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합병 후의 회사의 퇴직금 지급방식에 관하여 합병으로 소멸한 회사의 퇴직금 규정을 적용하는 노사관행이 성립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2]합병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포괄승계된 후 합병 후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근로관계 내용의 단일화에 관한 새로운 합의가 있는 경우 그 합의의 적용 여부(적극)

[3]퇴직금규정이 일정한 근속기간까지에 대하여만 지급률을 정하고 있다면, 이를 초과하는 근속기간에 대한 규정은 아직 제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4]근로기준법 제36조 소정의 14일의 금품청산기간이 퇴직금청구권 행사의 법률상 장애사유인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합병 후의 회사의 퇴직금 지급방식에 관하여 합병으로 소멸한 회사의 퇴직금 규정을 적용하는 노사관행이 성립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2]회사의 합병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승계되어 종전 취업규칙 등이 그대로 적용되더라도 합병 후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단체협약의 체결 등을 통하여 합병 후 근로자들의 근로관계 내용을 단일화하기로 변경·조정하는 새로운 합의가 있으면 그 새로운 단체협약 등이 유효하게 적용된다.

[3]근로기준법의 최저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의 퇴직금청구권은 그러한 퇴직금제도의 내용이 근로계약,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인바, 퇴직금규정이 초창기에 우선 일정한 근속기간까지에 대하여만 지급률을 정하고 있었다면, 이를 초과하는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규정은 정하여진 근속기간의 누진율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볼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은 추후 검토하기로 유보하여 아직 제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4]소멸시효의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라 함은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 이행기 미도래, 정지조건 미성취 등 법률상의 장애가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근로기준법 제36조 소정의 금품청산제도는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 사용자로 하여금 14일 내에 근로자에게 임금이나 퇴직금 등의 금품을 청산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이를 불이행하는 경우 형사상의 제재를 가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지 사용자에게 위 기간 동안 임금이나 퇴직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유예하여 준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가리켜 퇴직금 청구권의 행사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라고 할 수는 없고, 따라서 퇴직금청구권은 퇴직한 다음날부터 이를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 대법원 2001.10.30. 선고 2001다24051 판결[임금]

♣ 원고, 피상고인 / 나○도 외 4인

♣ 피고, 상고인 / 롯데○○음료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1.3.27. 선고 2000나3509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식품공업 주식회사(이하 ‘○○식품’이라 한다)가 1973.2.28. ○○음료공업 주식회사(이하 ‘○○음료’라 한다)를 흡수합병하여 그 상호를 ○○○○음료공업 주식회사로 변경하였다가 그 후 다시 피고 회사로 변경하였는데, 피고 회사에서는 ○○음료에서 승계된 근로자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원래부터 ○○식품에서 근무하였거나 합병 후 새로 입사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음료가 합병 전인 1972년 1월경 제정한 근속년수 30년까지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누진 지급률에 의한 퇴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직원퇴직금지급규정(이하 ‘1972년 퇴직금규정’이라 한다)이 통용되었다고 인정한 다음, 이를 근거로 피고 회사에서는 퇴직금지급방식에 관하여 ○○음료의 1972년 퇴직금규정과 같은 내용의 노사관행이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은 갑 제6, 7호증(판결), 갑 제5호증의 1(의견메모지), 2(퇴직금청구소송 결과보고서)의 각 기재 등을 위와 같은 사실인정에 대한 주요 증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갑 제6, 7호증은 소외 한○도가 1992년경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청구소송 사건의 항소심 및 상고심판결로서 이들 판결에서 “그 후 위 ○○음료가 피고 회사에 합병된 후에도 위 퇴직금규정이 통용되었다.”고 인정하였지만, 판결의 전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는 위 한○도가 ○○음료에서 승계된 근로자였던 관계로 그 사건에서는 1972년 퇴직금규정이 원래부터 ○○식품에 근무하였거나 합병 후 새로 입사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적용되고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아니었기 때문에, 합병으로 소멸된 회사인 ○○음료에서 승계된 근로자들에 대하여 ○○음료의 1972년 퇴직금규정이 적용된다는 취지일 뿐, 원래부터 ○○식품에 근무하였거나 합병 후 새로 입사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음료의 1972년 퇴직금규정이 적용되었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갑 제5호증의 1, 2는 위 소송이 종결된 후 피고 회사의 노무후생과에서 장래의 대책에 관하여 작성한 기안문서에 지나지 않아 그 기재로써 ○○음료가 합병된 후 피고 회사에서 원래부터 ○○식품에서 근무하였거나 합병 후 새로 입사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음료의 1972년 퇴직금규정이 적용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심이 들고 있는 나머지 증거들 역시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를 근거로 피고 회사에서는 퇴직금지급방식에 관하여 ○○음료의 1972년 퇴직금규정과 같은 내용의 노사관행이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결국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제2, 3점에 대하여

 

원심은, 합병 후 ○○○○음료에서는 1972년 퇴직금 규정이 노사관행으로 성립하여 적용되고 있는 상태에서 1974.6.1. 노동조합과 사이에 근속년수 20년까지에 대하여는 ○○음료의 1972년 퇴직금규정과 같은 누진 지급률을 정하고 20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는 내용의 퇴직금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이하 ‘1974년도 단체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으나, 1974년도 단체협약 제1항 단서가 ‘퇴직금은 근속년수에 따라 누진제를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근속년수 1년부터 20년까지에 대하여 1972년 퇴직금규정의 누진율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던 점과 당시로서는 회사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20년 이상의 근속년수에 대한 퇴직금에 관한 규정을 둘 필요가 없었던 점에 비추어 그들 사이에 저촉이나 모순의 여지가 없으므로, 위 1974년도 단체협약에 의하여 1972년 퇴직금규정 중 근속년수 20년을 초과하는 부분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 판단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합병 후 ○○○○음료에서는 1972년 퇴직금규정이 노사관행으로 성립하여 적용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기록에 의하면 ○○음료에서는 근속년수 1년에서 30년까지 1개월에서 90개월의 월 통상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누진제 퇴직금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1972년 퇴직금규정을 제정, 시행하고, ○○식품에서는 단수제 퇴직금제도를 시행하던 중, 두 회사가 합병으로 인하여 ○○○○음료가 되자, ○○음료에서 승계된 근로자들과 ○○식품에 근무하던 근로자들 사이에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를 운영하게 되는 결과가 되었는바, 합병 후 ○○○○음료에는 1974.2.11. 전체 종업원 780명 중 480명을 조합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결성되어 그 조합원수를 유지한 상태에서 같은 해 6월 1일 ○○○○음료와 그 노동조합 사이에 근속년수 20년까지에 대하여는 ○○음료의 1972년 퇴직금규정과 같은 누진 지급률을 정하고 20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는 내용으로, ○○음료에서 근로관계가 승계된 근로자들에게는 기존의 퇴직금제도보다 불리하고 ○○식품에 입사한 근로자들에게는 기존의 퇴직금제도보다 유리한 내용의 퇴직금조항이 포함된 1974년도 단체협약을 체결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회사의 합병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승계되어 종전 취업규칙 등이 그대로 적용되더라도 합병 후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단체협약의 체결 등을 통하여 합병 후 근로자들의 근로관계 내용을 단일화하기로 변경·조정하는 새로운 합의가 있으면 그 새로운 단체협약 등이 유효하게 적용되는바(대법원 2001.4.24. 선고 99다9370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 및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살펴보면, 1974년도 단체협약의 규정에 의하여, ○○음료에서 근로관계가 승계된 근로자들을 포함하여 ○○○○음료의 노동조합원의 자격이 있는 모든 근로자들에게는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에 의하여 기존의 퇴직금제도에 대신하여 그 단체협약상의 퇴직금에 관한 규정이 새로이 적용되는 것이므로, ○○음료에 입사하였다가 합병으로 ○○○○음료에 근로관계가 승계된 원고 이○우는 물론 1974년도 단체협약 체결 후 그 유효기간 내에 피고 회사에 입사한 원고 나○도, 이재필, 민경복, 박래홍의 경우에도 합병으로 인하여 모든 근로자들의 퇴직금제도를 단일화하기로 변경·조정하는 내용의 새로운 합의인 1974년도 단체협약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근로기준법의 최저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의 퇴직금청구권은 그러한 퇴직금제도의 내용이 근로계약,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규정되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인바, 퇴직금규정이 초창기에 우선 일정한 근속기간까지에 대하여만 지급률을 정하고 있었다면, 이를 초과하는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규정은 정하여진 근속기간의 누진율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볼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은 추후 검토하기로 유보하여 아직 제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4.6.24. 선고 92다28556 판결, 2001.9.25. 선고 2001다18421 판결 각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들에게 지급할 퇴직금을 산정함에 있어 근속년수 20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노사관행으로서 ○○음료의 1972년 퇴직금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데에는 단체협약 체결의 효력 및 그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3. 제4점에 대하여

 

나아가 원심은, 원고 이○우가 1997.2.10. 피고 회사에서 퇴직하였는데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이미 경과한 2000.2.24. 제기되었으므로 위 원고의 퇴직금청구권은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퇴직금청구권은 퇴직한 다음날 발생한다 할 것이나 근로기준법 제36조의 규정에 의하여 금품청산기간 2주일이 경과한 후에야 이를 행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퇴직일인 1997.2.10.부터 2주일이 지난 같은 달 25일부터 퇴직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위 원고가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멸시효의 기산점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때’라 함은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서 이행기 미도래, 정지조건 미성취 등 법률상의 장애가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근로기준법 제36조 소정의 금품청산제도는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 사용자로 하여금 14일 내에 근로자에게 임금이나 퇴직금 등의 금품을 청산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이를 불이행하는 경우 형사상의 제재를 가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지 사용자에게 위 기간 동안 임금이나 퇴직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유예하여 준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가리켜 퇴직금청구권의 행사에 대한 법률상의 장애라고 할 수는 없고, 따라서 퇴직금청구권은 퇴직한 다음날부터 이를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위와 같은 이유로 위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의 기산점 및 사용자의 금품청산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강국(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강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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