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연속되는 일련의 거래과정에서 매출세액의 포탈을 목적으로 하는 악의적 사업자가 존재하고, 그로 인하여 자신의 매입세액 공제·환급이 다른 세수의 손실을 가져온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수출업자가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적극)

[2] 귀금속의 제조, 판매 및 수출입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갑 주식회사가 을 주식회사에서 매입한 금지금을 아무런 가공 없이 2차례에 걸쳐 그대로 수출하면서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구하였으나 거부된 사안에서, 갑 회사가 금지금 거래를 하면서 그 전 일련의 거래과정에 매출세액 포탈을 목적으로 부정거래를 하는 악의적 사업자가 존재하고, 그로 인하여 수출업자인 자신에 대한 매입세액 공제·환급이 다른 조세수입의 감소를 초래한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였음에도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구하는 것은, 구 국세기본법 제15조에서 따른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1.2.24. 선고 200915791 판결 [매입세액공제신청거부처분취소등]

원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

피고, 상고인 / 역삼세무서장

환송판결 / 대법원 2009.3.12. 선고 200821034 판결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9.8.26. 선고 2009852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이 사건 각 금지금을 매입하면서 매입대금만을 지급하였을 뿐 부가가치세를 징수당한 적이 없음에도 이 사건 각 세금계산서에는 그 매입대금의 10/11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급가액으로, 1/11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가가치세액으로 각 기재하였으므로 이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를 다투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나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에 귀착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 구 국세기본법(2010.1.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세기본법이라 한다) 15조는 납세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세무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또한 같다.”고 규정함으로써 신의성실의 원칙이 조세법 분야에서도 기본적 지도이념이 되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조세법 규정을 개별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면 보편적인 정의관과 윤리관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됨으로써 오히려 건전한 법질서에 역행하는 것으로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 예외적으로 그 규정의 적용을 제한 또는 배제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원칙은 부가가치세에 관한 법률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국세기본법 제1, 3조제1항 본문).

구 부가가치세법(2010.1.1. 법률 제9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5조는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때에는 그 공급가액에 관한 부가가치세를 그 공급을 받는 자로부터 징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17조제1항은 사업자가 납부하여야 할 부가가치세액은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공제한 금액으로 하고 매출세액을 초과하는 매입세액은 환급받을 세액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전단계세액공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최종소비자에 이르기 전의 각 거래단계에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가 그 공급을 받는 사업자로부터 매출세액을 징수하여 국가에 납부하고, 그 세액을 징수당한 사업자는 이를 국가로부터 매입세액으로 공제·환급받는 과정을 통하여 그 세액의 부담을 다음 단계의 사업자에게 차례로 전가하여 궁극적으로 최종소비자에게 이를 부담시키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대법원 1999.11.12. 선고 993398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구조에서는 각 거래단계에서 징수되는 매출세액이 그에 대응하는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위한 재원이 되므로 그 매출세액이 제대로 국가에 납부되지 않으면 부가가치세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만일 연속되는 일련의 거래에 있어 어느 한 단계의 악의적 사업자가 당초부터 부가가치세를 포탈하려고 마음먹고, 오로지 부가가치세를 포탈하는 방법에 의해서만 이익이 창출되고 이를 포탈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만 보는 비정상적인 거래(이하 부정거래라고 한다)를 시도하여 그가 징수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는 경우, 그 후에 이어지는 거래단계에 수출업자와 같이 영세율 적용으로 매출세액의 부담 없이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을 수 있는 사업자가 있다면 국가는 부득이 다른 조세수입을 재원으로 삼아 그 환급 등을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인바, 이러한 결과는 소극적인 조세수입의 공백을 넘어 적극적인 국고의 유출에 해당되는 것이어서 부가가치세 제도 자체의 훼손을 넘어 그 부담이 일반 국민에게 전가됨으로써 전반적인 조세체계에까지 심각한 폐해가 미치게 된다.

물론 위와 같은 사유가 있다 하여도 부정거래의 존재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거래를 한 수출업자라면 원칙적으로 부가가치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을 수 있음을 부인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러나 수출업자가 그 전단계에 부정거래가 있었음을 알면서도 아랑곳없이 그 기회를 틈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거래에 나섰고, 또한 그의 거래 이익도 결국 앞서의 부정거래로부터 연유하는 것이며 나아가 그의 거래 참여가 부정거래의 판로를 확보해 줌으로써 궁극적으로 부정거래를 가능하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면, 이는 그 전제가 되는 매입세액 공제·환급제도를 악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수출업자에게까지 다른 조세수입을 재원으로 삼아 매입세액을 공제·환급해 주는 것은 부정거래로부터 연유하는 이익을 국고에 의하여 보장해 주는 격이 됨은 물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전반적인 조세체계에 미치는 심각한 폐해를 막을 수도 없다.

이러한 경우의 수출업자가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구하는 것은 보편적인 정의관과 윤리관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이는 국세기본법 제15조 소정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공평의 관점과 결과의 중대성 및 보편적 정의감에 비추어 수출업자가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그와 같은 부정거래가 있었음을 알지 못한 경우, 즉 악의적 사업자와의 관계로 보아 수출업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로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여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수출업자와 부정거래를 한 악의적 사업자와 간에 구체적인 공모 또는 공범관계가 있은 경우로 한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1.1.20. 선고 20091347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원심판결의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2004.7.8. 귀금속의 제조, 판매 및 수출입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원고의 대표이사 소외 1은 금지금 수출입업에 관한 특별한 지식 없이 원고 법인을 설립한 사실, 2004.9.16.2004.9.20. 2차례의 이 사건 거래 모두 원고가 주식회사 효성금은으로부터 매입한 공급가액 합계 1,765,050,000원의 금지금을 아무런 가공 없이 그대로 수출한 사실, 원고의 전단계 거래자인 주식회사 비케이티의 대표이사이자 원고 대표이사의 부친 소외 2의 오랜 지인으로서 원고 법인을 설립하는데 조언을 한 바 있는 소외 3은 이 사건 2차례 거래에 있어서 원고가 대금을 결제하기 직전 7억 원과 9억 원을 대여하여 준 사실, 원고 회사의 거래에 관계된 세무사 및 관세사는 주식회사 비케이티와 동일한 사실, 이 사건 제1 금지금 및 제2 금지금의 수출가격은 수입가격보다 낮을 뿐 아니라 국내시세와 비교하여도 저렴한 사실, 원고를 비롯한 거래당사자들이 금지금을 수출하면서 관세를 환급받기 위하여 필요한 분할증명서를 전혀 수수하지 아니한 사실, 이 사건 제1 금지금 및 제2 금지금은 수입에서 수출까지 단 하루만에 신속하게 여러 단계의 업체들을 거쳐 유통되었고, 이 사건 각 거래에서 이른바 폭탄업체의 역할을 한 소외 4 주식회사는 국가에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은 채 사실상 폐업하였으며, 관련자들은 모두 잠적한 사실, 원고의 전단계 거래자인 소외 5 주식회사 및 소외 6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들이 이미 이 사건 거래와 관련하여 조세범 처벌법 위반죄 등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 원고는 2004년 제2기분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면서 이 사건 세금계산서에 관한 매입세액을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여 그 환급을 구하였으나 피고는 2005.6.1. 원고에게 부가가치세의 환급을 거부함과 동시에 2004년 제2기분 부가가치세를 경정·고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원고가 매매차익을 누리면서 이 사건 각 금지금을 단기간 내에 매입·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중간 단계의 악의적 사업자가 이 사건 금지금을 저가로 공급하면서 매출세액을 포탈하는 부정거래를 하였기 때문이고, 그 거래의 구조에 비추어 원고가 거액의 이 사건 금지금을 수출함으로써 그 판로를 확보해 주지 않고서는 악의적 사업자가 부정거래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므로 결국 원고와 악의적 사업자는 필연적인 상호 의존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종국적으로 원고가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을 수 없다면 그 세액의 부담이 매매차익을 초과하여 손해를 보게 되고 그로 인하여 거래가 불가능하게 되므로 이러한 상호 의존관계는 반드시 원고가 수출에 대한 영세율 적용에 의해 국가로부터 매입세액을 공제·환급받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거래는 워낙 짧은 기간 내에 이루어지므로 국가가 사전에 이를 차단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수출업자인 원고가 이 사건 각 금지금 거래를 함에 있어 그 전에 있은 일련의 거래과정에 매출세액의 포탈을 목적으로 부정거래를 하는 악의적 사업자가 존재하고 그로 인하여 원고에 대한 매입세액 공제·환급이 다른 조세수입의 감소를 초래한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구하는 것이라면, 이는 악의적 사업자의 부정거래에 편승한 원고가 매입세액 공제·환급제도를 악용하여 악의적 사업자가 포탈한 매출세액의 일부를 이익으로 분배받고자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전단계세액공제 제도를 취하고 있는 부가가치세 제도 및 전반적 조세 정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 되므로 국세기본법 제15조가 규정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각 금지금 거래를 함에 있어 위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여 원고의 매입세액 공제·환급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심리·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매입세액 공제·환급 주장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국세기본법 제15조 소정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이홍훈 김능환(주심) 민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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