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그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다만, 그와 같이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 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보아야 한다.

[2] 사용자가 근로자를 고용할 때 근로자의 경력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에 대한 노동력의 평가, 노동조건의 결정, 노무 관리 및 적정한 인력 배치 등을 위한 판단자료와 근로자의 직장에 대한 정착성, 기업질서 및 기업규범 등에 대한 적응성 등에 관한 인격조사자료로 삼음으로써 노사 간의 신뢰관계 설정이나 기업질서의 유지안정을 도모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3] 원고가 허위 경력의 이력서를 제출하여 피고 회사의 백화점 매장 매니저로 채용되었다가 사실이 밝혀져 해고되었는데 부당해고 구제절차에서 해고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후 이 사건 소로써 그 부당해고 기간 중의 임금을 청구하자 피고가 소송계속 중 원고의 경력사칭이 기망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근로계약 자체를 취소한 사건에서, 근로계약이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점에서 일반 계약과 다른 특성이 있으나 그 본질은 사법상 계약이므로 의사표시에 취소 사유가 있다면 이를 이유로 한 취소가 허용되고, 다만 계속적 채권관계인 근로계약에 따라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취소의 효력은 장래를 향하여 인정될 뿐이며, 따라서 취소 이전의 부당해고 기간 중의 임금지급의무가 여전히 인정됨에도 단지 그 기간 중에 노무제공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기간까지 취소의 소급효가 인정되어 피고의 임금지급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

 

대법원 제3부 판결

사 건 / 201325194(본소) 임금

           201325200(반소) 손해배상()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 원고(반소피고)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트렌드

원심판결 / 서울북부지방법원 2013.2.1. 선고 20128619(본소), 20128626(반소) 판결

판결선고 / 2017.12.22.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준비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근로기준법 제2조제1힝제4호 참조)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그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대법원 1996.7.30. 선고 9511689 판결 등 참조).

다만, 그와 같이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 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의류 도소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백화점에서 의류 판매점을 운영하던 중 2010.6.25.경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로부터 백화점 의류 판매점 매니저로 근무한 경력이 포함된 이력서를 제출받아 그 경력을 보고 2010.7.2.부터 원고로 하여금 피고가 운영하는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 매니저로 근무하게 함으로써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 그런데 위 이력서의 기재와 달리 원고의 일부 백화점 근무 경력은 허위이고, 실제 근무한 경력 역시 근무기간은 1개월에 불과함에도 그 기간을 과장한 것이었다.

. 피고는 위 사실을 알게 된 후 2010.9.17. 원고에게 2010.9.30.까지만 근무할 것을 통보하였다. 이에 원고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위 통보가 부당해고임이 인정되어 원직복직 및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구제명령을 받았다. 피고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역시 같은 결론에 이르자 서울행정법원에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그에 관한 항소 및 상고를 거쳐 결국 피고의 청구를 기각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 원고는 위와 같은 부당해고 구제명령이 확정됨에 따라 피고를 상대로 마지막으로 출근한 다음날인 2010.10.1.부터 퇴사한 2011.4.29.까지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제1심 소송계속 중 이 사건 근로계약이 원고가 이력서를 허위 기재함으로써 피고를 기망하여 체결된 것이라는 이유로 이를 취소한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반소장을 제출하여 위 반소장이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 사용자가 근로자를 고용할 때 근로자의 경력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에 대한 노동력의 평가, 노동조건의 결정, 노무 관리 및 적정한 인력 배치 등을 위한 판단자료와 근로자의 직장에 대한 정착성, 기업질서 및 기업규범 등에 대한 적응성 등에 관한 인격조사자료로 삼음으로써 노사 간의 신뢰관계 설정이나 기업질서의 유지안정을 도모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대법원 1986.10.28. 선고 85851 판결 등 참조).

. 백화점에서 의류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그 매장의 매니저를 고용하려는 피고로서는 고용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백화점 매장 매니저 근무경력이 노사 간의 신뢰관계를 설정하거나 피고 회사의 내부질서를 유지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므로, 사전에 원고의 경력이 허위임을 알았더라면 원고를 고용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 그렇다면 원고의 기망으로 체결된 이 사건 근로계약은 그 하자의 정도나 원고의 근무기간 등에 비추어 하자가 치유되었거나 계약의 취소가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취소의 의사표시가 담긴 반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그 취소의 소급효가 제한되어 이 사건 근로계약은 취소의 의사표시가 담긴 반소장 부본 송달 이후의 장래에 관하여만 그 효력이 소멸할 뿐 위 반소장 부본이 원고에게 송달되기 이전의 법률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4.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이 사건 근로계약이 원고의 기망으로 체결된 것으로서 피고의 취소의 의사표시에 의해 적법하게 취소되었고 그 취소로 인해 장래에 관하여만 계약의 효력이 소멸할 뿐이라고 하면서도, 이는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노무를 제공한 경우에 한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지 않은 기간에 대하여는 소급적으로 계약의 효력이 소멸한다는 그릇된 전제에서 원고에 대한 해고 통지 이후로서 위 취소의 의사표시 이전의 부당해고 기간 동안에는 현실적인 노무의 제공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위 기간에 대하여는 소급적으로 계약의 효력이 소멸하여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한 임금 지급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근로계약 취소의 소급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김창석 이기택(주심)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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