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여기에서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때에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에 갈음하여 사무를 감독하는 자에게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 2015.11.18. 선고 2015가합34451 판결 [손해배상()]

원 고 / 주식회사 A

피 고 / 주식회사 B

변론종결 / 2015.10.14.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95,65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2.3.9.부터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인정사실

 

. 원고는 컴퓨터 및 주변기기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문구 및 사무용품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며, 2009.3.18.부터 2012.3. 말경까지 피고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원고 등 피고의 거래처로부터 컴퓨터 부품 등을 공급받아 납품하는 업무를 담당하여 온 사람이다.

. 은 피고 몰래 처 명의로 △△시스템을 운영하여 왔는데, 2010.2.경 피고 영업 관련 미수금이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 무렵부터 ○○네트컴등 중간거래처를 통해 피고에서 △△시스템으로 물품을 공급받은 다음 이를 용산전자상가에서 정상가 대비 20% 정도 낮은 가격에 판매하여 현금을 마련한 후 속칭 돌려막기형태로 미수금 변제에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2012.3.9. 원고에게 ○○네트컴에 물품을 납품하여 그 회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 3.20.까지 처리해 줄 테니 컴퓨터 CPU, 메모리를 납품해 달라며 원고로부터 3.12.부터 14.까지 3회에 걸쳐 합계 395,650,000원 상당의 컴퓨터 관련 부품을 공급받았다(이하 이 사건 물품공급이라 한다). 그러나 실제 은 원고에게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네트컴이 아닌 △△시스템으로 물품을 공급받은 다음 이를 저가에 판매하여 현금을 마련할 목적이었다.

. 은 위 나.항 기재 범죄사실을 포함하여 다수의 피해자들(여기에는 피고 대표이사도 포함되어 있다)을 상대로 수백억 원을 편취한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등으로 2014.2.13. 징역 9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받았다가[서울남부지방법원 2013고합138, 168(병합), 544(병합)], 6.13. 그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4608)에서 징역 8년에 처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6.21.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1 내지 5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 청구원인

원고는, 피고의 직원인 이 원고를 기망하여 물품대금 상당액을 편취함으로써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피고는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395,65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 판 단

1)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여기에서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 된 것인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 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때에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에 갈음하여 사무를 감독하는 자에게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 이 경우 중대한 과실은 거래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상대방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대법원 2011.11.24. 선고 201141529 판결 등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인정사실 및 갑 3 내지 5, 7, 8, 1 내지 9(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의 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피고 회사 직원으로서의 사무집행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적어도 이 사건 물품공급 당시 의 행위가 실제로는 피고 회사 직원으로서의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지 아니함을 알고 있었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그 행위가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나온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펴 볼 필요없이 이유 없다.

원고는 2010.10.28.부터 을 통하여 피고에게 물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의 사기 범행이 발각된 2012.3.경까지 그를 통한 매출액이 70억 원이 넘고(특히 2011년도에만 50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2011.3.29.부터는 피고가 아닌 운영의 △△시스템에 17억 원이 넘는 물품을 공급하기도 하였다.

피고는 2012.2. 초순경 을 비롯한 영업 담당 직원들에게 피고 회사의 매출 및 매입 사무 처리와 관련하여 모든 제품 구매는 본부장의 사전 결재를 받을 것, 본부장과 팀장이 날인한 발주서 없이 매입처에 제품을 발주하지 말 것, 매입처 마감 및 대금 결제 시 반드시 발주서를 첨부할 것등의 지시를 하였고, 의 직속 상급자인 (디지털사업본부 법인영업파트 팀장)은 매입 거래처인 원고에게 위와 같은 피고 내부방침을 전달하면서, 의 구두 발주가 있더라도 발주서 없이는 물품을 공급하지 말 것과 발주서 없는 물품공급에 대해 대금 결제를 하지 않을 것임을 알리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원고는 의 구두 발주만으로 2012.2.21.부터 3.6.까지 합계 437,525,000원 상당의 물품을 공급하고[이 부분에 관하여는 관련 민사사건에서 피고의 지급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이 법원 2012가합4374, 서울고등법원 201347202), 이하 선행 물품공급이라 한다], 또 다시 3.9. 이 사건 물품공급을 하였는데, 이 사건 물품공급 당시 원고는 의 요구에 따라 피고가 아닌 ○○네트컴에 이 사건 물품을 공급하면서 ○○네트컴 앞으로 된 거래명세서를 작성하여 주었고 으로부터 인수 확인을 받았다(이와 달리 선행 물품공급 당시 거래명세서에는 피고의 상호가 기재되어 있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물품공급 대금에 관하여 피고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한바 없고, 운영의 △△시스템 앞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을 뿐이며, 이 사건 물품공급에 앞서 구두 발주만으로 가능한지 피고 측에 문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이와 달리 선행 물품공급 당시에는 피고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고, 에게 구두 발주에 의한 물품공급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문의하기도 하였다).

원고 주장 자체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물품공급 당시 을 통하여 피고가 아닌 ○○네트컴에 물품을 직접 공급하여 새로운 거래처를 개발할 목적이었다는 것으로, 이로써 피고 회사 직원인 이 피고가 아닌 다른 회사를 위하여 물품 발주 등의 업무를 하고 있고 이것이 피고 회사 직원으로서의 사무집행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원고가 이미 인식하고 있었음이 여지없이 드러나 보인다.

원고는 선행 물품공급에 관하여는 피고를 상대로 위 항 기재와 같이 물품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반면, 그 직후 있은 이 사건 물품공급에 관하여는 아무런 청구도 하지 않고 위 관련 소송에서조차 별다른 주장을 하지 않다가 그로부터 3년이 더 지난 2015.6.25.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바, 이에 관하여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우철(재판장) 하효진 유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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