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선박임가공업 사업체를 운영하는 피고인이 소속 근로자의 만근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원심은 피고인 회사가 노사협의회 등을 거쳐 근로자의 모든 약정수당을 폐지한다는 자구계획안을 의결하였고 이에 전체 근로자 과반수 이상이 동의하여 취업규칙의 변경이 이루어짐으로써 근로자에 대한 약정수당 지급의무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취업규칙과 별도로 근로계약이 체결된 경우 취업규칙은 그것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을 그 부분에 한하여서만 무효로 하는 효력을 가질 뿐이고(근로기준법 제97), 취업규칙에 정한 내용보다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 때에는 당연히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보다 우선하여 유효하게 적용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자구계획안의 의결에도 불구하고 개별 근로계약에 기한 만근수당 지급의무는 여전히 소멸되지 아니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사건.

 

울산지방법원 제2형사부 2018.01.19. 선고 2017399 판결 [근로기준법위반]

피고인 / A

항소인 / 검사

검 사 / 송영인(기소), 이승우(공판)

원심판결 / 울산지방법원 2017.3.17. 선고 2016고정123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자구계획안은 근로기준법상의 취업규칙으로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만근수당은 피고인 회사의 전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통적인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 아닐뿐더러 피고인 회사의 취업규칙이 아닌 피고인 회사와 개별 근로자 사이의 개별 근로계약에 의하여 지급된 것이므로 피고인이 소속 근로자인 D과 사이에 별도로 위 만근수당에 관한 근로계약을 변경하지 아니한 이상 만근수당을 폐지한다는 내용의 위 자구계획안만으로는 D에 대한 만근수당이 폐지되었다고 할 수 없는 점, 위 자구계획안에 관하여 피고인 회사의 근로자들 사이에 충분한 의견 교환의 기회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위 자구계획안은 피고인 측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후 개별 근로자들로부터 형식적인 서명만을 받아 시행된 것이어서 그 불이익 변경에 관한 절차가 준수되지 못한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위 D에게 효력이 미친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위 D과 사이의 근로계약에 따라 위 만근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D에게 위 만근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직권 판단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는 당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제7행의 ‘2016.6.30.’‘2017.7.30.’, 8행의 ‘2016. 5월분, 같은해 6월분‘20165, 6, 7월분으로, 1,200,0001,800,000으로, 9행의 ‘611일과 711‘611, 711일 및 811로 각 변경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변경된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 보기로 한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울산 동구 표에서 ()E이라는 상호로 상시 1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선박 임가공업을 경영하여온 사업 경영 담당자로서 사용자이다.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소재지에서 2016.5.1.부터 2016.7.30.까지 근로한 D20165, 6, 7월분 만근수당 각 600,000원씩 1,800,000원을 임금정기지급일인 매 익월인 611, 711일 및 811일에 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기록 등에 의하면 피고인 회사는 2016.4.11.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인원감축, 임금조정 등을 주된 취지로 기본임금 외에 모든 약정수당을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자구계획안을 의결하고, 다음날 그 의결결과를 공고한 후, 같은 달 26. 위 회사 소속 전체 근로자들에게 위 자구계획안에 동의서를 받게 하였는데, 전체 근로자 206명 중 144(69.9%)이 이에 동의하는 동의서를 작성하여 회사에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자구계획안은 위 회사의 종전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내용으로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하고, 그 변경이 근로기준법 소정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 유효하여, 결국 위 자구계획안에 의하여 위 회사의 소속 근로자인 D에게 만근수당 지급 의무가 소멸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D에게 만근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 당심의 판단

1) 이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 피고인은 선박임가공업 등을 하는 주식회사 E(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대표자이고, D은 위 회사 해양사업부에 소속된 근로자이다.

) 이 사건 회사는 임금결정과 관련하여 취업규칙 제56조에, ‘개별 임금수준의 결정 등 임금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개별 근로계약으로 정하되, 경영사정 및 업무상 필요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될 기준을 마련할 경우는 그에 의한다라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

) D2014.2.경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여 위 회사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매년 갱신하면서 그 내용을 변경하지는 아니하였다.

위 회사와 D은 취업규칙과 제규정을 성실히 준수할 것을 서약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급여는 시급 10,000원으로 한다.

월 실제 근무일수 20일 이상인 경우에 한하여 약정수당을 지급하고, 만근수당(용접공, 취부공 등 일부 특수직 근로자에 대하여 지급하는 수당)의 액수는 월 600,000원으로 한다.

급여는 매월 초일 기산하여 말일 마감하며 익월 10일 지급한다.

제규정에 별도 정함이 있거나 변경, 신설될 경우 그에 따르며, 이에 제규정을 주지함을 확인한다.

기타 근로조건에 관하여는 취업규칙 및 관계법령의 정하는 바에 따른다.

) 피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경영이 악화되자 2016.4.11.경 노사협의회를 개최하여 임금조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구계획안을 협의의결하고 2016.4.12.경 이를 공고한 후, 그 무렵부터 2016.4.26.경까지 기존의 기본적인 임금(월급제의 월급, 시급제의 시급, 일급제의 일급을 말한다) 이외의 모든 약정수당(노동관계 법률에 따라 당연히 발생되는 것이 아닌, 노사간 또는 당사자간 약정에 따라 발생하는 수당을 말한다)을 폐지한다. 삭감정도 : 5~15%,전체 10% 정도, 본 합의사항은 2016.5.1.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의 자구계획안(이하 이 사건 자구계획안이라 한다)을 위 회사 사업장 내 공용게시판 등에 게시하거나 그 내용을 사업부별 반장을 통하여 공지하는 등으로 개별근로자에게 구체적으로 알리는 한편, 이에 관하여 근로자들로 하여금 개별적으로 동의 여부를 결정한 후 동의서에 자필로 서명하도록 하였다.

) D은 위 자구계획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그 동의서에 서명하지 아니하였으나, 총 재직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이 위 동의서에 서명함으로써 위 자구계획안의 내용에 동의하였고, 특히 기존에 만근수당을 지급받던 근로자 28명 중 D을 제외한 나머지 27명이 위 자구계획안에 동의하였다.

) 이에 따라 피고인은 소속 근로자들과 사이에 위 자구계획안에 따라 수당을 폐지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취지로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함으로써 근로계약을 변경하였으나, D은 위 자구계획안에 따른 근로조건의 변경에 반발하면서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였다.

) 피고인은 D에 대한 20165, 6, 7월분 각 만근수당 600,000원 등 합계 1,800,000원을 임금정기지급일인 2016.6.11., 7.11., 8.11.경에 각 지급하지 아니하였고, D2016.8.경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피고인을 이 사건으로 고소하였다.

) 한편, 이 사건 회사가 D을 상대로 제기한 위 만근수당 및 제 수당지급채무 부존재확인의 소에서 2017.6.14. 울산지방법원 2016가합23102호로 이 사건 자구계획안의 내용대로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이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회사와 D 사이에서 체결된 이 사건 근로계약이 그 변경된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적용되므로, 위 회사는 위 근로계약에 따라 D에게 만근수당 및 약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위 회사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2)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근로조건이나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으며, 그 동의의 방법으로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동의를 요하고,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를 요한다. 그리고 회의방식에 의한 동의는 전 근로자가 반드시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모으는 방식도 허용된다(대법원 2005.5.12. 선고 200352456 판결, 대법원 2010.1.28. 선고 200932522, 32539 판결 등 참조).

다만 취업규칙과 별도로 근로계약이 체결된 경우 취업규칙은 그것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을 그 부분에 한하여서만 무효로 하는 효력을 가질 뿐이고(근로기준법 제97), 취업규칙에 정한 내용보다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인 때에는 당연히 근로계약에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보다 우선하여 유효하게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취업규칙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가 그 취업규칙의 변경에 동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로써 해당 근로자의 기존 근로계약이 취업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당연히 변경된다거나 그 취업규칙 중 근로계약과 상충되는 부분이 기존의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판단

위 법리를 바탕으로 앞서 본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이 사건 자구계획안은 당해 사업의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인 취업규칙 중 임금에 관한 내용을 변경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그 변경 과정에서도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따라 위 회사의 취업규칙은 위 자구계획안의 내용대로 만근수당 등을 폐지하는 것으로 변경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대법원 2004.2.12. 선고 20016359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이 변경된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의 내용은 만근수당의 지급을 명시한 이 사건 근로계약의 내용보다 불리하고, 근로자 D이 그 변경에 동의한 바도 없으므로, 위 회사로서는 위 취업규칙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이에 우선 적용되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여전히 D에게 20165, 6, 7월분 각 만근수당 600,000원 등 합계 1,8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그 지급일인 2016.6.11., 7.11., 8.11.경에 위 만근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이상 그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임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이 근로계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2, 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은 위 제3의 가항 기재와 같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 진술

1. 당심 증인 D, G, H, I, J의 각 법정진술

1. K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2016.5.1. 시행 자구계획동의서, 2016.4. 급여대장, 각 취업규칙, 각 근로계약서, 2016. 1분기 노사협의회 회의록, 판결문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포괄하여 근로기준법 제109조제1, 43,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제1, 69조제2

[양형의 이유]

살피건대, 피고인은 2011.8.경 고용보험법위반방조죄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 진지한 반성이 부족하고, 장기간 피해 회복을 위하여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아니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한편, 이 사건 범행 경위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피고인은 최근 10년간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 있고, 그 밖에 피고인의 경제적 형편, 나이,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이동식(재판장) 김승현 백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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