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3부 2015.10.29. 선고 20155545 판결 [. 업무상과실치, .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 / A

상고인 / 피고인

원심판결 / 부산지방법원 2015.4.3. 선고 2014447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 E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건설기계임대업을 하는 주식회사 F의 대표이사로서, ○○지스 신항센터 주식회사에 임대한 G 리치스태커(컨테이너 운반용 크레인)의 왼쪽 뒷바퀴 볼트 2개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면서 해당 작업의 지휘자를 지정하여 타이어 내부 공기를 방출시켜 압력을 제거한 후 타이어를 분리하도록 하는 등의 작업순서를 결정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위 작업을 의뢰받은 중장비 수리업자인 피해자 E가 타이어 내부 공기압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볼트교체 작업을 하던 중 타이어를 장착·유지하고 공기압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설비인 휠림(wheel rim)이 파손되어 압축공기가 순간적으로 방출 되면서 튕겨져 나온 타이어에 충격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 피해자 E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라는 것이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 위 작업 당시 해당 작업의 지휘자를 지정하여 타이어 내부 공기를 방출시켜 압력을 제거한 후 분리하도록 하는 등의 작업순서를 결정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이를 게을리하여 피해자 E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 법령에 의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관리·감독의무가 부여되어 있거나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인에게는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없다(대법원 2009.5. 28 선고 20087030 판결 등 참조).

 

.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은 건설기계대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F의 대표이사로서, G 리치스태커(이하 이 사건 기계라고 한다)를 창원시에 소재한 ○○지스 신항센터 주식회사에 임대해 주었는데, 이 사건 기계의 왼쪽 뒷바퀴 볼트 2개가 빠졌다는 연락을 받고, 2013.6.17. 직원인 H에게 수리를 지시하였다. H은 중장비 수리업체인 I를 운영하는 피해자 E에게 볼트 교체 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고 한다)을 의뢰하였다. 피해자 EH과 함께 같은 날 18:00○○지스 신항센터 주식회사 내 컨테이너 상·하차 작업장에 도착하여 이 사건 작업에 착수하였는데, 이 사건 기계는 무게가 약 45, 타이어 하나의 무게가 약 500킬로그램, 공기압이 약 150psi(pound per squre inch, 압력 단위)에 달하기 때문에, 바퀴의 볼트를 교체하기 위해 타이어를 분리할 경우 타이어가 압력으로 튕겨져 작업자 쪽으로 날아올 위험이 있으므로 타이어 내부 공기를 방출시켜 압력을 제거한 후 분리하여야 한다. 이는 중장비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수리 전문업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안전수칙에 해당하고, 피해자 E는 중장비 수리를 수 년 동안 해 온 전문수리업 자로서 이 사건 작업 전에도 같은 작업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E는 이 사건 기계의 타이어 공기를 빼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작업을 하였고, 같은 날 18:20경 압축공기가 순간적으로 방출되면서 튕겨져 나온 타이어에 충격을 당하여 옆에 있던 H과 함께 사망하였다. 사고 발생 당시 상황을 목격한 사람은 없고, H이 이 사건 작업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지 알 자료가 없다.

 

. 사정이 이러하다면, 피해자 E는 피고인에게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 이 사건 기계의 수리를 의뢰받은 수급인으로서 이 사건 기계를 수리하게 된 것이고, 그 수리는 수급인인 피해자 E가 자신의 업무로서 그 책임으로 하는 것이며, 도급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은 물론 H이 이 사건 작업과 관련하여 피해자 E를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 E에게 이 사건 작업의 방법과 순서를 정하여 알려주거나 작업상 요구되는 안전조치를 강구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작업 당시 피고인의 직원인 H이 현장에 피해자 E와 함께 있었고, 피해자 E가 이 사건 작업을 하면서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보유한 장비를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원심이 피고인에게 그 판시와 같은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업무상과실치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해자 E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죄 부분은 파기하여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이 부분과 나머지 유죄부분이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한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박보영 김신(주심) 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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