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들이 미지급 상여금을 포기한다는 동의서에 서명하면서 고용승계를 보장받는 것을 목적으로 특정 회사에 회사가 매각되는 것을 조건으로 한 경우, 그 후 특정 회사에의 회사 매각은 결렬되었으나 다른 회사가 동일한 조건으로 고용승계를 보장하여 회사를 인수한 이상 합목적적으로 해석하여 그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특정 회사에의 회사 매각이 결렬된 후 다른 회사로 회사가 매각되기 전에 퇴직한 근로자들에게는 그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되고 그 조건의 문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 사례.

 

◆ 대법원 2002.11.08. 선고 2002다35867 판결[상여금]

♣ 원고, 상고인 / 김○성 외 7인

♣ 피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 원심판결 / 부산고법 2002.5.15. 선고 2001나377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들은 피고의 전신인 구 ○○음료 주식회사(2000.5.29. 그 상호를 피고로 변경하였다. 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원심 판시 각 일자에 퇴직한 사실, 피고 회사는 1997.11.1. 부도가 나는 바람에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에게 1997. 상여금 일부, 1998. 상여금 전부, 1999. 상여금 일부를 각 지급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미지급 상여금 총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후, 1999.5.4.에 원고들이 위 미지급 상여금 채권을 포기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회사가 위와 같이 부도가 나자, 주채권은행인 주식회사 J○행(이하 ‘J○행’이라고 한다)이 주도하는 채권단이 1998.5.22. 자산매각방식에 의하여 피고 회사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결정하고, 피고 회사를 J○제당 주식회사(이하 ‘J○제당’이라고 한다)에게 매각하기 위하여 협상을 추진하여 1999.4.7. J○제당과 사이에 양수도계약을 위한 양해각서(을 제4호증)를 작성하였는데, 위 양해각서에는 피고 회사의 종업원은 원칙적으로 J○제당이 전원 승계하되, 피고 회사는 양수도계약 이행일 전까지 종업원에 대한 미지급 상여금을 비롯한 일체의 임금 지급 채무 등에 대하여 그 책임으로 모두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이에 피고 회사 노동조합은, 피고 회사로부터 고용승계를 보장한 J○제당에의 매각을 위해서 필수적이라며 상여금채권의 포기를 종용받고, 1999.4.29. J○제당과의 인수계약이 완료된 때에만 상여금포기가 유효하다는 공고를 한 후, 1999.5.4. 소속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을 받아 피고 회사와 단체교섭을 거쳐, “회사를 J○제당에 매각하는 것을 전제로만 유효하다.”는 이면약정과 함께, 1997.분부터 1999.2.분까지 전액 및 1999.4.분과 6.분의 20%의 상여금을 포기하기로 합의한 사실(이하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라고 한다),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가 이루어진 후, 피고 회사는 1999.5.4.부터 같은 달 10.까지 사이에, “전 임직원은 1997. 및 1998.의 미지급분과 1999.2.분까지의 모든 상여금을 자진하여 포기하고, 1999.의 상여금에 대한 지급률, 지급기준, 시기, 방법 등 일체를 회사에 위임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결의서 양식을 만들어 모든 직원들에게 서명할 것을 요청하여, 원고들 전부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근로자들로부터 서명을 받은 사실, 그런데 1999.6. 말경 J○제당과의 매각협상이 결렬되자, 채권단은 1999.7.22. 피고 회사의 공개 재매각을 결정하고, 1999.8.18. 역시 전원 고용승계의 조건을 내세운 홍콩의 국제투자기관인 클○○온 캐피탈을 인수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여, 같은 해 9.29. 위 클○○온 캐피탈과 사이에 인수대금 3,089억 원으로 한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같은 해 10.18.경 클○○온 캐피탈이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음을 이유로 하여 위 계약을 파기한 사실, 그 후 1999.11.23.에 이르러 피고 회사의 채권단은 다시 일본 ○○리인쇄 주식회사가 중심이 되어 5개 업체로 구성된 ‘○○리사 콘소시엄’을 매각결정 당사자로 통보한 후 위 콘소시엄과 매각협상을 진행하여 1999.12.2. 평촌개발 주식회사(위 콘소시엄이 자본을 출자하여 공동으로 인수한 회사이다.)와 사이에, 인수대금 3,085억 원으로 한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양수인의 의무이행을 위한 계약완결의 선행조건으로서, 양도인은 완결일까지 발생한 임금, 상여금 및 모든 근로 계약상의 금전지급의무를 모두 이행하거나, 개별 근로자로부터 포기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정한 사실, 그 후 2000.4.19.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평촌개발 주식회사는 같은 해 5.31. 피고 회사의 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전원의 고용을 승계하기로 하고 피고 회사를 인수하였고, 같은 날 상호를 해태음료 주식회사로 변경한 사실, 한편, J○제당에의 매각이 무산된 이후에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가 계속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클○○온 캐피탈 등 인수희망업체와 협상을 하였는데, 그에 대하여 피고 회사 근로자들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바 없을 뿐 아니라, 노동조합도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피고 회사와 사이에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들이 위 각 결의문에 서명함으로써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로써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는 원고들에게 그 효력이 미친다고 할 것이고,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유지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마련된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에 관한 규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의 임금포기에 관한 약정은 문언의 기재 내용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나 그 임금포기를 한 경위나 목적 등 여러 사정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근로자들의 의사나 이해에 합치되는 경우도 있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가 이루어진 제반 사정, 특히 위 상여금포기합의 당시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은 고용이 승계되는 것을 최우선시한 점, 그 당시 인수협상을 하던 J○제당에 피고 회사가 인수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고 고용이 승계될 것으로 판단하여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또한 그 후 J○제당이 인수를 포기한 후에도 피고 회사가 후속 인수업체와 사이에 그 이면약정에도 불구하고 위 상여금포기합의가 계속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협상하는 것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이면약정은 그 문언상 나타난 ‘J○제당’이 인수할 때에만 유효하다기보다는 피고 회사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업체가 인수하는 경우에도 유효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의 의사에 합치되는 합목적적인 해석이라 할 수 있고, 위 ○○리사 콘소시엄이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하고 피고 회사를 인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에 의하여 위 합의일 이전의 상여금은 유효하게 소멸하였다 할 것이고, 다만 아직 발생하지 아니한 임금채권을 포기하는 것은 임금의 직접지불원칙 등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의 취지 등에 비추어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위 포기합의는 상여금포기합의일 이후의 상여금에 관하여는 그 효력이 없다 할 것이어서, 결국 피고의 위 주장은 위 포기일 이전에 발생한 상여금에 대하여만 이유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일부 받아들이고, 나아가 J○제당과의 인수협상이 결렬되고 ○○리사 콘소시엄과의 영업양수도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퇴직한 원고들에 대하여는 고용승계된 다른 근로자들과는 달리 위 이면약정을 합목적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원고들이 그 스스로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퇴직하는 바람에 결국 고용승계되지 못한 것에 불과하고 달리 원고들을 고용승계된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보아야 할 사정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원심이 근로자의 임금포기에 관한 약정은 문언의 기재 내용대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그 임금포기를 한 경위나 목적 등 여러 사정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근로자들의 의사나 이해에 합치되는 경우도 있는데 위 판시와 같은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가 이루어진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의 경우 ‘J○제당’이 피고 회사를 인수하는 것을 포기한 이후에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가 계속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후속 인수희망업체들과 협상을 하는 것에 대하여 피고 회사 근로자들이 이의를 제기한 바가 전혀 없는 이상,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가 그 이면약정의 문언상 나타난 ‘J○제당’이 인수할 때에만 유효하다기보다는,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업체가 인수하는 경우에도 유효하다고 합목적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 것은 일응 수긍할 수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원심이 위와 같이 ○○리사 콘소시엄에 의하여 고용승계가 이루어지기 훨씬 전에 피고 회사를 퇴직하여 ○○리사 콘소시엄에 의하여 고용이 되지 아니한 원고들에 대하여도, 원고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하여 퇴직한 것에 불과하므로 고용승계된 다른 근로자들과 원고들을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위 이면약정의 의미를 합목적적으로 해석하여 위 이면약정에서 정한 조건이 원고들에게도 성취되었다고 보아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의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원고 문○규는 1999.6.5. 퇴직하였는데 그 때에는 J○제당이 피고를 인수하려고 협상하던 중이었고, 원고 강○수, 문○조는 J○제당이 인수를 포기한 후인 1999.7.11. 및 같은 해 7.3. 퇴직하였는데 그 때에는 위 클○○온 캐피탈이 인수협상을 시작하기 전이며, 원고 김○성, 강○중, 강○인, 강○훈은 1999.10.29.부터 같은 해 11.12.경 사이에 퇴직하였는데 그 때에는 위 클○○온 캐피탈이 인수를 포기하고 위 ○○리사 콘소시엄이 인수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이고, 원고 이○근은 1999.12.10. 퇴직하였는데 그 때에는 위 ○○리사 콘소시엄이 인수협상을 하던 중이었으며, 이와 같이 원고들이 퇴직한 때로부터 적어도 6개월 가량 경과한 후인 2000.5.31.에 가서야 위 ○○리사 콘소시엄, 피고, 피고의 근로자들 모두가 위 상여금포기합의가 유효한 것을 전제로 하면서 위 ○○리사 콘소시엄이 피고를 인수하고 그 근로자 전원을 고용승계하였음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J○제당이 인수를 포기하기 이전에 이미 퇴직한 원고 문○규로서는 인수포기 이후에 이루어진 후속 인수업체와의 협상시에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할 것이고, 나머지 원고들은 명시적으로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J○제당이 인수를 포기한 후에 ○○리사 콘소시엄에 의하여 고용승계가 이루어지기 전에 피고 회사를 퇴직하여 J○제당이 아닌 다른 회사에 의한 고용승계를 포기하였음이 명백하다 할 것이다(원고 이○근의 경우에도, 비록 ○○리사 콘소시엄이 인수계약을 체결한 이후에 퇴직을 하기는 하였지만, 아직 인수 완결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황에서 인수계약일로부터 불과 8일 후에 퇴직한 것이고, 그 인수 완결은 2000.5.31.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같은 원고의 퇴직 후 6개월이나 경과한 뒤의 일인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마찬가지로 ○○리사 콘소시엄에 의한 고용승계를 포기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리사 콘소시엄에 의하여 고용승계가 이루어진 다른 근로자들과는 달리 원고들은, 위 이면약정에서 정한 ‘J○제당’이 아니라 다른 후속 인수업체와 사이에 협상을 하면서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가 유효한 것으로 당연히 전제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못볼 바 아니라 할 것이고, 가사 그렇게까지 볼 수는 없다 할지라도 최소한 위 이면약정에서 정한 ‘J○제당’이 아닌 다른 업체에 의한 고용승계에는 동의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그렇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속 인수희망업체들과 협상을 함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을 가지고,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J○제당’이 아닌 다른 회사에 의한 인수를 포기하고 피고 회사를 퇴직한 원고들의 상여금포기 역시 그 이면약정의 문언상 나타난 ‘J○제당’이 아니어도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업체가 피고 회사를 인수한 이상 유효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앞서 본 원칙에 따라 위 이면약정의 문언 그대로 피고 회사가 ‘J○제당’이라는 회사에 매각되는 경우에 한하여 효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도 위 이면약정의 의미를 그 문언상 나타난 ‘J○제당’이 아니어도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업체가 인수하기만 하면 조건이 성취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목적적 해석이라고 단정하여 다른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더 살펴보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상여금포기합의의 조건을 문언 그대로 ‘J○제당’이라는 특정업체가 피고 회사를 인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의 이 사건 상여금 채권 포기 항변 일부를 받아들인 것은, 임금채권 포기약정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미진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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