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희귀질환의 평균 유병율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율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 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율 또는 일정 연령대의 발병율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된 납,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이 원고의 체질 등 다른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발병케 하였거나 적어도 그 발병을 촉진한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함이 경험칙에 부합하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서울행정법원 2018.08.16. 선고 2017구단62399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 고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8.06.14.

 

<주 문>

1. 피고가 2016.10.12.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는 1993.1.경부터 △△전기 주식회사(이하 △△전기라 한다) 수원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FBT(Fly Back Transformer) 생산부에서 조립공정 업무 등을 수행하다가 1996.5.경 퇴사한 자로, 2001년경 출산 후 지혈이 되지 않아 2001.10.경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에 내원하였다가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은 후 2014.10.28. 피고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 피고는 2016.10.12.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확인되나,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이 호발하는 연령대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였고, 근무기간이 약 33개월로 짧으며 납은 이 사건 상병과 관련이 적고 고체 납이기 때문에 흡수율이 높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고, 전리방사선에 노출된 기간도 3개월로 짧아 누적 노출량이 많다고 보긴 어렵다. 또한 원고는 청소 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신너에서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역학조사 결과에서와 같이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만큼의 노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는 것이 위원들 다수의 의견이다란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 결과를 근거로 불승인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 이에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2017.3.13.경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로부터 재심사 청구 기각 재결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원고의 주장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할 당시 수행한 X- 검사와  도금신너 청소에폭시 주입공정 등에서 전리방사선벤젠포름알데히드  백혈병을 유발하는 물질에 복합노출된 , 원고는 보호구와 환기시설 없는 작업환경에서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한 점, 젊은 나이인 28세에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점,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근로자 중 11명이 백혈병을 앓게 되었다는 제보가 있고 이 사건 사업장의 특허자료에도 세척용 용제고온 에폭시수지작업이 확인되는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함이 타당하다는 소견을 제시한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 인정사실

1) 원고의 경력, 근무내용 및 작업환경 등

) 원고는 1993.1.경부터 전자부품을 개발생산하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FBT 생산부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1996.5.경 퇴직하였다.

) 이 사건 사업장의 FBT 생산부는 TVFBT를 생산하는 생산1, 모니터용 FBT를 생산하는 생산2과 및 FBT 기술업무를 담당하는 기술과로 구성되어 있고, FBT 생산공정은 권성공정{보빈(실패 모양의 플라스틱 통)을 권선기(자동설비)에 끼워서 코일을 감는 공정, 권선보빈은 고전압용(HV), 저전압용(LV) 2종류가 있음}, 조립공정{코일이 감긴 권선보빈의 끝 부분을 전기가 통하도록 납조 자동설비에 담갔다가 꺼내 제품 케이스와 포커스 유닛을 부착하고, 애노드캡(브라운관 연결 케이블)을 부착하는 공정}, 주입공정(자동화 설비로 에폭시를 주입하고 자동설비 내에서 경화하여 굳히는 공정), 완성공정(철 성분의 코어를 제품에 끼우고 전기특성검사로 이상 여부를 확인한 후 포장완성하는 공정)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당시 FBT 생산부는 가로 90m, 세로 45m 규모의 2층 건물의 1층에 생산1과가, 1층에 생산2과가 있었고, 가로로 권선, 조립, 주입, 완성 공정 순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 조립공정은 검사(권선보빈에 코일이 제대로 감겨 있는지를 확대경으로 검사), 홀더 조립(블리더 저항 등의 홀더 조립), 납 도금(자동화설비인 디핑기를 이용하여 FBT 끝 부분에 납 도금), 납 제거(도금 작업이 끝난 후 과도하게 묻어 있는 납을 핀셋으로 제거), 제품 케이스 조립(남땜 등의 방법으로 애노드캡 부착 등 케이스 조립), 신너 주입(자동화로 FBT 커버 안쪽에 신너 주입) 순으로 이루어졌는데, 원고는 입사 후 보호복과 장갑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보호장구 없이, 3개월 동안은 X-ray 검사 업무(보통 기술과 직원들이 수행하는 업무지만 FBT 불량품이 많은 경우에는 원고와 같은 신입직원도 수행하였다)를 주간 8시간 근무 형태로, 이후부터 퇴직할 때까지는 주로 조립공정 중 납 제거 업무를 주야간 2교대(12시간) 또는 3교대(8시간)근무 형태로 1주일에 6일간(1주일 2~3회 정도 초과근무를 하였다) 각 수행하였고, 때로는 납 도금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다.

) 원고가 약 3개월 동안 수행한 X-ray 검사 업무는 X-ray 촬영을 통하여 생산된 FBT 내부의 남땜과 선이 정상적으로 연결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불량품이 많은 경우 원고를 포함한 2인이 수행하였는데, 그 중 한명이 X-ray실 안으로 들어가 FBT를 올려놓고, 나머지 한명이 밖에서 X-ray 촬영을 하여 해당 FBT가 불량품인지 여부를 감별하였다.

) 원고가 약 31개월 동안 수행한 납 제거 업무는 납 도금 후 보빈에 묻은 뜨거운 상태의 납을 핀셋 등을 이용하여 제거하는 것으로, 원고는 납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납 물이 원고의 옷에 묻는 일이 빈번했고, 장비와 건물의 배기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납 제거 직전 단계인 납 도금 과정에서 발생한 납 분진과 흄, FBT와 생산장비 등을 세척하는 과정과 납 제거 이후 단계인 신너 주입 과정에서 사용된 신너에, 조립공정 이후 단계인 주입공정에서 사용된 에폭시 수지에 각 노출되었다.

) 이후 이 사건 사업장의 FBT 공정은 부품사업 구조조정에 따라 다른 회사에 매각되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2) 원고의 건강상태 등

) 원고는 1974.11.24.생 여성으로, 흡연을 한 적이 없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았으며, 특이 질환력이나 조혈기계 악성질환을 포함한 악성신생물의 가족력 또한 없다.

) 원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 최초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1996.5.경 퇴사한 후, 1998.10.경부터 1999.2.경까지 최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2012.4.경부터 2012.10.까지 ○○본한의원에서, 2012.12.경부터 현재까지 ○○한의원에서 각 간호보조 업무를 하였다.

) △△전기의 각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근로자 중 최소 9명이 2014년까지 백혈병을 앓고 있거나 백혈병으로 사망하였다는 제보가 있다.

3) 의학적 견해

) 원고 주치의

(1) 소견서

- 진단명: 만성 골수성 백혈병

- 진단일: 2001.9.25.

- 향후 치료소견: 혈액, 골수, 염색체, 유전자 검사상 상기 악성 혈액암으로 진단받고, 현재 매일 글리벡 항암요법을 시행하고 있음, 질환의 특성상 평생 항암요법을 시행하며 생명 연장 치료를 하여야만 하며 과로, 격렬한 운동, 과중한 업무 등을 피하여야만 함, 항암요법에 치료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골수이식을 시행하여야만 함.

(2) 업무관련성 평가서

- 만성 백혈병은 림프구성과 골수구성으로 구분되는데, 만성 골수구성 백혈병만 직업성 질환으로서 보고되어 왔음,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백혈병 등 림프조혈기계질환과 관련하여 인체에 발암증거가 충분한 물질로 벤젠과 전리방사선, 포름알데히드, 1, 3-부타디엔, 고무생산업 등을 발표하고 있음.

- 전리방사선: 종사기간은 3개월 정도로 다소 짧으나 원고의 업무 중 비파괴검사 시 전리방사선 노출가능성이 있음, 특히 당시 전리방사선의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X-ray실에 들어가 있을 때 촬영 버튼을 누르거나 철저한 보호구 착용에 대한 인식이 없어 노출 수준이 높았을 가능성이 있음.

- 유기용제(벤젠 등): 원고는 청소 시에 맨손으로 신너를 이용하여 설비 등을 닦는 작업을 하면서 신너에 포함된 유기용제에 노출되었고, 또한 작업 시 인근 공정에서 제품에 신너를 주입하는 공정이 위치해 있고 오픈된 상태에서 기계로 주입이 이루어짐에 따라 휘발되는 유기용제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음, 1990년대 초반임을 고려할 때 신너에 벤젠이 불순물로 함유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움.

- 포름알데히드: 원고의 인근 공정에서 에폭시 주입이 이루어짐에 따라 열분해된 부산물로서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음, 전자제품에 주로 에폭시 수지, 포름알데히드 수지류가 사용되고 열에 노출될 경우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포름알데히드가 쉽게 발생될 위험이 높음, 적절한 호흡 보호구와 피부 보호구를 사용하지 않음에 따라 신너, 포름알데히드의 흡입 또는 피부를 통한 노출가능성이 높으며, 고형암에 비하여 혈액암의 경우 장기간의 잠재기를 요하지 않으므로 근무기간과 잠재기가 길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직업성 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 본원의 진료결과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2001년 진단되었음을 확인하였고, 1993년 이후 약 34개월간 전기제품 생산업체의 조립공정 중 X-ray 검사 업무, 납 제거 업무를 하면서 엑스선과 다수의 유기용제에 노출되었으며, 적벌한 차폐 혹은 환기/배기, 보호구 착용이 없었던 점, 작업형태와 노출가능 물질을 고려한 결과 엑스선, 포름알데히드 등 백혈병 관련 발암물질에의 노출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함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됨.

)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산보연이라 한다)의 역학조사결과

- △△전기의 작업환경측정결과는 법적 보존기한의 경과로 원고가 근무했던 기간의 서류가 보관되어 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음.

- 납 도금 후 과도하게 남은 납 제거 작업을 수행한 3년간 납 분진 및 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됨, 원고의 작업공간 주변에 위치한 에폭시 주입공정에서 발생될 가능성이 있는 포름알데히드 및 벤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됨, 포름알데히드의 누적노출량은 최대 0.045ppmyrs, 벤젠의 누적노출량은 최대 0.0297ppmyrs보다는 높았을 것으로 판단되며, 신너에 의한 벤젠에의 추가 노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됨, 원고와 동료 근로자의 증언을 통하여 X-ray 검사작업 수행 시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되며, 최대 누적노출량은 0.000775mSv/y보다는 다소 높았을 것으로 판단됨.

- 원고의 질병과 관련 있는 작업환경 요인으로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고무제조사업 등이 충분한 근거가 있고, 벤젠과의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음, 근로자가 3년간 조립공정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포름알데히드의 최대 누적노출량은 0.045ppmyrs, 벤젠의 최대 누적노출량은 0.0297ppmyrs로 추정하며, 3개월간 X-ray 검사를 수행하는 동안 방사선 피폭 최대 누적노출량 0.00075mSv/y로 추정됨, 이보다 다소 높았다 하더라도 매우 낮은 노출 수준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업무관련성이 낮다고 판단됨.

) 피고 자문의

- 상병 소견 확인됨, 업무관련성에 대한 역학조사결과 관련성이 낮다는 소견 확인됨.

) 이 법원의 감정촉탁의

(1) 혈액내과

-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골수구계 세포가 백혈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악성 혈액질환임, 환자의 90% 이상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출현되는 특징적인 유전자의 이상으로 골수 및 혈액 내의 혈액세포가 과다 증식하여 백혈구와 혈소판 등이 증가하며,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혈액암임.

-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것으로 거의 없음, 다량의 방사선(, 원자폭탄 피해 생존자, 원전 사고 생존자 등)에 노출되면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는 일부 보고가 있으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병의 위험도가 증가함, 일반적으로 흡연, 식이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등이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 관계가 있다고 증병된 바는 없음.

- 원고의 경우 첨부자료를 참고하여 볼 때, 작업상의 노출기간, 성분, 양 등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원인 및 경과에 직접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힘듬.

(2) 직업환경의학과

-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미국 일반 인구에서 10만 명당 1.5명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10만 명당 0.55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됨, 연령에 따른 남녀의 빈도는 남자에서 더 많이 발생함(2.0 1.2),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40대 중반까지 서서히 증가하다가 그 후 갑자기 증가함,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원인으로는 전리방사선이 있는데, 이는 히로시마 원폭 후 생존자의 연구에서 입증됨,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t(9:22)를 가지는 조혈모세포의 클론성 증식으로 인한 과립구와 단핵구들의 과다한 생성으로 인한 질환으로 필라델피아 염색체 및 hybrid bcr/abl 유전자 등 분자유전학적인 병리기전이 잘 알려져 있음.

- 백혈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음, 다양한 개인의 생활습관, 직업, 환경노출이 지금까지 잠재적인 위험요인으로 제안되고 있음, 백혈병의 원인과 관련하여 전리방사선, 벤젠, 포름알데히드, 세포 증식 억제 약물 등이 있으며, 다른 직업 관련 위험에 관해서는 논쟁 중임, 백혈병의 비유전적 원인으로 흡연, 전리방사선, 암 화학요법이 백혈병 발생률의 약 20%, 나머지를 원인불명으로 설명하고 있음.

- 납 취급 근로자들에게서 전반적인 암에 의한 사망률이 높다는 보고들이 있으나 명확하진 않음.

- 전리방사선은 1급 발암물질로서 고형암과 밸혈병 발생과의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음, 이와 관련하여 체르노빌 원전사고 시 cleanup 종사자와 핵 관련 산업 종사자, 방사선의 의학적 적용 및 비전리방사선 노출과의 관련이 보고가 되고 있고 용량-반응 관계를 보여주나, 일관성을 보이지 않고 또한 일반 산업 종사자의 전리방사선 노출로 인한 백혈병의 발생 위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아 논란이 있음.

- 화학물질 중 유기용제, 특히 벤젠은 백혈병, 그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의 관련성을 산업, 직종, 노출 매트리스를 통해 보여 주고 있음, 벤젠의 원인적 역할에 대한 생물학적 타당성은 모든 백혈병 및 관련 질환이 발생하는 조혈 줄기세포 또는 전구세포에 작용하는 독성에서 비롯되며, 이 독성효과는 직업적으로 낮은 수준의 벤젠 노출에서도 백혈구 저하 현상으로 나타남, 또한 벤젠 노출과 골수성 백혈병과의 관련에 대한 연구에서도 잘 통제된 연구와 연구의 질적 수준, 노출에 대한 평가와 최근의 추적조사 등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의 관련성이 제한적이지만 유의하게 증가한 결과를 보여 벤젠에 대한 직업적 노출과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위험과의 연관성에 대한 지지를 제공하고 있음.

- 포름알데히드 노출과 백혈병 사이의 연관성은 계속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초기의 연구에서는 포름알데히드 노출과 백혈병에 일관성 없는 결과를 보였음, 그러나 포름알데히드 관련 백혈병 연구에 대한 최근의 체계적 분석 및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포름알데히드 노출은 골수 백혈병, 주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며 몇 가지 가능한 메커니즘이 제안되었으며, 사람의 암에 대한 증거를 검토한 결과 포름알데히드 노출과 비인두, 비인두 및 림프조혈계 암, 특히 골수성 백혈병과의 연관성에 대해 일관성 있는 증거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음.

- 전리방사선, 벤젠,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될 경우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 가능성은 있지만(물론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대한 영향은 뚜렷하지만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상황) 이들 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경우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었음, 그러나 일반적으로 복합적으로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될 경우 건강상의 영향은 부가적이거나 상승적인 효과를 갖는다고 볼 수 있음, 더구나 포름알데히드, 벤젠 및 전리방사선 등의 골수성 백혈병과의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는 복합적으로 노출될 경우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봄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됨.

- 진료기록상 원고에게 직업과 작업에서의 노출 요인을 제외하고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생한 원인을 찾아볼 수 없음.

- 화학물질 중 유기용제, 특히 벤젠은 백혈병, 그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의 관련성을 산업, 직종, 노출 매트리스를 통해 보여주고 있음, 비록 일반 인구집단에서 ppb 단위의 벤젠 노출이 백혈병의 주요 원인인 것 같지는 않으나 최근의 연구에서 사업장에서 벤젠에 노출되는 근로자의 경우 아주 낮은 노출수준에서도 양향이 있음을 알 수 있음, 또한 장기간의 저선량의 방사선 노출도 백혈병 발생과 관련이 있음을 보고한 최근의 연구도 있음, 골수성 백혈병은 아주 드문 질환이고, 비유전적인 원인으로서는 90%가 원인불명이고, 나머지가 흡연, 전리방사선, 암 화학요법,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이 약 2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골수성 백혈병의 발생의 비직업적인 원인(가족력과 질병력, 흡연 등)을 찾을 수 없다면 비록 그 노출량이 낮다 하더라도 원고가 화학물질,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그리고 전리방사선의 노출에 의한 골수성 백혈병의 발생이 가능하며, 비록 직접적인 직업적 발암 원인으로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및 전리방사선의 노출량이 아주 낮은 노출수준이어서 과학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또한 이와 같은 환경에서의 작업은 원인불명의 백혈병의 발병에 기여하였다고 판단됨.

- 근무시간(교대근무 및 주 2~3회 연장근무) 양상에 따른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생과의 관련성은 판단하기 어려움, 다만 교대/야간작업이 면역계의 영향으로 이와 같은 조혈기계 질병 발생 이후의 경과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음, 그러나 원고에게 발생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20세이던 1993.1.경부터 1996.5.경까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조립공정 업무를 수행한 후 28세이던 2001년 출산 후 ○○○성모병원에서 진단받아 퇴사 후 수년이 경과되어 질병의 경과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움.

[인정근거] 위 거시증거, 갑 제2, 4, 6, 7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포함), 이 법원의 산보연에 대한 문서송부촉탁결과, 이 법원의 의료법인 길의료재단 길병원장,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에 대한 각 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 판 단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公的) 보험을 통해서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이 제도는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경제산업 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여 안정적으로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는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이 어느 정도 규명되어 있다. 그러나 첨단산업분야에서는 작업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이른바 직업병에 대한 경험적이론적 연구결과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첨단산업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작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빈번히 바뀌고 화학물질 그 자체나 작업방식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 산업재해의 존부와 발생 원인을 사후적으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사업장이 개별적인 화학물질의 사용에 관한 법령상 기준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작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학물질에서 유해한 부산물이 나오고 근로자가 이러한 화학물질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어 원인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데, 이러한 위험을 미리 방지할 정도로 법령상 규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첨단산업분야의 경우 수많은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대책이나 교육 역시 불충분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사회보장제도로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대한 보호를 강화함과 동시에 규범적 차원에서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무과실 책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기업 등 사업자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을 하되,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분담하도록 한다. 산업사회가 원활하게 유지발전하도록 하는 윤활유와 같은 이러한 기능은 첨단산업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첨단산업은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칠 수도 있는데, 그러한 위험을 대비하는 보험은 근로자의 희생을 보상하면서도 첨단산업의 발전을 장려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해관계 조정 등의 필요성과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지급 여부에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4.9. 선고 200312530 판결, 대법원 2008.5.15. 선고 20083821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보았듯이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희귀질환의 평균 유병율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율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 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율 또는 일정 연령대의 발병율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8.29. 선고 20153867 판결 참조).

위 인정사실과 거시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된 납,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이 원고의 체질 등 다른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을 발병케 하였거나 적어도 그 발병을 촉진한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함이 경험칙에 부합하므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원고는 약 3개월 동안 X-ray 검사 업무를 하면서 발암물질인 전리방사선에 노출되었고, 또한 약 31개월 동안 납 제거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FBT와 생산장비 등을 세척하면서 벤젠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신너를 사용하고, 원고가 직접 수행한 작업은 아니지만, 작업장 자체의 구조로 말미암아 인접한 납 도금 작업이나 신너 및 에폭시 주입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화학물질이 전파확대됨으로써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에도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2) 설령 산보연에서 추정한 각 발암물질의 수치가 노출기준 범위 안에 있다고 보더라도 근로자가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는 건강상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유해인자 노출기준은 해당 유해인자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노출된 경우 등에는 유해요소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질병 발생의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3) 산보연이 이 사건 역학조사를 하였을 당시에는 원고가 근무했던 조립공정 등의 사업이 다른 회사에 매각되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원고가 근무하였을 당시의 작업환경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 역학조사에서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전리방사선,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노출수준이 원고가 수행했던 업무와 유사한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던 사업장의 측정치를 기초로 추정되었는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각 사업장의 작업환경이 유사함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가 수행했던 업무와 유사한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던 사업장의 측정치를 가지고 한 이 사건 사업장의 노출수준 추정치를 원고가 근무했을 당시의 이 사건 사업장의 노출수준으로 단정할 수 없다.

4) 더욱이 원고는 납 제거 업무를 하면서 중금속인 납 등에 노출되었는데, 비록 납에 노출될 경우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발병시킬 수 있다는 점에 관해 의학적으로 뚜렷이 증명된 바는 없기는 하나, 납 등이 인체에 유해한 물질임은 분명하고, 이러한 물질들에 의하여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하였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5)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백혈병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 병력이나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 이 사건 사업장에서 상당 기간 근무하고 퇴직한 이후에 우리나라의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른 시점인 만 26세 무렵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

6) 이 사건 사업장과 근무환경이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는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발병률이 우리나라 전체 평균발병률이나 원고와 유사한 연령대의 평균발병률과 비교하여 유달리 높다면, 이러한 사정 역시 원고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에 유리한 사정으로 볼 수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

 

판사 심홍걸

 

반응형

'근로자, 공무원 > 업무(공무)상재해, 보상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산근로자였던 사람이 난청 진단을 받은 경우, 소음 노출로 인하여 청력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감소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면, 업무상 질병이 된다 [서울행법 2018구단58816]  (0) 2018.12.03
실적 압박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던 음료영업사원이 보이스피싱 사기까지 당하자 자살한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서울행법 2017구합1711]  (0) 2018.11.22
산재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에서 공제해야 될 장해보상일시금 상당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은 장해보상연금 지급결정 당시에 적용된 평균임금이다 [대법 2015다253184・253191]  (0) 2018.11.16
수급권자가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고 있는 경우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제2항 후문에 따라 공제할 장해보상일시금의 액수 [대법 2016다41869]  (0) 2018.11.15
바닥미장공으로 근무하던 근로자가 아파트 건설현장 계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사망하였는바, 사인을 알 수 없어 업무에 기인한 사망으로 추정할 수 없다 [서울행법 2016구합78202]  (0) 2018.10.25
서울 집에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회사가 있는 지방으로 출근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한 것은 업무상재해 [서울행법 2015구합65261]  (0) 2018.10.18
사망 3개월 전 근로시간이 감소했더라도 그 이전에 초과근무를 한 기록과 업무상 스트레스를 근거로 판단할 때 만성과로로 인한 업무상질병을 인정한 사례 [서울고법 2017누74698]  (0) 2018.10.08
기존 질환(고혈압, 불안정협심증 등)을 가진 상태에서 체감온도가 급격히 저하된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은 업무상재해 [대법 2018두32125]  (0) 2018.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