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다음과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근로자파견의 징표로서 주장한 사정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 이들 근로자들이 특정 공정내에서 동일한 업무를 혼재하여 수행하는 경우는 확인되지 않으며, 한편으로 피고의 근로자들에 결원이 발생할 때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대체 투입되어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 피고의 공장 내에 설치된 컨베이어 등의 작동속도는 특정 공정을 거친 제품의 적치량을 결정하게 될 뿐, 타이어의 생산량이나 생산방식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의 타이어 생산 공정이 일반 제조업에서의 생산 공정에 비하여 고도의 유기성을 지닌다거나 상호 연관성·의존성이 두드러진다고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

- 원고들은, ‘피고가 공정별 생산 및 작업계획서 등을 작성하여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배부하여 작업을 지시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타이어 반제품 운반업무 등 일부 공정의 경우 피고가 작성한 운반계획서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사내협력업체 측에 배부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은 피고가 계획한 생산량이나 운반량 등 매일의 작업 총량을 사내협력업체 측에 할당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위와 같은 작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방법 등은 사내협력업체 측에 유보되었을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 피고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출·퇴근 및 휴가사용을 관리·통제하거나 징계권 내지 작업배치권 등 인사권을 행사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원고들의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다.

-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의 대표들이 대부분 과거 피고의 임·직원 출신인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사정이 곧바로 해당 업체의 기업으로서의 실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사내협력업체 대표자의 인적구성을 통해 확인되는 위와 같은 특수성만을 근거로 이 사건 도급계약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또한 특정 수급업체의 재정적 영세성이 곧바로 근로자파견관계의 결정적인 징표가 된다고도 볼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 2015.04.17. 선고 2014가합550098 판결 [종업원지위확인 등]

원 고 / 1. ○○, 2. ○○, 3. ○○, 4. ○○

피 고 / ○○타이어 주식회사

변론종결 / 2015.03.20.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원고 나○○2002.7.1.부터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 김○○, ○○, ○○에게 각 근로계약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는 대전, 충남 ○○군 등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타이어의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의 대전공장에서 근무하여 온 근로자들이다.

2) 원고 나○○의 경우 1992.12.경 피고에 입사하여 타이어 성형 및 압연·재단공정 등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후, 2000.7.경부터 피고의 사내협력업체 소속 직원으로 대전공장 내 같은 공정에서 근무중이고(퇴사 직후 주식회사 △▽에 채용되었다가, 주식회사 ◇□, ○◇실업 등을 거쳐 2013.1.경부터 주식회사 ○○○실업으로 소속이 변경되었다), 원고 안○○2008.7.경부터 피고의 대전공장에서 근무하여 왔다(주식회사 ○◇실업에 입사하였다가, 원고 나○○와 마찬가지로 같은 시기 소속이 주식회사 ○○○실업으로 변경되었다).

한편 원고 김○○, ○○은 피고의 통근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다가 피고를 퇴사한 다음, 1998.5.경 설립된 합자회사인 ▽▽기업의 무한책임사원으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그 무렵 ▽▽기업과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통근버스 운영업무를 외주화하였다가 2012년경 위 도급계약을 해지하였는데, 이후 원고 김○○, ○○2013.1.경 주식회사 ▽□티에 채용되어 그때부터 피고의 대전공장에서 근무하였다(원고 김○○의 경우 주식회사 ▽○ 등을 거쳐 2014.1.경부터 주식회사 ▽○○실업으로, 원고 정○○의 경우 2013.4.경부터 주식회사 ▽○로 각각 소속이 변경되었다. 이하 주식회사명칭은 생략한다).

 

. 외주화의 진행 경위 및 도급계약의 내용

1) 피고는 1990년 중·후반을 전후하여 재료 및 반제품 운반, 물류, 청소업무 등 타이어 생산 공정 중 일부를 외주화하기 시작하였는데(앞서 본 통근버스 운영업무 또한 같다), ○○○실업 등 원고들이 소속된 업체들은 모두 피고의 사내협력업체들로서 피고와 사이에 도급계약(통칭하여 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다음 대전공장 등에서 위와 같이 외주화된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사내협력업체들은 이 사건 도급계약 이행과 관련한 손해배상의 지급보증을 목적으로 서울보증보험과 사이에 피보험자를 피고로 한 보험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2) 위 사내협력업체들은 모두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되었으며(설립 당시의 자본총액은, 예컨대 ○○○실업의 경우 500만 원, ◇□의 경우 1억 원이었고, 나머지 업체들의 경우에도 사정이 엇비슷하였다), 대부분의 경우 피고 회사에서 장기간 근속하다 퇴직한 임·직원들이 업체의 대표를 맡아 회사를 운영하였다.

사내협력업체들은 도급계약에 부수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피고로부터 사무실을 제공받아 사용하였으며(수도비, 전화료 등 관리비를 포함한 사무실의 약정 임대료는 대체로 월 7만 원 정도였다). 해당 사무실은 피고의 대전공장 내에 소재하였다(그 주소는 사내협력업체들의 법인등기부상 본점 주소로 기재되었다).

3) 한편 사내협력업체들은 업체들의 대표를 선정하여 2013.11.경 피고, 대전지방 고용노동청장 등과 사이에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사내하도급의 원사업주와 수급사업주 간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상호 협력 등을 통해 도급사업의 적정한 운영 및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지침이다)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였다.

4) 이 사건 도급계약의 내용 중 주요 부분은 아래와 같다{다만, 6조의 경우 2013.1.1. ○○○실업과 체결한 도급계약의 내용으로, 다른 사내협력업체의 경우 피고와의 협의에 의해 도급단가가 달리 책정되었고, 특히 물류업무를 담당하는 ▽○○실업의 경우 아래의 타이어 생산중량 대신 ·출고(생산입고+재검입고) 실적중량을 도급료 산정기준으로 삼았다. 한편 피고는 타이어 생산중량을 기준으로 매월 사내협력업체들에게 지급하는 도급료와는 별도로 특별성과금 내지 특별상여금 명목의 금원을 간헐적으로 지급하거나, 해당 업체들로부터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연차휴가수당 소요 현황을 파악한 후 소정의 기준에 따라 산정된 금원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표 생략>

 

. 타이어 생산 업무의 특성

1) 피고의 타이어 생산 공정은 크게 재료공정(정련, 압연·압출·비드) 성형공정 가류공정 검사공정 물류공정으로 구분된다. 각 공정별로 이루어지는 대략적인 업무 내용은 아래와 같다{원고 나○○는 압연공정 내 재단업무, 원고 김○○GIP 업무(성형된 그린타이어를 가류공정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류 설비와 타이어가 서로 눌러붙지 않도록 약품을 도포하는 작업), 원고 정○○은 물류업무, 원고 안○○는 재료공정에서 만들어진 반제품을 성형공정에 운반하는 업무를 각각 담당하였다}.<표 생략>

2) 타이어 반제품 내지 그린타이어 등 개별 공정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은 성형·가류·검사 등 다음 단계의 공정으로 운반되며(특히 검사를 마친 완제품 타이어는 물류작업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물류창고로 운반된다), 각 공정에서는 다른 공정에서의 작업 지연 등에 대비할 목적으로 일정 분량의 재고를 적치·확보한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한다.

이들 타이어 반제품 등은 원고 안○○의 경우와 같이 밧데리카 등 작업차량을 이용하여 사내협력업체 직원 등이 직접 운반하기도 하나, 일부 공정들에서는 제품 운반을 위해 트롤리(성형공정-GIP공정)나 컨베이어(가류공정-검사공정, 검사공정-물류공정) 등 설비를 이용하기도 한다.

 

. 피고의 도급계약 이행 및 관여

1) 피고는 일, , 월 단위로 타이어의 전체 생산량을 결정하며, 그에 맞추어 타이어 반제품 등에 관한 품목별·시기별 성형 및 운반 계획서 등을 작성하였다. 또한 피고는 사내협력업체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설비 등을 검검하였고, 수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경비를 출현하여 보수작업을 실시하였다.

2) 피고는 소속 담당자를 통해 원고들을 포함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업장 전체의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총괄한 것을 비롯하여, 대전공장에 근무하는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업장 내 금연교육도 실시하였는데, 특히 사내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해서는 위반시 그 횟수에 따라 경고를 받거나 향후 발탁채용에서 제외될 것임을 경고하였다. 한편 피고는 사내협력업체 측이 참석하는 불합리 개선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였고, 위 회의를 통해 해당 업체의 도급계약 이행 상황을 청취하고 애로사항 등에 관한 해결책을 함께 논의하기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6 내지 11, 13 내지 16, 29 내지 3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10, 14 내지 22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김○◇, 주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도급계약은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에 있어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 나○○의 경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1998.2.20. 법률 제5512호로 제정되어 2006.12.21. 법률 제8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파견근로를 제공한지 2년을 초과한 날인 2002.7.1.부터 피고의 근로자 지위를 보유하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3.3.22. 법률 제11668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개정 전후 구분의 의미가 없는 범위에서 이를 구분하지 않고 파견근로자보호법이라 한다)이 정한 파견제한 업종에서 근무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해서는 같은 법률에 따라 피고가 위 원고들을 고용할 의무가 있다.

 

3. 판 단

 

. 도급과 근로자파견의 구별기준

파견근로자보호법 제2조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296922 판결 등 참조).

 

. 근로자파견 해당 여부

앞서 본 사실과 갑 제12, 17 내지 22, 24 내지 26호증, 을 제12, 13호증을 포함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근로자파견의 징표로서 주장한 사정들(그 중 일부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장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만으로는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실질적인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 업무(계약)의 내용

) 도급 대상 업무의 성격

(1) 피고가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 타이어 반제품 등의 운반업무, 물류업무, 청소업무 등을 순차적으로 외주화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원고 나○○, ○○ 등이 담당하는 압연공정 내 재단업무, 성형공정과 가류공정 사이의 GIP업무 또한 외주화 대상에 포함되었다). 피고는 대체로 공정별·업무별로 외주화 대상을 선정함으로써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그 내용과 범위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였다(특히, 검사를 마친 타이어를 별도의 창고에 적치하는 물류업무나 재료공정을 거쳐 생산·적치된 반제품을 성형공정으로 옮기는 운반업무 등은 인접한 다른 공정·업무와의 차별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 결과 이들 근로자들이 특정 공정내에서 동일한 업무를 혼재하여 수행하는 경우는 확인되지 않으며, 한편으로 피고의 근로자들에 결원이 발생할 때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대체 투입되어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다만, 증인 김○◇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결근 등을 한 경우 피고의 반장 등이 운반업무 등을 일부 도와주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위 증언이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인력공백 상태에 직면한 관리자들이 해당 공정의 원활한 관리 차원에서 다른 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담당 업무를 비정기적으로 지원하는 정도로는 업체 간 정식의 대체근로가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2) 피고가 위와 같이 외주화한 업무들은 전체 타이어 생산 공정 중 상대적으로 단순·용이한 업무들이 주를 이루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원고 안○○의 경우, 재료공정에서 생산된 반제품들 중 단일한 품목(카카스)만을 성형공정이 이루어지는 작업장에 반복적으로 운반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던 반면, 이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한 피고 소속 근로자인 김억의 경우, 개별 반제품들 각각의 성형 계획, 운반 구역이나 생산량을 참조하여 10여 종 이상의 반제품을 운반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한편 피고는 전체 타이어 생산 업무를 난이도나 업무내용 등에 따라 구분(1직무5직무)하였는데, 그중 도급계약의 대상이 된 업무들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단순·용이한 1, 2직무에 속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공정간 유기성의 정도

(1) 원고들은 공정 간의 유기성을 근로자파견의 징표로 부각하려는 취지에서, ‘이 사건 타이어 생산 공정이 컨베이어 등을 통해 상호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라고 주장한다.

(2) 그런데 건설공사 등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 전체 공정 중 일부 공정에서의 작업 중단이나 지연은 그 정도를 불문하고 전체 업무의 완성에 차질을 가져오지 않을 수 없다는 측면에서, 그것이 도급이든 근로자파견이든 간에 일반적으로 업체 사이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작업에는 일정 부분의 유기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 도급 등 협업적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생산에 있어서는 협업의 실질적인 내용이나 법률상 의미와는 무관하게 협업 그 자체로 인해 해당 공정 내지 업무들 사이에 일반적 의미에서의 의존관계 내지 연관관계가 형성되므로, 3자가 특정한 업무수행을 위해 원고용주 소속 근로자의 노무를 이용하는 법률관계가 도급인지 근로자파견인지를 판가름하기 위해서는 제3(이 사건의 경우 피고)와 원고용주(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각각 담당하는 공정들 간 유기성의 질적 측면이나 정도가 어떠한지를 나아가 살펴 볼 필요가 있다(그중 물류공정의 경우 해당 공정이 지연되더라도 이로써 타이어를 직접 생산하는 업무에 지장이 초래될 개연성은 낮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공정의 유기성보다는 독립성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을 우선하여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3) 이와 관련하여 원고들은 피고 공장 내의 모든공정들이 컨베이어 등 자동화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가류, 검사공정을 통과한 타이어를 각각의 다음 공정으로 운반하거나 GIP 작업을 위해 성형공정으로부터 그린타이어를 운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컨베이어 내지 트롤리 등 기계적 방식에 의해 공정별 생산품의 운반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기타 공정 간의 운반작업은 해당 공정의 담당 직원이 직접 차량을 운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컨베이어 등 설비에 에러가 발생하는 등으로 공정 간 제품의 운반이 일시적으로 중단된다고 할지라도, 그 경우 피고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투입하여 대신 운반작업을 수행토록 하는 방식으로 인접 공정에서의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성형공정 등 개별 공정에서는 작업 대상 물품의 재고분이 상당 부분 확보되어 있어, 컨베이어 고장 등 운반사고가 발생하는 때에도 일정 시간(증인 김○◇압연-성형공정의 경우 약 8시간 분의 재고물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동안은 타이어 생산 작업이 중단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였다(결국 공정별로 확보된 재고물량은 공정 간 유기성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물론 컨베이어 등의 고장 상태가 장시간에 걸쳐 지속된 결과 해당 공정의 재고물량을 모두 소진할 정도로 운반작업이 지체되는 때에는 전체적인 타이어 생산에 차질을 가져오게 될 것이나, 그러한 경우는 도급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협업에서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는 경우로서, 이를 공정간 고도의 유기성 내지 연관성의 징표로 삼을 수는 없다).

(4) 나아가 컨베이어 등 원고들이 예로 든 설비들은 모두 개별 공정에서 생산된 제품의 운반수단에 불과한 것인데, 나아가 공정 사이의 제품 운반을 넘어 개별 공정에서의 업무 자체가 컨베이어 등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원고들의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다. 따라서 피고의 공장 내에 설치된 컨베이어 등의 작동속도는 특정 공정을 거친 제품의 적치량을 결정하게 될 뿐, 타이어의 생산량이나 생산방식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원고들의 주장과는 달리, 피고 공장에서의 타이어 생산량 등은 컨베이어 등의 작동속도가 아니라 개별 공정을 담당하는 근로자들의 작업방식이나 업무강도에 좌우되는 측면이 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근로자들은 그 소속을 불문하고 기간 단위로 책정된 일정량의 타이어 반제품 등을 생산·운반하는 것으로 일응 업무의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데{피고가 작성한 성형계획서(을 제14호증), 운반계획서(을 제15호증)에는 오전, 오후, 야간 등 근무조별 생산 내지 운반량이 명기되어 있다}, 피고가 특히 원고들과 같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기간별 작업 총량의 할당에서 나아가 세부적인 작업방식까지도 관리·통제하는지 여부(예컨대 담당 작업자로서는 하루의 근무시간을 재량껏 활용하여 1일 운반량·출고량 등을 달성하는 것으로 족한 것인지, 아니면 매 시간 혹은 매 분 단위로 생산해야 할 작업량이나 작업방식이 피고 측에 의해 지정·규율되어 있는지 여부) 등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한편 피고가 계획한 전체 타이어 생산량에 따라 공정별 인원수나 근로시간이 결정된다는 점을 확인할 만한 자료도 마찬가지로 찾아볼 수 없다(이 사건 도급계약서 제9조제2항은 사내협력업체들이 도급물량에 따라 그 책임하에 탄력적으로 인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였음은 앞서 보았다).

(5) 그렇다면 피고의 타이어 생산 공정이 일반 제조업에서의 생산 공정에 비하여 고도의 유기성을 지닌다거나 상호 연관성·의존성이 두드러진다고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증인 김○◇은 원고들의 입장에 부응하여 한 공정에서의 생산 차질이 전체 공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피고의 생산공정 간 유기성을 강조하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으나, 이는 단순히 증인의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하에서 살펴 볼 주요 쟁점들과 관련하여 원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로 한 김○◇의 일부 증언 또한 상당 부분이 해당 사실을 한두번 보았다거나 제3자를 통해 들었다는 것에 불과한 데다가, 증인 김주의 증언과도 배치되는 등 그 신빙성이 의심된다).

) 도급금액의 결정

사내협력업체들이 외주화된 업무를 수행한 데 따른 도급금액은 기본적으로 타이어 생산량(ton)을 기준으로 산정됨으로써, 이 사건 도급계약은 일응 완성된 일의 정도에 따라 대가를 지급하는 도급으로서의 외형을 구비하였다고 평가된다.

다만, 피고가 타이어 생산량 등에 기준단가를 적용하여 매월 지급하는 도급료 외에도 특별성과금 내지 연차휴가수당 등 사내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에게 지출될 인건비 명목의 금원 또한 별도로 도급금액에 반영·지급하여 왔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연차휴가수당 명목의 금원 등은 타이어 생산량을 기준으로 매월 지급되는 도급료에 비해 그 비중이 낮은 점, 일반적인 도급계약에 있어서도 실질적으로는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지출규모를 감안하여 전체 도급금액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연차휴가수당 등 명목의 금원을 별도로 산정하여 수급업체에 지급하는 것이 곧바로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한 도급계약의 실질과 양립할 수 없다고는 보기 어렵다.

2) 업무수행의 형태

) 작업계획서 등의 작성

원고들은, ‘피고가 공정별 생산 및 작업계획서 등을 작성하여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 배부하여 작업을 지시하였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타이어 반제품 운반업무 등 일부 공정의 경우 피고가 작성한 운반계획서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사내협력업체 측에 배부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운반계획서 등의 내용에 비추어, 그러한 사정은 피고가 계획한 생산량이나 운반량 등 매일의 작업 총량을 사내협력업체 측에 할당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위와 같은 작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방법 등은 사내협력업체 측에 유보되었을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그 단적인 예로서, 이 사건 도급업무의 범위를 정한 작업시방서에는 업무주관’, ‘작업지시등에 관한 계획을 모두 사내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수립·실시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 시설점검 및 교육 등

(1) 피고가 도급계약의 이행을 위해 사내협력업체 측에 무상으로 혹은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사무실 및 각종의 생산 설비를 제공하였고, 특히 생산 설비에 대해서는 자신의 비용부담하에 직접 점검·보수작업을 실시하기도 하였음은 앞서 보았으나, 이는 생산 설비 등의 소유자인 피고가 도급업무의 원활한 진행과 협조를 위해 시설관리권의 범위 내에서 취한 합리적 조치로 보일 뿐, 달리 위와 같은 조치를 도급인의 통상적인 관리행위와 구분되는 근로자파견의 징표로까지 평가하기는 곤란하다(이 사건 도급계약서 제7조에도 같은 취지의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2) 이러한 점은 안전·금연교육 등 원고들이 사내협력업체에 대한 지휘·명령의 징표로 주장하는 각종의 교육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서, 피고가 그 책임하에 실시한 해당 교육이나 작업장 전체의 안전관리 또한, 고무 등 화재에 민감한 재료를 사용하는 생산공정의 특수성을 감안한 사용자의 시설관리권 행사 혹은 산업안전보건법 제18, 29조 등에 따른 도급사업주로서의 의무 이행을 위한 조치 등으로 평가된다.

원고들은 피고가 사내협력업체에 채용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OJT 교육의 실시 및 평가를 담당하였다고도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원고들이 위 주장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갑 제17 내지 23호증은 사내협력업체 소속 담당자가 작성한 서류들로 보인다).

(3) 한편 이 사건 도급계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피고가 사내협력업체 측에 실적향상을 촉구하거나 불량의 시정을 요청하기도 한 점은 인정되나, 위 요청사항은 주로 불합리 개선 회의등을 통해 사내협력업체 대표자나 담당 관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요청은 도급계약의 효율적 이행을 강조하기 위한 도급인의 일반적·추상적 차원의 독려나 호소로 평가될 뿐, 나아가 실적향상 등을 위해 피고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상대로 어떠한 구체적인 지시나 감독을 하였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 기타의 사정들

피고의 대전공장 내 근로자들의 업무수행 형태와 관련하여 원고들이 주장한 기타의 사정들, 피고가 주체가 되거나 그 책임하에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채용절차를 진행하였거나 임금명세서 교부, 상장 수여 및 해외여행 실시 등을 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한편 피고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출·퇴근 및 휴가사용을 관리·통제하거나 징계권 내지 작업배치권 등 인사권을 행사하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원고들의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다.

3) 계약당사자의 적격성

)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내협력업체의 대표들이 대부분 과거 피고의 임·직원 출신인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사정이 곧바로 해당 업체의 기업으로서의 실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다만, 피고와 사내협력업체 대표자 등 사이에 존재하는 위와 같은 관계의 특수성이 도급인과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 사이의 지휘·명령 관계를 의심케 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나, ‘타이어 제조 공정에 대한 이해도 증대피고 측 관리자와의 업무협력의 용이성등 사내협력업체의 설립배경과 관련하여 피고가 내세우는 근거들 또한 이를 전혀 터무니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서, 지휘·명령 관계를 추단할 수 있는 기타의 유력한 정황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사내협력업체 대표자의 인적구성을 통해 확인되는 위와 같은 특수성만을 근거로 이 사건 도급계약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 또한 특정 수급업체의 재정적 영세성이 곧바로 근로자파견관계의 결정적인 징표가 된다고도 볼 수 없는 것이어서, 예컨대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실업이 설립 무렵을 전후하여 피고로부터 수백만 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받았다고 할지라도(을 제1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해당 업체에게 소속 직원들에 대한 상여금 명목의 금원을 대여하였다가 일정 기간에 걸쳐 위 금원을 상환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피고와 ▽○○실업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이 근로자파견의 실질을 가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

 

. 소결

따라서 피고와 원고들 사이에는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고들이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성준규 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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