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의 아들인 망인은 연구소에서 근무 중 회식에 참석하였다가 3차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갔는데 이후 한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되었고, 이에 원고는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망인이 참석한 술자리는 사적인 모임이고 그 사망원인도 알 수 없음을 이유로 부지급 처분을 한 사안에서, 이 사건 3차 술자리는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모임이었으므로 망인의 사망을 망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처분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

 

울산지방법원 제1행정부 2016.5.12. 선고 2014구합2557 판결 [유족보상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 고 / A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6.04.21.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4.4.10. 원고에게 한 유족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망 변B(이하 망인이라고 한다)2013.5.30. 주식회사 ○○에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하여, 위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기술연구소(이하 연구소라고 한다)에 보조연구원으로 파견되어 근무하였다.

. 망인은 2013.6.21. 19:30경 연구소 환경센터가 주최한 회식에 참석하였다가 그 다음날 01:303차 술자리에서 나왔다. 망인은 곧바로 귀가하지 아니하고 성남시 수성구 태평동 소재 건물 옥상에서 잠이 들었다가, 03:43경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중앙파출소에서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았고, 파출소에서 나와 다시 같은 동 소재 ○○관나이트 앞 횡단보도에 누워 잠이 들었다가, 03:58경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깨우자 일어나서는 지하철 8호선 태평역 방면으로 걸어갔다.

. 망인은 그 이후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았는데, 2013.6.25. 16:56경 뚝섬유원지역에서 청담역으로 지하철 7호선을 타고 가던 승객이 한강 수면 위 익사체로 떠 있는 망인을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하여 발견되었다.

.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는 20143월경 피고에게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4.4.10. 망인이 참석한 술자리는 사적인 모임이고 그 사망원인도 알 수 없으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 원고는 위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4.7.22. 원고의 심사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위 위원회 역시 2014.10.10. 원고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8 내지 14, 21, 22, 23호증, 을 제1, 2호증

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망인은 연구소에서 주최한 공식 회식에 3차까지 참석하여 자신의 주량을 초과한 술을 마셔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정상적인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3차 회식장소에서 이탈하여 귀가하려고 하였으나 바로 숙소로 가지 못하고 한강변을 거닐던 중 실족하여 한강에 빠져 익사하였다. 따라서 망인이 사망은 회식 중의 음주로 인한 재해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판단

 

.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 인정 사실

1) 망인이 참석한 2013.6.21.자 회식의 내용과 경과는 아래와 같다. <표 생략>

2) 망인은 입사 이후 첫 회식인 1차 회식에서 많은 술을 마셨으나, 2차 회식에서는 노래방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거나 술을 마시지 않고 연구소 소속의 류○○ 대리, 몇 명의 사원과 함께 회식장소 1층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류○○ 대리가 사는 음료수를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2차 회식을 마친 후 류○○ 대리의 제안으로 3차 술자리를 갖기로 하고 류○○ 대리와 망인을 포함한 젊은 층의 직원 16명이 택시를 타고 자리를 옮겨 5~6km 정도 떨어진 성남시 성남동 소재 ○○감자탕으로 갔는데, 망인은 약 1시간 후 아무런 말없이 술자리를 떠났다.

3) 망인이 사체로 발견된 곳은 망인의 마지막 행적으로 확인된 ○○관나이트 앞으로부터 15 내지 16km 떨어진 곳인데, 이는 대중교통으로 약 1시간, 승용차로 약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4) 망인의 사체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은 아래와 같다.

---

망인 사체의 에틸알코올 농도는 0.056% 정도이다(에틸알코올은 사망 후 부패에 의해서도 생성 되는 물질이다).

타살을 의심할만한 외상은 발견되지 아니한다.

사인은 부패로 인하여 알 수 없으나 플랑크톤 검출양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익사의 가능성이 있다.

---

5) 망인의 사망과 관련된 경찰 수사내용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

망인이 평소 학업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점, 에틸알코올농도

0.056% 상태로 한강 수중에서 발견된 점, 타살 혐의를 의심할만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부담감으로 한강에 투신하여 자살한 것으로 추정될 뿐, 타살혐의는 없다.

---

6) 이 법원의 부산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감정의는 망인의 자살가능성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소견을 제시하였다.

---

망인이 우울하고 자조적이며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추측되나, 자살을 결심할 정도는 아니며 자살에 임박했다고 추측할만한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회식 도중 자살을 결심할만한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지도 않고, 회식 후 2시간 반 동안 주변을 헤매고 다녔으므로 회식 도중 자살을 결심하였을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자살보다는 실족 등의 사고로 인한 익사일 가능성이 높다.

---

[인정 근거] 앞서 든 증거, 이 법원의 부산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 판단

1)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의하여 통상 종사할 의무가 있는 업무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회사 외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려면, 우선 그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어야 하고, 또한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어야 하는데(대법원 1997.8.29. 선고 977271 판결, 대법원 2007.11.15. 선고 20076717 판결 등 참조), 근로자가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회식 과정에서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나머지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게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회식 중의 음주로 인한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 한편 행사나 모임에 대한 사용자의 전반적인 지배·관리가 개시된 후 그 종료시점이 문제될 때에는 위에서 든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10.9. 선고 20088475 판결).

2)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의 각 소견을 종합하면 망인의 사인은 실족 등 사고에 의한 익사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고, 앞서 본 망인이 3차 술자리에서 나와서 보인 행동, 마지막 행적으로 확인된 곳과 사체 발견장소의 거리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술에 취해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을 하기 힘든 상태에서, 마지막 행적을 보였던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강에 빠져 익사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3) 그런데 위 법리에 따라 망인의 실족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회식 과정에서 망인이 주량을 초과하여 음주를 한 나머지 그와 같은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실족사고를 당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4) 망인이 참석한 1차 회식은 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추진한 회식이고, 2차 회식은 비록 최초부터 예정된 회식은 아니었으나 1차 회식 참석자 전원 또는 대부분이 1차 회식 장소 근방으로 이동하여 연구소의 비용 부담으로 이루어졌으므로, 1, 2차 회식은 모두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회식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3차 술자리는 2차 회식 장소로부터 5~6km 떨어진 ○○감자탕에서 시작되었고, 최초 회식 참석 인원 48명 중 1/3에 불과한 16명이 택시를 타고 이동하여 이루어진 점, 연구소 대리인 류○○3차 술자리를 주도하였고, 비용 역시 주도자이자, 참석자 중 가장 직급이 높은 류○○이 개인비용으로 부담하였던 점, 그 참석 및 장소 이탈 여부가 전적으로 참석자의 자율에 맡겨졌던 점 등을 고려하면, 1차 회식에서 시작된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회식은 2차 회식으로 이미 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3차 술자리의 성격은 사용자의 지배·관리를 벗어나 류○○의 권유로 즉석에서 임의적 판단에 따라 가진 별도의 사적모임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망인이 3차 술자리에서의 과음으로 말미암아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른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실족하여 익사하였다고 하더라도, 3차 술자리가 업무와 무관한 이상 망인의 사망을 망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5) 나아가 1차 회식에 의한 음주와 실족사고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보건대, 망인이 1차 회식에서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셔 정상적인 사고·판단을 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자료가 부족하고, 설령 망인이 1차 회식에서 상당히 취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1차 회식은 2013.6.21. 22:00경 마쳤고, 그 이후 약 2시간 반 동안 망인은 술을 마시지 아니하고 2차 회식장소 1층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하였으므로 1차 회식에서의 주취상태가 해소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점, 그 무렵 망인의 상태나 행동에서 별다른 문제가 관찰되지도 않았고 3차 술자리까지 아무 문제없이 이동하였던 점, 망인의 사고 시점을 가장 빠르게 보더라도 1차 회식의 음주와 망인의 사고 사이에는 6시간 이상의 간격이 있는 점, 망인은 3차 술자리에서 1시간 가량 있으면서 술을 재차 마시게 되었고 그 이후 건물 옥상, 길에서 잠드는 등 심각한 주취상태에 이르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1차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그 상태가 실족사고 시까지 유지되었다고는 볼 수 없고, 오히려 망인은 위 3차 술자리에서의 음주로 인하여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렀고, 이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실족사고를 당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6)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해지(재판장) 민희진 문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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