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공무원연금법 제35조 제1항에 정한 공무상요양비의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수행 중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이 공무집행과 관련하여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됨으로 인하여 질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공무원으로 채용될 당시의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근무장소에 발병원인 물질이 있었는지, 발병원인 물질이 있는 근무장소에서의 근무시간, 질병이 직무수행 환경 등의 공무상 원인이 아닌 다른 사유로 유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공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화재현장에서 화재진압 업무를 주로 수행하였던 소방공무원 갑이 어지럼증과 구음장애, 왼쪽 얼굴 감각손실, 보행장애 등이 발생하여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았다가, 그 후 당직실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뒤 다시 소뇌위축증을 진단받고 공무상요양 승인신청을 하였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이 불승인 처분을 한 사안에서, 갑이 소방공무원으로 채용될 당시 소뇌위축증에 걸릴 유전적 소인이나 가족력이 없는 점, 갑이 수행한 화재진압 직무의 특성으로 인하여 장기간 지속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었던 점, 현대의학에서 소뇌위축증의 발병원인을 명확하게 찾고 있지는 못하지만 유해화학물질의 흡입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을 발병원인의 하나로 추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갑의 공무수행과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7.09.21. 선고 201747878 판결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취소]

원고, 상고인 / 원고

피고, 피상고인 / 공무원연금공단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7.5.25. 선고 20166036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무원연금법 제35조제1항에 정한 공무상요양비의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수행 중 그 공무로 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뜻하는 것이므로, 공무와 질병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무원이 공무집행과 관련하여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됨으로 인하여 질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경우 법원은 공무원으로 채용될 당시의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그 근무장소에 발병원인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 물질이 있는 근무장소에서의 근무시간, 그 질병이 직무수행 환경 등의 공무상 원인이 아닌 다른 사유로 유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공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4.9.13. 선고 946819 판결, 2004.4.9. 선고 200312530 판결 등 참조).

 

2. .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1977.4.1. 대구시 지방소방사로 임용되어 2014.9.30.까지 소방관으로 재직하였다. 원고는 임용 당시부터 2003. 9. 20. 지방소방위로 승진할 때까지 주로 화재현장에 출동하여 화재를 진압하는 경방 업무를 수행하였다.

(2) 소방관들이 화재진압 직무를 수행할 때에는 화재현장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장시간 노출되는 일이 많다. 화재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로서 대표적인 것은 일산화탄소, 시안화수소, 이산화탄소, 염화수소, 아크롤레인, 이산화질소, 벤젠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일산화탄소는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물질로서 인체 내부에서 강한 결합력으로 헤모글로빈과 결합함으로써 신체조직의 산소공급을 방해하여 허혈성 손상을 야기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산소공급에 예민한 뇌 부위에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3) 소방공무원들은 화재현장에서 방화복, 공기호흡기, 안전모, 안전화 및 안전장갑 등의 보호장구를 착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200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소방관들에게 지급된 보호장구의 보급률이나 성능 등이 열악하여, 공기호흡기 중에는 이용 가능시간이 20분 정도로 짧은 것이 대부분이었고, 방화복도 화염이나 고온으로부터 신체를 방어할 뿐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었다. 원고가 근무한 대구시의 경우에도 2011년 공기호흡기 보급률은 48.7%로 전국 최하위이고, 방화복 확보율도 34.9%에 불과하였다.

(4) 원고는 2004.8. 어지럼증과 구음장애, 왼쪽 얼굴 감각손실, 보행장애 등이 발생하여 ○○○○○병원에서 소뇌위축증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2006.2. 유전자검사를 받았으나 정상판정을 받아 유전적 요인으로 발병하는 ‘2형 척수소뇌실조증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후에도 원고는 치료를 받는 중에도 소방서 파출소장, 119안전센터장 등으로 근무하였는데, 2014.2.11. 저녁 무렵 대구△△소방서 당직실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뒤 다시 소뇌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5) ‘소뇌위축증은 소뇌에 위치한 신경핵과 신경전달 경로에 변성이 초래되어 소뇌가 위축되는 질환으로서, 어지럼증, 보행 및 중심이동 장애, 구음장애, 안구운동장애 등 증상을 동반한다. 소뇌위축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유전이나 대사질환, 독성물질과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하여 발병하는 경우는 이를 척수소뇌실조증이라고 한다).

(6) 원고는 2004.8. 소뇌위축증으로 진단받기 이전에 관련 증상으로 치료를 받거나 진단을 받은 사실이 없고, 가족 중에도 같은 질환을 앓은 사람은 없다.

 

.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고가 소방공무원으로 채용될 당시 소뇌위축증에 걸릴 유전적 소인이나 가족력이 없는 점, 원고가 수행한 화재진압 직무의 특성으로 인하여 장기간 지속적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었던 점, 현대의학에서 소뇌위축증의 발병원인을 명확하게 찾고 있지는 못하지만 유해화학물질의 흡입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을 그 발병원인의 하나로 추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의 공무수행과 질병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공무수행과 이 사건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조희대 권순일(주심)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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