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상표권자 또는 그의 동의를 얻은 자가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해당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03.4.11. 선고 20023445 판결 참조). 한편, 지정상품, 존속기간, 지역 등 통상사용권의 범위는 통상사용권계약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므로 이를 넘는 통상사용권자의 상표 사용행위는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을 양도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양도행위로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고,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상표권의 소진 여부 및 상표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상표권의 통상사용권자가 인터넷쇼핑몰에서의 판매를 일부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위반하여 피고인에게 상표가 부착된 제품을 공급하고 피고인이 인터넷으로 이를 판매하였는데, 피고인이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인터넷쇼핑몰에서 상품을 판매한 것은 상표권 침해죄에 해당한다고 기소된 사안임.

이 판결은,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이 유통된 경우 일률적으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 없고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상표권의 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최초로 판시하였고, 이 사건에서는 통상사용권자가 피고인에게 상품을 양도함으로써 해당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소진되어 상표권자가 상표권을 행사할 수 없고, 또한 피고인에게 상표권침해의 고의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임.

 

대법원 2020.1.30. 선고 201814446 판결

 

대법원 제2부 판결

사 건 / 201814446 상표법위반

피고인 / 피고인

상고인 / 피고인

원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8.8.24. 선고 2017496 판결

판결선고 / 2020.1.30.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온라인몰 시계판매업체인 (상호 생략)(영문 상호 생략)의 실질적 대표자이다. 피고인은 2012.9.경부터 2016.4.8.까지 상표권자인 피해자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이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에게 피해자 회사와 합의된 매장에서 판매하는 경우에는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통상 사용권을 부여한 'M'자 문양의 ○○○○○ 브랜드가 부착된 시계를 위 약정에 위반하여 공소외 2 회사로부터 납품받아 피해자 회사와 합의되지 않은 온라인몰이나 오픈마켓 등에서 판매함으로써 피해자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다.

 

2. 상표권의 소진에 관한 판단

 

. 상표권자 또는 그의 동의를 얻은 자가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해당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03.4.11. 선고 20023445 판결 참조). 한편, 지정상품, 존속기간, 지역 등 통상사용권의 범위는 통상사용권계약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므로 이를 넘는 통상사용권자의 상표 사용행위는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을 양도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양도행위로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고,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상표권의 소진 여부 및 상표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해자 회사는 ‘ ‘ 상표(상표등록번호 생략) 등의 상표권자로서 ○○○○○(△△△△△△△△△)'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 피해자 회사는 2010.7.1. 상표사용료를 받는 조건으로 공소외 2 회사에게 위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인 팔목시계 등 상품을 개발, 판매할 권한을 2015.6.30.까지 수여하는 내용의 상표권사용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서에는 공소외 2 회사는 피해자 회사와 합의된 고품격의 전문점과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여야 하며 할인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피해자 회사의 사전 동의를 득하여야 하며, 재래시장에서는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라는 판매장소 제한 약정이 기재되어 있다.

3) 위 계약 종료를 앞둔 2015.6.30. 피해자 회사는 공소외 2 회사와 협의서를 작성하면서 공소외 2 회사가 2015.12.31.까지 잔여 재고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대신 그 기간의 상표사용료를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는데, 기존의 판매장소 외에 피해자 회사가 지정한 아울렛 매장, 인터넷 쇼핑몰 중 피해자 회사의 직영몰과 백화점 쇼핑몰 6곳에서의 판매도 허용하되, 그 외의 곳에서 판매하는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하고 손해배상을 하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4) 피고인은 (상호 생략)(영문 상호 생략)의 운영자로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2 회사로부터 납품받은 시계를 온라인으로 판매해 왔다.

 

. 위 인정 사실 및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피고인이 판매한 시계는 상표권자인 피해자 회사의 허락을 받아 공소외 2 회사가 적법하게 상표를 부착하여 생산한 소위 진정상품으로서, 판매장소 제한약정을 위반하여 피고인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유통시킨 것만으로는 상표의 출처표시 기능이나 품질보증 기능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2) 또한 상표권사용계약상 공소외 2 회사에게 시계 상품에 대한 제조·판매 권한이 부여되어 있고, 판매를 전면 금지한 재래시장과는 달리 할인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판매는 상표권자의 동의하에 가능하여 유통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지도 않았으며, 실제로 재고품 처리를 위한 협약서에는 피해자 회사의 직영 몰, 백화점 쇼핑몰 등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서의 판매가 허용되기도 하였다.

3)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인터넷 쇼핑몰이 판매가 허용된 다른 인터넷 쇼핑몰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된다는 것만으로 바로 피해자 회사 상표의 명성이나 그동안 피해자 회사가 구축한 상표권에 대한 이미지가 손상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4) 피해자 회사는 상표권사용계약에 따라 공소외 2 회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받기로 하였고, 공소외 2 회사는 피고인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상품을 공급한 것이므로, 상품이 판매됨으로써 상표권자에게 금전적 보상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상표권자가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반면, 거래를 통해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5) 결국 공소외 2 회사가 피고인에게 상품을 공급함으로써 해당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

 

. 그런데도 원심은, 공소외 2 회사가 상표권자와의 판매장소 제한약정을 위반하여 시계를 피고인에게 판매한 행위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상표권 소진이론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표권의 소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피고인의 고의에 관한 판단

 

.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의 증명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상표권 침해죄의 죄책을 묻기 위해서는 피해자 회사와 공소외 2 회사 사이의 계약조건에 위반되어 상품이 공급된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였어야 하는데,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피고인은 일관하여 상표권침해 사실을 부인하면서 판매장소 제한약정을 알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여 왔고, 공소외 2 회사 또는 피해자 회사가 사전에 피고인에게 판매장소 제한약정을 알려주었다는 증거가 없다.

2) 피해자 회사의 고소장에는 2012.9.11.경 피고인에게 경고문을 발송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으나 피고인은 이를 받지 못했다고 다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 경고문에는 판매장소 제한약정을 위반했다는 내용도 나타나지 않는다.

3) 오히려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공소외 2 회사는 2015.1.5. ‘○○○○○손목시계 정품 확인서2016.3.2. ‘○○○○○ 손목시계 생산 확인서를 피고인에게 작성해 주었는데, 여기에는 피고인에게 납품한 제품은, 공소외 2 회사가 정식 라이센스를 받아 제조한 정품으로서 정식유통이 가능하고, 위조상품 및 상표위반 상품인 경우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의 시계판매업 경력, 상표권에 대한 경험과 지식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이 사건 상표권 침해행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상표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김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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