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서울행정법원 제32016.09.02. 선고 2015구합74302 판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원 고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6.07.27.

 

<주 문>

1. 피고가 2015.7.27.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1988.4.8., 이하 망인이라 한다)2011.3.14. 자동차 부품생산업체인 주식회사 ○○전장(이하 회사라고 한다)에 임시직으로 입사하였다가 같은 해 7.18. 정규직 전환을 받았고, 입사 당시부터 생산설비를 정비하는 보전반의 반원으로 근무하여 왔다.

. 그런데 망인은 2014.9.25. 11:10경 회사 기숙사에서 허리띠로 목을 매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다.

. 원고는 망인의 부()로서 망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며 2015.2.17. 피고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 이에 피고는 망인에 대한 조사결과 망인이 자살 당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되어 있었다거나 자살 전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2015.7.27.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인정근거] 다툼이 없음, 갑 제7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여부

 

. 이 사건의 쟁점

망인이 회사 생활 중 겪었던 업무상 스트레스와 망인의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11.13. 선고 201217070 판결 등 참조).

 

. 인정사실

1) 망인은 ○○기계공업고등학교 컴퓨터 응용기계과를 졸업하고 ○○자동차대학에서 자동차진단 및 제어기술을 전공하면서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자동차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오곤 하였다. 망인은 대학 재학 중 회사에 입사하였고 입사 당시부터 보전반 중 특히 기계설비를 정비하는 보전1(이하 기계반이라 한다)에서 근무하여 왔다.

2) 기계반은 반장 1명과 5명의 반원으로 구성된다. 기계반 반원은 반원 중 결원이 발생하면 기계정비 자격증이 있는 다른 직원들 중에서 선발하여 충원된다. 기계반은 반원들이 야간수당 및 특근수당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고 기계정비에 관한 전문기술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라인 근무반에 비하여 인기가 높은 부서이다. 그런데 기계반에서 필요한 기술은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는 소위 도제식 교육으로 전수되고 그러한 교육은 주로 기계설비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선배가 후배를 현장에 데리고 나가 기계를 실제로 정비하면서 경험을 공유하는 현장학습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기계반에서 홀로 현장에 나가 기계를 정비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을 습득하려면 최소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3) 망인은 기계반 반원 중 가장 나이가 어렸고 경력도 다른 반원들보다 10년 이상 차이가 났기 때문에 기계반 반원이 된 이래 자살에 이를 때까지 기계반 내에서 소위 막내의 역할을 하여 왔다. 망인은 주로 선배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여 왔고 홀로 현장에 나가 기계를 정비해 본 적은 없다. 한편 망인은 주 5일 주간 근무를 하였고 근무시간은 08:00부터 17:30까지였다.

4) 망인은 2014.8.25. 친구인 과 카카오톡 메시지(갑 제19호증)를 주고받았는데, 그 내용은 직장상사가 나만 괴롭힌다. 완전히 쓰레기 취급한다. 말단 노릇하려고 고생하는 것이 아닌데 청춘을 회사에 바칠 것 같다는 등 주로 보전반 내에서의 인간관계 및 불투명한 장래의 전망에 관한 고민이었고, 그 표현은 상당히 거칠었다.

5) 망인은 자살 전 유서라는 제목의 메모(을 제8호증)를 남겼는데, 그 메모에는 모두들 죄송합니다. 전 여기까지입니다. 제 노력과 절실이 이제 한계점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참으려 해도 참으려 해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부모라고 기재되어 있다.

6) 망인은 고교 재학 중 연삭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하였고 대학 재학 시절에도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충당하는 등 평소 성실하게 생활하여 왔고, 고교 때에는 학급 임원을, 대학 때에는 과대표를 역임하는 등 리더쉽이 있었으며, 입사 후 회사 내 동호회인 테니스, 축구,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등 대인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다. 한편 망인의 가족으로는 부모와 동생 둘이 있는데 가정 내 특별한 문제는 없었고 다만 망인은 입사 이래 줄곧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여 왔다.

[인정근거] 다툼이 없음, 갑 제1, 2, 4, 12 내지 14, 19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 판단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처음부터 다른 직원들이 선호하는 보전반 반원으로 선발되어 회사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입사 이래 자살 직전에 이르기까지 약 36개월의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보전반 내에서 소위 막내역할을 하면서 홀로 기계정비를 할 만한 기술을 습득하지 못함으로써 심한 초조감 내지 중압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망인은 보전반 내에서 다른 반원들과의 연령 및 경력의 격차 등 여러 이유로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었거나 상급자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고 느끼는 등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스트레스를 겪었던 것으로 보이고 보전반의 인력 충원 방식상 자신의 처지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나아질 전망이 없다는 사실에 큰 실망을 하면서 친구에게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평소 성실한 성격에 다른 직원들과의 대인관계도 원만한 편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종전에 우울증으로 치료받았던 전력도 전혀 없었으며 위와 같은 업무상 스트레스를 제외하고는 다른 요인으로 인하여 그러한 초조감, 중압감과 실망감을 느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망인의 경우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세가 나타나게 된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망인에게 자살을 선택할 만한 동기나 계기가 될 만한 다른 사유가 나타나지 아니하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망인이 자살 직전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다.

결국 망인이 회사 생활 중 겪었던 업무상 스트레스와 망인의 자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비록 망인에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구체적인 병력이 없다거나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소결론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병수(재판장) 유성욱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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