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주체의 경영상 조치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2]단체협약시행협정서 규정상 ‘사전합의’의 문언을 ‘사전협의’의 취지로 해석한 사례

 

<판결요지>

[1]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그 실시를 반대하기 위하여 벌이는 쟁의행위에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2]의사표시를 하게 된 경위와 당시의 상황 및 분위기, 당위성 등을 참작하여 단체협약시행협정서 규정상 ‘사전합의’의 문언을 ‘사전협의’의 취지로 해석한 사례.

 

◆ 대법원 2003.07.22. 선고 2002도7225 판결[업무방해]

♣ 피고인 / 피고인 1 외 5인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수원지법 2002.11.26. 선고 2002노195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헌법 제23조제1항 전문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19조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우리 헌법이 사유재산제도와 경제활동에 관한 사적자치의 원칙을 기초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헌법 제23조의 재산권에는 개인의 재산권뿐만 아니라 기업의 재산권도 포함되고, 기업의 재산권의 범위에는 투하된 자본이 화체된 물적 생산시설뿐만 아니라 여기에 인적조직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체로서의 ‘사업’ 내지 ‘영업’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러한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그 재산의 자유로운 이용·수익뿐만 아니라 그 처분·상속도 보장되어야 한다. 한편,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는 기업의 설립과 경영의 자유를 의미하는 기업의 자유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의 취지를 기업활동의 측면에서 보면, 모든 기업은 그가 선택한 사업 또는 영업을 자유롭게 경영하고 이를 위한 의사결정의 자유를 가지며, 사업 또는 영업을 변경(확장·축소·전환)하거나 처분(폐지·양도)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고 이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틀어 경영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물론 기업의 이러한 권리도 신성불가침의 절대적 권리일 수는 없다. 모든 자유와 권리에는 그 내재적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 제23조제2항이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기업의 이러한 권리의 행사는 경우에 따라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의 지위나 근로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근로자의 노동3권과 충돌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과 노동3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이를 조화시키는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기업의 경제상의 창의와 투자의욕을 훼손시키지 않고 오히려 이를 증진시키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함을 유의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기업이 쇠퇴하고 투자가 줄어들면 근로의 기회가 감소되고 실업이 증가하게 되는 반면, 기업이 잘 되고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면 근로자의 지위도 향상되고 새로운 고용도 창출되어 결과적으로 기업과 근로자가 다 함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추상적인 이론에만 의존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대의 현실을 잘 살펴 그 현실에 적합한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 서서 오늘의 우리 나라가 처하고 있는 경제현실과 오늘의 우리 나라 노동쟁의의 현장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 등을 참작하면, 구조조정이나 합병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주체의 경영상 조치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석하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촉진시키는 것이 옳다. 물론 이렇게 해석할 경우 우선은 그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노동3권이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과도기적인 현상에 불과하고,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투자가 일어나면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되고 근로자의 지위가 향상될 수 있으므로 거시적으로 보면 이러한 해석이 오히려 전체 근로자들에게 이익이 되고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는 길이 된다.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31조는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정리해고에 관하여 그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들과의 사전협의를 필수적인 절차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효력에 대하여는 사법심사의 길이 열려 있다. 또한,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관한법률은 경영사항을 포함한 광범위한 영역에서 노·사가 협의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해석이 결코 노동3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거나 헌법 및 노동관계법의 체계에 반하는 해석이라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이미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그 실시를 반대하기 위하여 벌이는 쟁의행위에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고(대법원 2002.2.26. 선고 99도5380 판결, 2003.2.11. 선고 2000도4169 판결, 2003.2.28. 선고 2002도5881 판결, 2003.3.14. 선고 2002도5883 판결, 2003.3.28. 선고 2002도6060 판결 등), 상고이유는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을 변경해 달라는 취지인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오늘의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는 위 견해를 변경할 수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의사표시의 해석은 표시된 문언에 따라 해석함이 원칙이나, 여기서의 문언해석은 당해 조항만이 아니라 이를 포함하는 의사표시 전체의 취지 속에서 당해 조항의 문언이 가지는 의미를 찾아야 하고, 또 그 의사표시를 하게 된 경위와 당시의 상황 및 분위기, 당위성 등을 참작하여 규범적인 해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단체협약시행협정서 제1조의 ‘사전합의’를 ‘사전협의’의 취지로 해석하고, 그 문언이 이 사건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가림에 있어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판단한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그 주장과 같은 위법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또한,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쟁의행위의 주된 목적이 정부의 가스산업구조개편정책 및 그 입법정책을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구조조정의 실시 자체의 반대를 위한 것이었다고 원심이 판단한 조치에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정부가 마련한 가스산업구조개편안에 대하여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점만을 들어 그 구조조정안이 긴박한 경영상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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