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 내용과 목적 및 취지, 임금 상당액 구제명령의 의의 및 그 법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되므로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제30조제3항에 따라 금품지급명령을 신청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3] 이와 달리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재심판정에 대해 소를 제기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다른 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종전 판결(대법원 1995.12.5. 선고 9512347 판결, 대법원 2001.4.10. 선고 2001533 판결, 대법원 2011.5.13. 선고 20111993 판결, 대법원 2012.7.26. 선고 20123484 판결, 대법원 2015.1.29. 선고 20124746 판결 등)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한다.

원고가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한 후 제1심 소송 계속 중 정년에 도달한 사안에서,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도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의 목적에 포함되는 점, 근로자가 미지급 임금에 관해 강제력 있는 구제명령을 얻을 이익이 있는 점, 민사소송과 별개로 신속·간이한 구제절차 및 이에 따른 행정소송을 통해 부당해고로 입은 임금 상당액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점 등을 들어 원고에게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전원일치 의견), 이와 달리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제1심법원에 환송한 사례.

 

대법원 2020.02.20. 선고 201952386 판결

 

대법원 판결

사 건 / 201952386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원고, 상고인 /

피고, 피상고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9.9.4. 선고 201930487 판결

판결선고 / 2020.02.20.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와 원심 판단

 

. 사건 개요

(1)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던 중 2016.12.경 참가인으로부터 해고를 통보받았다.

(2) 원고는 2017.1.17.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그 후 근로기준법 제30조제3항에 따라 원직복직 대신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 지급명령(이하 금품지급명령이라 한다)을 구하는 것으로 신청취지를 변경하였다.

(3)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에 대한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 구제신청을 기각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4) 원고는 2017.9.2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이하 이 사건 소라 한다)를 제기하였다.

(5) 참가인은 2017.9.19.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이 사건 소가 제1심 법원에 계속중이던 2017.10.1.부터 시행하였다(이하 개정 취업규칙이라 한다). 정년 규정이 없던 개정 전 취업규칙과 달리 개정 취업규칙에는 근로자가 만 60세에 도달하는 날을 정년으로 하고, 정년 규정은 개정 취업규칙 시행일 이전에 입사한 직원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정하였다.

 

. 원심 판단

원심은 원고가 개정 취업규칙 시행일인 2017.10.1. 정년이 되어 당연퇴직함에 따라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개정 취업규칙의 적용 등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개정 취업규칙이 원고에게 적용된다고 보아, 원고는 2017.10.1. 정년이 되어 당연퇴직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원심의 소송절차가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나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소의 이익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 기존 대법원 판례의 태도

종래 대법원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재심판정에 대해 소를 제기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사직하거나 정년에 도달하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이유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근로자가 구제명령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보아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해고기간 중에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받기 위한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민사소송절차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소의 이익을 부정하여 왔다(대법원 1995.12.5. 선고 9512347 판결, 대법원 2001.4.10. 선고 2001533 판결, 대법원 2011.5.13. 선고 20111993 판결, 대법원 2012.7.26. 선고 20123484 판결, 대법원 2015.1.29. 선고 20124746 판결 등. 이하 종전 판결이라 한다).

 

. 소의 이익을 인정할 당위성과 그 근거

(1)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규정 내용과 목적 및 취지, 임금 상당액 구제명령의 의의 및 그 법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되므로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근로기준법은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에 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당해고 등을 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28조제1), “노동위원회는 제29조에 따른 심문을 끝내고 부당해고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하여야 하며, 부당해고등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관정하면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30조제1)라고 규정하고 있다.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부당한 해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원상회복, 즉 근로자가 부당해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향유할 법적 지위와 이익의 회복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근로자 지위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부당한 해고라는 사실을 확인하여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도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의 목적에 포함된다.

()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가 성립한다고 인정되면 부당해고임을 확인하고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구제명령을 하고 있다. 부당한 해고를 당한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하도록 하는 것과,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우월한 구제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하도록 하는 것은 장래의 근로관계에 대한 조치이고,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가 부당한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던 기간 중의 근로관계의 불확실성에 따른 법률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서로 목적과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원직복직이 가능한 근로자에 한정하여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할 것은 아니다.

() 노동위원회가 하는 구제명령은 사용자에게 이에 복종해야 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시킬 뿐 직접 노사간의 사법상 법률관계를 발생 또는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구제명령이 내려지면 사용자는 이를 이행하여야 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하고,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며(근로기준법 제33), 확정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근로기준법 제111) 등 구제명령은 간접적인 강제력을 가진다. 따라서 근로자가 구제명령을 통해 유효한 집행권원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고기간 중의 미지급 임금과 관련하여 강제력 있는 구제명령을 얻을 이익이 있으므로 이를 위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이익도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기 위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사정이 소의 이익을 부정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행정적 구제절차인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민사소송을 통한 통상적인 권리구제방법에 따른 소송절차의 번잡성, 절차의 지연, 과다한 비용부담 등의 폐해를 지양하고 신속·간이하며 경제적이고 탄력적인 권리구제를 도모하는 데에 그 제도적 취지가 있다(대법원 1997.2.14. 선고 965926 판결 참조).

근로자가 해고기간 중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그와 별개로 신속·간이한 구제절차 및 이에 따른 행정소송을 통해 부당해고를 확인받고 부당해고로 입은 임금 상당액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 종전 판결은 금품지급명령을 도입한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고, 기간제근로자의 실효적이고 직접적인 권리구제를 사실상 부정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2007.1.26.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33조의3 1(현행 근로기준법 제30조제3)은 부당한 해고의 구제방식을 다양화함으로써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제고할 목적으로, 해고에 대한 구제명령을 할 때에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아니하면 원직복직을 명하는 대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게 하였다. 이와 같이 원직복직을 전제로 하지 않는 구제수단을 제도적으로 도입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직복직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소의 이익을 인정하여 근로자가 구제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

기간제근로자가 근로계약기간 중 부당한 해고를 당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구제신청이 기각된 경우, 근로자가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종전 판결에 따르면 이 경우 소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기간제근로자는 구제받기 어렵다.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부당해고의 원상회복을 위해서는 원직복직보다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안을 판단하지 않는 종전 판결의 태도는 기간제근로자의 권리구제에 실질적인 흠결을 초래한다.

(2) 위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가 근로기준법 제30조제3항에 따라 금품지급명령을 신청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3) 이와 달리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대해 소를 제기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다른 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종전 판결을 비롯하여 같은 취지의 판결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한다.

 

.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앞에서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고가 제1심 법원 소송계속 중 개정 취업규칙에 따라 2017.10.1. 당연퇴직하여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원고가 당연퇴직하였으므로 종전 근로자 지위를 회복하거나 이를 대신하는 금품지급명령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에게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제1심 판결을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결에는 소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기로 하되,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제1심 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조희대(주심)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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