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일반적으로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 가해자측이 피해자 주장의 후유장해가 기왕증에 의한 것이라고 다투는 경우 가해자측의 그 주장은 소송법상의 인과관계의 부인이고, 따라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그 인과관계의 존재 즉 당해 사고와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소극적으로 기왕증에 의한 후유장해가 없었음을 입증하여야 하고, 피해자의 기왕증이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됨으로써 피해자에게 특정 상해의 발현 또는 치료기간의 장기화, 나아가 치료종결 후 후유장해 정도의 확대라는 결과 발생에 기여한 경우에는, 기왕증이 그 특정 상해를 포함한 상해 전체의 결과 발생에 대하여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따라 피해자의 전 손해 중 그에 상응한 배상액을 부담케 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타당하고, 법원이 기왕증의 상해 전체에 대한 기여도를 정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의학상으로 정확히 판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변론에 나타난 기왕증의 원인과 정도, 상해의 부위 및 정도, 기왕증과 전체 상해와의 상관관계, 치료경과, 피해자의 연령과 직업 및 건강상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의 기왕증 기여도 개념은 마찬가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요구하는 산업재해보상 제도에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울고등법원 2010.02.04. 선고 200918891 판결 [추가상병불승인처분취소]

원고, 항소인 / ○○

피고, 피항소인 / 근로복지공단

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09.6.9. 선고 2008구단12729 판결

변론종결 / 2010.01.14.

 

<주 문>

1. 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 피고가 2008.3.20. 원고에 대하여 한 추가상병불승인처분 중 1/4 부분을 취소한다.

.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3/4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08.3.20. 원고에 대하여 한 추가상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는 2007.2.5. 소외 ○○○○(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07.4.20. 업무수행 과정에서 나타난 복시 현상과 관련하여 좌측 6번 뇌신경 마비, 복시, 우측 비출혈’(이하 이 사건 최초상병이라 한다)의 진단을 받고 피고로부터 이에 대한 요양승인을 받았다.

. 원고는 위와 같이 요양 중이던 2008.1.8. 피고에 대하여 중등도의 우울증 에피소드’(이하 이 사건 추가상병이라 한다)를 추가상병으로 하여 요양승인신청을 하였다.

.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추가상병은 그 이전의 최초상병과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08.3.20. 원고의 위 추가상병 승인신청을 불승인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2, 3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당사자의 주장

원고가, 이 사건 추가상병은 이 사건 최초상병의 발병으로 인한 심리적 절망감과 지속되는 통증에 의한 스트레스 등에 의하여 발병한 것으로 최초상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추가상병은 원고의 업무나 이 사건 최초상병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거나 그 대부분이 원고의 개인적인 취약성 또는 유전적 소인에 기인한 것으로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인정사실

1) 원고의 근무형태 및 발병경위

) 원고는 2007.2.5.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산소촉매제품 원액 제조 및 제품 설명, 구매 계약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입사 당시 주 5, 8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였으나, 실제 2007.3.5.부터 2007.4.3.까지는 주 5일 하루 14시간(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007.4.4.부터 2007.4.19.까지는 주 5일 하루 18시간(오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의 근무를 하였다.

) 원고는 2007.4.20. 업무수행 중 갑자기 눈이 흐릿하고 복시 현상, 양안 통증 등이 나타나자 곧바로 인근 안과에서 치료를 받다가, 2007.4.23. ○○대학교 병원에서 이 사건 최초상병의 진단을 받고 이후 치료를 계속 받았으나, MRI 촬영 결과 및 뇌파 검사 등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고 치료도 진척이 없자, 2007.10.5. 서울 소재 안과 병원으로 전원 하여 2008.5.14.까지 치료를 받았다.

) 원고는 최초상병으로 치료 중이던 2007.11.16.부터 ○○○○ 정신과의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이 사건 추가상병의 진단을 받고, 피고에게 위 추가상병에 대한 요양승인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8.3.20. 이를 불승인하였다.

2) 기왕증 치료

원고는 이 사건 최초상병의 발병 이전부터 눈 및 코 부위와 관련하여서, ‘난시, 누선의 기타 장애, 근시, 기타 급성 결막염, 기타 명시된 망막 장애’, ‘상세 불명의 알레르기성 비염, 상세불명의 급성 부비동염, 비의존 당뇨병등으로 치료를 받아 왔다.

3) 의학적 소견

) ○○○○ 신경정신과의원

초진시 우울감, 불안감, 자살사고 등을 보였음. 2007.4. 이전에는 저명한 정신의학적 문제가 없었다고 함. 시력저하와 눈의 통증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은 후부터 상기 증상이 발생하였다고 함. 내원시 실시한 설문검사상 우울증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왔으며, 정신의학적 면담상 자살사고, 절망감, 우울감, 수면장애 등 우울증 증상이 보였음. 2007.4. 부상으로 인한 심리적 절망감과 통증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사료됨.

2008.1.5.자 심리검사 결과

- 의식은 명료하였고, 인물에 대한 지남력은 유지하고 있으나, 시간과 장소에 대한 지남력은 부분적으로만 유지하고 있다.

- 지적 능력에서는 본래 지적 잠재력(추정 IQ 130 정도 : 최우수 수준)과 비교해 볼 때, 현재 지적 능력(언어성 IQ 71, 동작성 IQ 73, 전체 IQ 70 : 경계선 수준)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있는 상태이다.

- 지능저하의 원인으로는 대뇌의 기질적 결함을 의심해볼 수 있으나 심한 정신증적 상태인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다.

- 현실검증력과 자아통합기능이 장해되어 있는 것처럼 반응하고, 과거기억, 장기기억, 단기기억, 선택적 주의력, 지속적 주의력, 주의전환능력, 계산능력, 추리력, 이해력, 판단력, 추상적 사고력, 어휘구사력, 사물의 중요한 부분과 지엽적 부분을 식별하는 능력, 시각적 예민성, 사회적 상황에서 눈치나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 문제해결능력, 시지각-근육협응기능, 삼차원적 구성능력, 분석능력, 종합능력, 정신운동속도를 포함한 정보처리속도 등 제반 정신기능이 병 전에 비해 현저하게 저하되어 있는 상태이다. 특히 현실검증력, 자아통합기능, 기억, 사고기능, 추리력, 주의 및 주의집중력, 이해력, 판단력, 사물의 중요한 부분과 지엽적 부분을 식별하는 능력, 시각적 예민성의 저하가 더욱 심하다. 아울러 사고기능에서는 사고의 구체화, 사고의 단순화, 사고의 단편화, 관계사고와 피해사고를 포함한 편집증적 사고, 우울사고(자살사고 포함), 사고차단, 사고내용의 빈곤, 사고흐름의 지체 등 사고형식, 사고내용 및 사고흐름의 장애를 모두 보이고 있다.

- 정서 및 행동상에서는 심한 수준의 우울, 불안, 초조, 두려움, 긴장감이 내재해 있으면서 의욕과 활동 수준이 매우 낮아서 외부 환경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며 감정표현도 매우 제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우 불안정하고 욕구좌절 인내력, 행동 통제력 및 감정 통제력이 현저하게 약화되어 있어서 상황이나 행동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화할 가능성(자살 포함)이 있어 보인다.

- 성격이 변화되고 퇴행되어 자발성이 없고 매우 소극적이며 단순해져 있고, 현실 세계에 무관심하며, 비관적이고, 다른 사람의 의도나 동기를 자신과 관련지어 의심하거나 사고하는 편집증적 예민성을 보이고 있으며, 미숙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 대인관계에서는 사고장애, 정서 및 행동의 변화, 성격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적응적인 관계형성이 어려우며, 철수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이상의 검사반응을 종합해 보면, 신경증적 상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보다 지능저하를 포함한 인지기능의 저하가 매우 심하면서 정신증적 상태만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지장애가 동반되고 있는 상태여서, Brain Study를 시행한 후 Brain organicity(뇌의 기질성)가 배제되는 경우 Psychotic Disorder Not Otherwise Special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피고 자문의사 협의회

2008.2.20.

뇌 기질적 손상 및 안과 병변 유무 자료를 확인한 후 재심의

2008.3.19.

현재 복시 증상 없으며 안구통증을 호소하나 그에 대한 안과소견이 없으며 좌안 6신경의 일시적 마비와 산업장 내의 화학물질과는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안과상병관련 특진 및 추가적 검사는 필요치 않을 것으로 판단됨이라는 안과전문의의 진료기록검토결과를 바탕으로, MRI상 뇌의 이상 소견이 없고, 안과적 상병을 인정할 수 없으며, 현재의 정신 상태와 관련하여 신청한 추가상병은 최초상병이나 사업장에서의 스트레스와 상당한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의학적 근거가 미흡하여 불승인이 타당하다는 소견임.

) 피고 심사기관 자문의

(1) 자문의 1

청구인의 자료를 검토한 바, 우울, 자살사고 등 우울증 에피소드에 부합되는 소견이 있으나, 2008.1. 시행한 심리검사결과와 일치하지 아니하며, 최초 업무상 재해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하였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므로, 상병 불인정이 타당함.

(2) 자문의 2

관련 자료를 검토한 바, 불면, 불안, 자살충동 등의 증상으로 볼 때 우울증 에피소드의 상태는 뚜렷하나, 이는 당초 재해와는 인과관계가 없는 개인의 취약성에 의하여 나타난 것으로 판단되므로 상병 불인정이 타당함.

) 의료법인 ○○○ 병원 (사실조회)

- 진료일

2007.10.5. / 2007.12.4. / 2008.1.9. / 2008.1.16. / 2008.5.14.

- 진단명

복시, 6번 신경 마비 의증

- 발병원인

2007.4.○○대학교병원에서의 진료기록을 참조해 보면 6번 신경마비에 의한 복시로 생각됨. ○○대학교병원에서는 6번 신경마비에 합당한 내사시였으나 본 병원에서의 초진기록을 보면 외사시로 관찰되어 연관성을 찾기는 어려움. 복시는 주관적인 증상에 의거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한계가 있음.

- 주로 호소한 증상은 시력저하, 복시이나, 이를 설명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불충분함.

- 치료적 접근에 앞서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를 시행하고, 인공누액을 처방함.

- 2007년도는 시력이 양안 1.0으로 비교적 잘 유지되었으나, 2008.5.14. 내원 당시에는 우안 0.03, 좌안 안전수지로 감소되어 있음.

- 치료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협조가 잘 안되어 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음.

- 6번 신경 마비는 혈관성(당뇨, 고혈압 등), 외상, 뇌종양 등에 의해서 발병될 수 있으며,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많음. 증상은 복시가 주된 증상이고, 안구의 운동 중 6번 신경이 마비된 눈이 밖으로 나가는 운동이 잘 안됨. 종양이나 외상성이 아닌 경우 대부분 3개월 정도 기다리면 70~80% 호전되는 양상을 보임. 종양이나 외상에 의한 경우는 그 정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규정짓기 어려움.

)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대학교병원)

(1) 안과

좌측 6번 신경마비 및 복시 관련

- 2007.4.24. ○○대학교병원 안과에서 검사를 시행한 결과, 동공반응이 정상이었고, 좌측 6번 뇌신경마비로 좌안의 좌측 주시의 장해가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해 복시가 생겼음. 우안의 망막에 수초화가 있는 것 외에는 특이 소견은 없음. 근거리 2프리즘, 원거리 10프리즘의 내사시가 관찰되었음.

- 2007.6.1. ○○대학교병원에서 발부한 진단서에는 안구통이 동반되고, 근거리 4프리즘, 원거리 8프리즘 디옵터의 내사시가 있다고 함.

- 2007.10.5. 안과 진료에서 좌안의 좌측 주시에 통증을 호소하였으며, 교정시력은 우안 -5.5, 좌안 -5.75sph, 안경으로 양안 20/20이어서 정상이었고, 복시는 없다(no diplopia)고 되어 있음. 사시검사에서 12~14 프리즘의 외사시(XT)가 있었고, 안와 CT에서 정상소견이었음.

- Tagen F®를 복용하는 것 외에 특별한 수술 없이 경과 관찰을 하였음.

- 원고에 대한 치료는 종결되었음.

- 치료종결 후 후유증은 남지 않음.

우측 시신경 장애 관련

- 2008.1.16. 안과 진료에서 우안의 안저에 시신경 드루젠이 의심된다는 기록이 있고, 2008 1.21. △△△△안과 진료에서 우안의 시신경 유두공이 있다는 기록이 있음.

- 이 두 가지의 모습이 비슷하지만, 모두 선천적인 경우로 후천성 장애와 관련이 없음. 원고는 이 두 가지로 인해 시기능의 장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통증과 무관함.

- 2007.9.6. ○○대학교병원 안과 진료에서 우측 눈에 대한 통증을 호소한 적이 있음. 그 외에 대부분의 안통은 좌안과 관련된 것임.

- ○○대학교병원 안과에서 인공누액을 처방하였음.

- 치료는 종결되었고, 후유증은 남지 않음.

- 우측 시신경의 문제는 업무상 질병 또는 그 치료과정의 후유증과 관련이 없음.

(2) 이비인후과

- 피감정인의 현재 증상은 비중격(코 중앙에 있는 연골 부위)의 점막 미란(점막이 헌 상태)으로 인하여 출혈이 있는 상태임.

- ○○대학교병원에서의 치료 내용은 미란된 점막을 소작하고, 연고 처방을 받은 것임. 이러한 치료는 점막을 재생시킴으로서 출혈을 방지하는 역할을 함.

- 치료가 종결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다만 피감정인의 증상은 여러 원인 즉 감기, 코의 외상(주로 손가락으로 코를 건드림) 등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은 있으나, 보존적이고 간단한 치료로 치유 가능함.

- 위의 증상으로는 후유증이 없다고 생각함.

(3) 정신과

- 우울증 에피소드의 일반적 발병원인으로는 사회 환경적 요인(생활사적 사건과 같은 정신사회적인 요인)과 환자의 요인(환자의 인격적인 취약성, 유전적 소인)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음. 우울증 에피소드의 증상은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의미 있는 체중 감소나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책감,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 특정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 생각 또는 자살 기도나 자살 수행에 대한 특정 계획을 세우는 것과 같은 증상이 사회적, 직업적, 기타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장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남.

- 2007.4.23. 촬영한 MRI 소견상 정상임

- 이 사건 업무상 질병 치료 전 우울증의 전력이 없고, MRI상 이상 소견이 없는 원고의 경우 이 사건 업무상 질병의 치료과정 중 우측 시신경의 장애 발생, 시력저하, 안구통증, 이로 인한 수면부족 및 불안감, 절망감과 과로 및 스트레스 등이 우울증 에피소드의 발병에 일부 기여도가 인정될 수 있으며, 우울증의 증상 및 병증의 경과의 악화에 기여할 수 있음(발병원인의 기여도는 30% 인정됨).

[인정근거] 갑 제2 내지 12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장, 의료법인 안과병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 판 단

1) 산업재해보상 제도에 있어서 기왕증 기여도 개념의 도입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하므로 그 재해가 질병인 경우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

한편, 일반적으로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 가해자측이 피해자 주장의 후유장해가 기왕증에 의한 것이라고 다투는 경우 가해자측의 그 주장은 소송법상의 인과관계의 부인이고, 따라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그 인과관계의 존재 즉 당해 사고와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소극적으로 기왕증에 의한 후유장해가 없었음을 입증하여야 하고(대법원 1999.5.11. 선고 992171 판결, 2002.9.4. 선고 200180778 판결 등 참조), 피해자의 기왕증이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됨으로써 피해자에게 특정 상해의 발현 또는 치료기간의 장기화, 나아가 치료종결 후 후유장해 정도의 확대라는 결과 발생에 기여한 경우에는, 기왕증이 그 특정 상해를 포함한 상해 전체의 결과 발생에 대하여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따라 피해자의 전 손해 중 그에 상응한 배상액을 부담케 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타당하고, 법원이 기왕증의 상해 전체에 대한 기여도를 정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의학상으로 정확히 판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변론에 나타난 기왕증의 원인과 정도, 상해의 부위 및 정도, 기왕증과 전체 상해와의 상관관계, 치료경과, 피해자의 연령과 직업 및 건강상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04.11.26. 선고 200447734 판결 등 다수 참조).

위와 같은 손해배상 사건에 있어서의 기왕증 기여도 개념은 마찬가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요구하는 산업재해보상 제도에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는데,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이러한 기여도 개념의 도입에 대하여는 산업재해보상 제도의 생활보장적 성격에 비추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근로기준법상의 재해보상 제도나 산업재해보상 제도가 생활보장적 성격을 갖는 것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과실책임의 원칙과 과실상계의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는 것이지, 인과관계가 없는 부분까지 보상하고자 하는 데 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만일 인과관계가 없는 부분까지 보상한다고 한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함에 있어서 업무기인성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은 비판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그 동안 실무의 경향이, 업무가 질병 발생에 기여한 정도가 50% 이상인 경우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50% 미만인 경우에는 이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부인할 수 없는데, 이러한 실무 경향에 따르면, 극단적으로 말하여 업무가 기여한 정도가 51%인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각종 급여 등 많은 혜택을 받게 됨에 반하여 그 기여한 정도가 49%인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여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데, 기왕증 기여도 개념을 도입하여 적절히 운용함으로써 이러한 불합리나 불공평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더하여 기왕증 기여도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다수의 산업재해 사건을 조정권고 등을 통하여 간이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한편 외형상 하나의 행정처분이라고 하더라도 가분성이 있거나 그 처분대상의 일부가 특정될 수 있다면 그 일부만의 취소가 가능하고(대법원 2000.2.11. 선고 997210 판결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각종 급여는 결국 금전으로 지급하는 것이어서 가분적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근로자의 질병이 일부는 업무에 기인하여, 나머지는 기왕증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그 급여 신청을 불승인한 처분에 대하여는 그 업무에 기인한 부분에 한하여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이 사건에 대한 판단

○○대학교병원 안과에서 실시한 MRI 검사 등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안구 통증 등이 모두 원고의 주관적인 증상 호소에 따른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통증의 존재 여부나 그 정도를 알기 어려우며, 원고는 이 사건 최초상병 발병 이전부터 눈 및 코에 대한 기존질환으로 여러 차례 진료를 받아 왔고, 피고 자문의 모두가 이 사건 추가상병과 최초상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나, 한편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피고도 이 사건 최초상병에 대하여는 요양승인을 한 점, 원고는 이 사건 최초상병 발생 이전에는 정신과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 자문의들 대부분도 이 사건 추가상병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 점, 이 사건 최초상병의 발생부위인 좌안 부분의 시력이 2007.10.5.1.0에 비하여 2008.5.14.에는 안전수지(시력표를 판독하지 못하여 피검사자의 눈 앞에서 검사자의 손가락 움직임을 세도록 하는 것으로, 1급 시력장애에 해당하는 시력이다)로 감소하는 등 급격한 시력 저하가 있었던 점, 원고에게는 눈 및 코 등에 대한 여러 기존질환이 있기도 하였지만, 이 사건 최초상병에 대하여도 비교적 장기간 치료를 계속받아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계속되는 등 그 상태가 크게 호전되지 아니한 점, ⑥ ○○○○ 신경정신과의원은 이 사건 최초상병으로 인한 심리적 절망감 및 통증이 이 사건 추가상병의 발생원인이라고 하고 있는 점, ⑦ ▲▲대학교병원(정신과)은 우울증 에피소드의 일반적 발병원인으로는 사회 환경적 요인(생활사적 사건과 같은 정신사회적인 요인)과 환자의 요인(환자의 인격적인 취약성, 유전적 소인)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원고의 경우 이 사건 업무상 질병의 치료과정 중 우측 시신경의 장애 발생, 시력저하, 안구통증, 이로 인한 수면부족 및 불안감, 절망감과 과로 및 스트레스 등이 우울증 에피소드의 발병 또는 악화에 30% 정도 기여하였을 것이라고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추가상병은 상당 부분 원고의 기존질환 또는 개인적인 취약성 등에 기인한 것이지만, 그 일부는 이 사건 최초상병 및 그 치료과정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 할 것이고, 이 사건 최초상병 및 그 치료과정이 기여한 비율은 앞서 본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1/4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

3)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 중 3/4 부분은 적법하나, 나머지 1/4 부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받아들이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승정(재판장) 황기선 김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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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배달대행업체의 배달원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상 ‘택배원’에 해당되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 [대법 2016두49372]  (0) 2018.06.05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배달대행업체의 배달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 전속성 인정. [대법 2017두74719]  (0) 2018.06.01
뇌질환을 앓고 있던 화물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던 근로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뇌출혈로 사망한 것은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 [부산지법 2009구단1512]  (0) 2018.05.23
업무상 재해로 극심한 통증과 대소변 장애 등에 시달리다가 우울증이 발병하여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서울행법 2016구합59805]  (0) 2018.05.17
광산에서 퇴사한 이래 약 23년이 경과하여 난청 진단, 청력손실과 소음작업장에서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서울고법 2017누81733]  (0) 2018.05.15
출장에서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구조활동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은 업무상 재해 [서울행법 2016구합9800]  (0) 2018.05.14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급여체계에 의한 진폐장해등급결정을 받지 않은 경우, 개정법의 진폐재해위로금 지급사유가 인정되는지 [대법 2016두51429]  (0) 2018.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