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에 의할 때, 직계약 택배기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고 평가할 만한 사정들이 엿보인다. 다만 직계약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인지에 대하여 법리가 확립되어 있지 않고, 이에 관하여 다수의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채권자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명할 만큼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고도로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 결정

사 건 / 2018카합21799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신청

채권자 / 전국○○연대노동조합

채무자 / ○○○○○○○ 주식회사

 

<주 문>

1.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신청취지>

1. 채무자는 채권자의 2018.1.11.자 교섭요구에 대하여 그 교섭요구 사실을 교섭단위 내 모든 사업장에 7일간 공고하는 등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성실하게 이행하라.

2. 집행관은 위 명령의 취지를 적당한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3. 채무자가 제1항의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채권자에게 이행완료일까지 15,000,000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 채권자는 택배업 종사 근로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전국단위 노동조합이고, 채무자는 화물운송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이다. 채무자와 직접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약 10명의 택배기사(이하 직계약 택배기사라 한다)가 채권자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 채권자는 2018.1.11. 2018.1.18. 채무자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하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시행령 제14조의3 1항에 따라 교섭요구 사실을 사업장에 공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그러나 채무자는 직계약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에 따른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채권자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하였다.

. 채권자는 2018.1.31.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채무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아니한 것을 시정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8.2.12. 직계약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고 보아, 채무자에게 채권자의 교섭요구 사실을 전체 사업장에 공고하라고 결정하였다.

. 채무자는 위 결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3.16.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직계약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채무자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채무자는 이에 불복하여 2018.4.27. 위 재심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이하 관련 행정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여 현재 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2867호로 소송 계속중이다.

 

2. 신청이유의 요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인 직계약 택배기사가 가입된 채권자는 2018.1.11. 사용자인 채무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다. 이 경우 채무자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1항에 따라 사업장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 집행관 공시, 간접강제를 구한다.

 

3. 판 단

 

. 노동조합법 제2조제1호는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그 사용종속관계는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이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하여 결정된다(대법원 2006.5.11. 선고 200520910 판결, 대법원 2018.6.15. 선고 201412598, 12604 판결 등 참조). 한편, 이 사건과 같이 본안판결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내용의 권리관계를 형성하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에는, 본안판결 전에 채권자의 권리가 종국적으로 만족을 얻는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반면, 채무자로서는 본안소송을 통하여 다투어 볼 기회를 가져보기도 전에 그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통상의 보전처분보다 높은 정도의 소명이 요구된다.

 

.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에 의할 때, 직계약 택배기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고 평가할 만한 사정들이 엿보인다. 다만 직계약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인지에 대하여 법리가 확립되어 있지 않고, 이에 관하여 다수의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채권자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명할 만큼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고도로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신청취지 제1항 기재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이에 대한 집행관공시 및 간접강제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채무자와 중앙노동위원장 사이의 관련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채무자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집배점 대표들도 직계약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견해에 서서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소송 계속 중이다.

직계약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는 점에 대하여는 현재 진행 중인 관련 행정소송에서 직계약 택배기사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방식 등 채무자와 사이에서의 지휘·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에 관한 사실 확인과 법리적 공방을 거쳐 판단되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관련 행정소송에서의 판단에 앞서 이 사건 가처분이 발령될 경우, 채무자는 사실상 직계약 택배기사의 근로자성에 대하여 다퉈 볼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더구나 당사자들 사이에 직계약 택배기사의 근로자 여부에 관한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통해 채무자로 하여금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할 것을 사실상 강제하더라도, 채무자는 여전히 택배기사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견해에 서서 단체교섭에 임할 것으로 보이는바, 채권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달성하려는 노무제공조건 개선 등에 관하여 실질적이고 유효적절한 교섭이 쉽사리 이루어지기도 어려워 보인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이승련(재판장) 강지엽 고석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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