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해 상계하는 것이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42조제1항 본문에 위반하는지 여부(한정 소극)

 

<판결요지>

근로기준법 제42조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 대법원 2001.10.23. 선고 2001다25184 판결[퇴직금]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농업협동조합

♣ 원심판결 / 울산지법 2001.3.29. 선고 2000나286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은, 원고의 1997.6.30.자 퇴직으로 인한 퇴직금이 제세공과금을 제외하고 104,517,917원인 사실, 피고가 위 금원을 원고의 예금계좌에 입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입금으로써 퇴직금의 전액을 지급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판단함에 있어서, 원고가 1988년경부터 1991년경 사이에 피고 조합의 출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중, 1인당 300만 원까지의 대출한도를 정한 피고 조합의 업무규정을 위반하여 소외 양○출 등 5명에게 각 500만 원씩을 대출하였는데 소외인들이 이를 변제하지 아니하여 피고 조합에 위 대출원리금 등 합계 34,718,615원의 손해가 생기게 되자, 피고 조합은 1997.7.31. 10:30경 위 대출원리금이 모두 변제된 것으로 계좌정리를 한 후, 같은 날 18:00경 퇴직금으로 104,517,917원을 원고의 예금구좌에 일단 입금하였다가 원고로부터 교부받아 소지하고 있던 인장으로 그 예금을 인출하여 위 대출원리금 34,178,615원이 원고에 의하여 변제된 것으로 처리한 사실을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하고, 피고는 위 104,517,917원을 원고의 계좌에 입금해 준 후 원고가 스스로 이를 관리 처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기 전에 위 34,718,615원을 포함한 금원을 인출 사용하였다 할 것이므로 위 돈은 원고에게 직접 지급되었다고 볼 수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위 돈을 지급하도록 명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가. 근로기준법 제42조제1항 본문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그 보호를 도모하려는 데 있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고 할 것이지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2조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할 것이다.

 

나.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조합의 직원이 인출전표를 위조하여 위 34,718,615원을 인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원고는 피고 조합의 직원들을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고소하였는데 오히려 원고가 무고죄로 구속되어 공소제기되었다), 이에 반하여 피고는 원고의 동의를 받고 인출전표를 작성하여 위 34,718,615원을 포함한 금원을 인출한 것이라고 다투고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 조합이 위의 돈을 인출함에 있어 원고의 동의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정한 후, 원고의 동의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면 원고의 그 동의가 유효한 것인지 즉, ‘원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하였어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점에 대한 심리나 고려를 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위 퇴직금이 원고의 계좌에 입금된 후 원고 스스로 관리 처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기 전에 피고가 위 34,718,615원을 인출 사용하였다고만 판단하여 이를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으니, 거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퇴직금에 대한 상계약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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