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파키스탄 국적의 원고()가 단기방문(C-3) 자격으로 입국한 후, 국내 체류 중인 같은 국적의 배우자 간병을 목적으로 방문동거(F-1) 체류자격으로의 체류자격 변경허가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불허가한 사안에서, 원고의 남편은 대한민국에서 업무상 재해로 왼쪽 팔 일부를 잃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재발성 우울병 장애를 겪기까지 하였고, 재발성 우울병 장애의 특징상 재발·악화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원고에 대하여 배우자의 적법한 대한민국 내 체류기간 중 동거하면서 장해 및 그에 따른 스트레스 등을 정서적으로나마 극복·완화할 방법을 부부로서 함께 모색할 기회를 부여함이 필요해 보이는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피고의 체류자격변경 불허가처분은 그에 의해 얻는 공익에 비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피고의 불허가 처분이 적법하다고 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

 

대법원 2016.7.14. 선고 201548846 판결 [체류기간연장등불허가처분취소]

원고, 상고인 / 원고

피고, 피상고인 /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장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5.5.22. 선고 20146698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참고자료 등 각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출입국관리법 제10조는, 외국인으로서 입국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체류자격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1), 1회에 부여할 수 있는 체류자격별 체류기간의 상한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2). 그리고 같은 법 제24조제1항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그 체류자격과 다른 체류자격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려면 미리 법무부장관의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구 출입국관리법 시행령(2014.10.28. 대통령령 제256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2[별표 1], 외국인의 체류자격 중 단기방문(C-3)에 관하여는 시장조사, 업무 연락, 상담, 계약 등의 상용활동과 관광, 통과, 요양, 친지 방문, 친선경기, 각종 행사나 회의 참가 또는 참관, 문화예술, 일반연수, 강습, 종교의식 참석, 학술자료 수집,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90일을 넘지 않는 기간 동안 체류하려는 사람(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제외한다)”(8)이라고 정하고, 방문동거(F-1) 체류자격에 관하여는 친척 방문, 가족 동거, 피부양(被扶養), 가사정리,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체류하려는 사람”(26호 가목) 또는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직업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대한민국에 장기간 체류하여야 할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26호 라목) 등으로 정하고 있다. 한편 출입국관리법 제10조제2항의 위임에 따라 체류자격별 체류기간의 상한을 정하고 있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18조의2 [별표 1], 단기방문(C-3)에 관하여는 90, 방문동거(F-1)에 관하여는 2년을 체류기간의 상한으로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관련 법령의 문언, 내용 및 형식,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체류자격 변경허가는 신청인에게 당초의 체류자격과 다른 체류자격에 해당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가지므로, 허가권자는 신청인이 관계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하더라도, 신청인의 적격성, 체류 목적, 공익상의 영향 등을 참작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할 때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또는 비례·평등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

 

2. .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인(소외인, 이하 배우자라 한다)는 파키스탄 국적의 남성으로 2006.7.25. 산업연수(D-3) 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는데, 2007.6.17.경 톱밥 파쇄기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재해를 당하여 좌측 전완부 절단, 좌 견갑부 근긴장, 환상통, 신경종 절단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상병을 입었다. 배우자는 위 상병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2007.8.2. 기타(G-1) 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받았고, 그 후 2013.2.8. 국적법 제5조에 따라 귀화허가를 신청한 후 그 무렵 국적신청자에게 부여하는 방문동거(F-1) 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받았으며 그 체류기간을 2015.2.8.까지로 연장을 받았다. 또한 배우자는 2013.1.23.재발성 우울병 장애로 추가상병승인을 받기도 하였다.

(2) 원고는 파키스탄 국적의 여성으로 2012.9.4. 자국에서 배우자와 혼인신고를 하였고, 2013.9.2. 단기방문(C-3) 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체류하다가 2013.10.24. 피고에게 배우자 간병을 위하여 방문동거(F-1) 자격으로의 체류자격 변경허가 신청을 하였다.

(3) 피고는 원고와 배우자에 대하여 배우자는 장해일시금으로 받은 49,132,390원 중 2,000만 원을 본국에 송금하였고 1,000만 원은 차용금을 변제하였으며, 2014.1.13. 기준 배우자의 통장 잔액은 453,190원이고, 20일 동안 병원에 입원하여 혼자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중하지 않으며, 원고는 취업할 수 없는 체류자격임에도 2013.11.16.경 방문 당시 집에서 부업을 하고 있었다.”라는 내용의 실태조사를 마친 후, 2014.4.11. ‘국내체류 불가피성 없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의 위 신청을 불허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4) 법무부장관은 2014.9.22. 배우자에 대하여, 배우자가 국적법 제4조제2, 국적법 시행령 제4조제3항에 따른 필기시험에 2014.2.25. 1차로, 2014.8.19. 2차로 각 불합격(불참)하였다는 사유로 귀화허가신청 불허가처분을 하였다.

 

.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여, 원고는 스스로의 자격이 아니라 배우자가 귀화허가 요건을 갖추었음을 전제로 배우자의 간병을 목적으로 체류자격의 변경을 신청하였으나, 배우자가 필기시험에 2회 불합격함으로써 배우자의 귀화신청이 그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원고도 이 사건 처분과 달리 체류자격 변경허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3. .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배우자는 대한민국에서의 적법한 산업연수활동 도중 발생한 업무상재해로 왼쪽 팔 일부를 영구적으로 잃는 중한 장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위 신체결손에 따른 스트레스로 재발성 우울병 장애를 겪기까지 하였는데, 재발성 우울병 장애의 특성상 추가적 스트레스 등으로 재발·악화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이므로, 인도적 관점에서 원고가 배우자의 적법한 대한민국 내 체류기간 중 동거하면서 위 장해 및 그에 따른 스트레스 등을 정서적으로 극복·완화할 방법을 부부로서 함께 모색할 기회를 부여함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행정소송에서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행정처분이 행하여졌을 때의 법령과 사실 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대법원 2008.7.24. 선고 2007393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처분 시점인 2014.4.11.경을 기준으로, 배우자는 귀화허가를 위한 필기시험 중 1회에 불참하였을 뿐이고 여전히 1회 필기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남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체류기간도 2015.2.8.까지 연장을 받은 상태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 당시 배우자의 귀화신청이 불허가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볼 수도 없고, 설령 배우자가 종국적으로 귀화허가를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배우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어도 2015.2.8.까지 대한민국에 적법하게 체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재발성 우울병 장애를 겪고 있어서 가족인 원고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당시 배우자의 체류기간이 약 10개월 정도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체류자격을 방문동거(F-1)로 변경하는 것을 불허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1회 체류기간의 상한이 90일에 불과한 단기방문(C-3)의 체류자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배우자에 대한 지속적인 보살핌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등 인도주의적 관점에서도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원고에 대하여 방문동거 자격을 허용함으로써 배우자에게 허용된 체류기간 이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할 우려가 없지 아니하나, 원고의 체류자격을 방문동거로 변경하는 경우에도 체류기간을 배우자의 체류기간에 상응하는 기간으로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러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원고가 일시적으로 부업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취득한 이득이 크지 않아 보이며, 그 외에 원고와 배우자가 국내에 입국한 이래 다른 범죄를 범하였다거나 그 밖에 특별히 공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 결국 이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에 의하여 얻는 공익에 비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인정되므로,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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