휴대전화기를 보관하고 있었을 뿐 불법영득의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1심은 E에 대한 증인신문 등을 한 다음,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는 E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휴대전화기를 불법영득의 의사를 가지고 영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변론을 종결한 다음 제1심에서 증거 조사를 거친 증거들을 토대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D은 휴대전화기의 분실을 인지한 후 6차례 걸쳐 부인 명의 휴대전화를 통하여 통화를 시도하였고, 2차례에 걸쳐 휴대전화기를 분실하였으니 습득하면 연락을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는 잠금장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 피고인은 평소에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고, 이 사건 휴대전화기의 전원이 2018.3.1. 오후까지 켜진 상태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D이 한 통화시도와 문자메시지를 모두 인지하였을 것이다.

(2) 피고인은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잠금이 걸려있어서 통화를 하지 못하였고, 배터리가 8% 정도밖에 남지 않아서 이발소에 이 사건 휴대전화기의 충전을 부탁하기 위해 이를 가져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D의 진술에 의하면 잠금이 되어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반면에, 위 배터리 용량으로도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충분할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는 납득하기 어렵다.

(3) 피고인은 이후 이 사건 휴대전화기를 피고인이 운행하는 택시의 글로브박스에 넣은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D이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에 출석하게 되자 그제야 이 사건 휴대전화기를 돌려 줄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4) 피고인은 2018.3.2. 16:30 무렵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자 피고인 운행의 택시 내 블랙박스 영상을 모두 삭제하였다.

 

3. . 형사소송법은 형사사건의 실체에 대한 유죄·무죄의 심증 형성은 법정에서의 심리에 의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한 요소로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원본증거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하여 사건에 대한 정확한 심증을 형성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 원본증거에 관한 직접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형사소송절차의 진행과 심리 과정에서 법정을 중심으로 특히,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조사가 이루어지는 원칙적인 절차인 제1심 법정에서 위와 같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이 충분히 구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원래 제1심이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 한 뒤 그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다른 증거들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 증인신문조서에는 기록하기 어려운 여러 사정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게 된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게 된다. 이에 비하여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에 대한 항소심의 신빙성 유무 판단은 원칙적으로 증인신문조서를 포함한 기록만을 그 자료로 삼게 되므로, 진술의 신빙성 유무 판단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진술 당시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그 평가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1심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9.7.24. 선고 201817748 판결 등 참조)

 

.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을 토대로 원심판단의 당부를 살펴본다.

(1) 원심이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본 주된 근거는,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잠금장치가 되어 있지 않아 피고인이 D의 통화시도와 문자메시지를 모두 인지하였을 것임에도 휴대전화기를 반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고 오인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여 잠금장치가 실제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정이 유죄의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이 사건 휴대전화기의 화면을 켜는 방식이 특정 제조회사 제품에 특이한 것으로 다른 휴대전화기의 방식과 달라서 이를 사용해 보지 않은 사람이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피고인은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전혀 고지 받지 못한 채 단순히 신고 접수된 것이 있으니 와달라는 경찰의 요청을 받고 2018.3.2. 17:00경 경찰서에 출석하게 되었는데, 출석 후 경찰로부터 사건 내용을 듣자마자 바로 이 사건 휴대전화기를 택시의 글로브박스에 보관하고 있다며 임의 제출하고 경찰의 피의자신문에도 응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경찰 피의자신문 시에 잠금이 걸려 있는지 켜지지도 않았다.’, ‘핸드폰이 특이한 건지 잠금이 열리지 않아서 전화가 걸리지도 않았다.’라는 등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만약 피고인이 잠금장치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면, 임의 제출된 이 사건 휴대전화기만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잠금 여부에 관하여 위와 같은 진술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D이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F아파트(피고인의 주거지 인근이다)에 전화기가 있는 것까지는 확인했습니다.’, ‘현재는 분실신고 상태이고 오늘까지 연락이 없으면 도난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그렇게 해야 경찰이 수사를 한다고 하더이다.’라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 만약 원심의 판단과 같이 피고인이 위 각 문자메시지를 확인하였다면, 피고인으로서는 그 내용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휴대전화기를 반환하려는 노력을 하거나 또는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원을 끄는 등의 행위를 하였을 것임에도 피고인은 그러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전화가 걸려오면 받을 생각으로 자신이 이용하는 헬스클럽에도 가지고 갔다고 주장하였는데, 실제로 피고인은 2018.2.28. 17:41경 이 사건 휴대전화기를 소지한 채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한 것이 확인 된다.

D이 통화를 시도한 시간 및 문자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피고인이 택시를 운행하는 시간대와 달라 이 사건 휴대전화기를 택시의 글로브박스에 보관하던 피고인으로서는 그와 같은 통화시도 내지 문자메시지 송부 사실을 그 즉시 바로 인지하지는 못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2) 피고인이 이용하는 이발소의 업주인 E은 제1심에서 피고인이 2018.3.1. 오후에 이발소에 와서 휴대전화기를 꺼내면서 손님이 놓고 내렸는데 충전을 좀 해달라고 했다. 이발소에 있는 동안 전화가 오지는 않았다. 배터리가 6~7% 정도 남아 있었고 당시 가지고 있는 중전기와 맞지 않아서 중전을 하지 못했다.’라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1심은 위와 같은 E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여 이를 주된 근거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반면, 원심은 잠금장치가 되어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설득력 없고 그와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도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E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이를 쉽게 배척할 것은 아니다.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인은 2018.3.2. 17:00경 경찰서에 와서야 자신에 대한 혐의 내용을 알게 되고 바로 경찰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았다. 피고인은 위 경찰 피의자신문 시부터 제가 가는 이발소에 이 사건 휴대전화기를 들고 가서 충전 잭을 꼽아보았는데 충전이 되지 않았다. 이발소 사장에게 승객이 두고 내린 거라 돌려줘야 되는데 키는 법도 모르겠고 충전도 안 된다고 말을 했다.’고 진술하였을 뿐 아니라 경찰에게 E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등 그에게 연락하면 피고인의 결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과 태도에 비추어 볼 때, E의 제1심 증언 내용이 피고인 때문에 왜곡된 허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휴대전화기의 특성, 피고인의 연령, 이 사건 휴대전화기를 보관한 이후에 보인 피고인의 행동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잠금장치가 되어 있다고 오인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휴대전화기를 이용하여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를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위와 같은 E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 원심은 피고인이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자 택시 내 블랙박스 영상을 모두 삭제하였다는 점 또한 유죄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운행한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나, 이를 피고인이 고의로 삭제하였거나 실제 삭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을 이유로 삭제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 앞서 살펴본 것처럼, 원심이 E의 제1심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그에 대하여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은 제1심이 E에 대한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면서 그 모습, 태도, 뉘앙스 등을 관찰한 다음 그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가치를 인정하여 내린 판단을 뒤집을 만큼 특별하거나 합리적인 사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음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주심) 이기택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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