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의 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지는지 여부(적극)

[2]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판단 기준

[3]야간에 회사 기숙사 내에서 발생한 입사자들 사이의 구타행위에 대하여 회사의 보호의무위반이나 불법행위상의 과실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

 

<판결요지>

[1]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야간에 회사 기숙사 내에서 발생한 입사자들 사이의 구타행위에 대하여 회사의 보호의무위반이나 불법행위상의 과실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

 

◆ 대법원 2001.07.27. 선고 99다56734 판결[손해배상(기)]

♣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원고 1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2 외 4인

♣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통신 주식회사

♣ 원심판결 / 부산고법 1999.8.26. 선고 98나195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1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원고 1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의 상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증거에 의하여 이 사건 사고의 경위 등 판시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로서는 생산직 사원 확보와 3교대 근무자의 정시출근를 위하여 기숙사를 마련하고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정도의 미성년자를 다수 입주시켜 공동생활을 하게 하는 경우라면, 그 입주자들 사이에서 술에 취하거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싸움을 벌이는 등의 사태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것이고, 더구나 그러한 사태는 흔히 야간에 발생하기 쉬운 것이므로, 야간에도 기숙사를 통제·관리하는 관리자를 별도로 두어 그로 하여금 통제·관리케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과 같은 사고의 발생을 방지하는데 만전을 기함으로써 기숙사에 입주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호에 최선을 다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30분 가량이나 되는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 위 기숙사 내 6호실과 그 옥상에서 일어난 나머지 피고들의 이 사건 구타행위를 저지하지 못한 점에서 기숙사 관리 등에 있어서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피고 회사도 불법행위자로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9.2.23. 선고 97다12082 판결, 2000.5.16. 선고 99다4712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시행되던 구 근로기준법(1997.3.13. 법률 제5309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1조제1항은 “사용자는 사업의 부속기숙사에 대하여 근로자의 건강, 풍기와 생명의 보지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 회사는 이 사건 기숙사를 설치, 관리함에 있어서 입사자들의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에게 그러한 보호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적 내용은 근로자의 직종, 노무내용, 노무제공장소 등 보호의무가 문제되는 당해 구체적 상황 등에 의하여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 사건과 같은 기숙사에 관하여 보면 기숙사의 규모, 시설, 위치와 주위 환경, 입사자의 수 및 성별과 나이, 회사의 규모 등 구체적인 상황 등에 따라 보호의무의 내용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원심은, 피고 회사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정도의 미성년자를 다수 입주시켜 공동생활을 하게 하는 경우라면, 그 입주자들 사이에서 술에 취하거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싸움을 벌이는 등의 사태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것이고, 더구나 그러한 사태는 흔히 야간에 발생하기 쉬운 것이므로 야간에도 기숙사를 통제·관리하는 관리자를 별도로 두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피고 회사에 대한 보호의무의 내용으로 야간에도 별도의 기숙사 관리자를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기숙사는 피고 회사에 의하여 무료로 제공되고, 그 입사가 강제되는 것은 아닌 사실, 이 사건 기숙사는 방 6개 정도의 규모로, 피고 회사 공장 건물의 2층 일부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주위와 담장으로 격리된 공장건물 내에 위치하며, 사고 당시 입사자의 수는 34명 정도이고, 피고 회사에서는 3교대 근무를 하므로 통상 기숙사에는 20여명 정도가 기거하게 되는 사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한 20세 직전과 직후의 남자들이고, 당시 정문에는 24시간 수위가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었으며,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이 사건과 같은 기숙사 내 폭력사고는 한번도 발생한 일이 없었던 사실, 피고 회사는 인터폰 제조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이 사건 사고 당시 그 직원은 100여명 정도인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구체적인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 회사가 주간에는 총무계장으로 하여금 이 사건 기숙사를 관리하게 하고, 야간에는 정문에서 24시간 근무하는 경비원으로 하여금 순찰을 하게 하는 방법으로 기숙사를 관리하였던 것은 적절하였던 것으로 보여지고, 그 밖에 야간에 제3자가 외부에서 침입하거나 기숙사 입사자 사이에 폭력사태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염려가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는 이 사건에서 이와 달리 단지 기숙사 입사자들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미성년자들이라는 사정만으로 야간에 기숙사를 관리할 관리자를 따로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오히려 이 사건 기숙사의 입사자들은 비록 법률상 미성년자이기는 하지만 정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업한 자로서 거의 성년에 가까운 자들이므로 자율적으로 자신을 통제하고 행동할 기본적인 소양은 갖추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사자들의 연령이 그 정도라고 하여 그들 사이에 폭력사고가 발생할 것을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의 경위를 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 1은 기숙사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평소 그가 원심공동피고 1에 대하여 나쁜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는 이유로 이에 앙심을 품은 원심공동피고 1 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는 위 원고의 본래의 업무나 그것에 통상 수반되는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서 단순히 사적인 관계에서 발생한 것에 불과하여 이 사건 사고가 위 원고의 업무와 어떠한 관련성을 가진다고 볼 수도 없고, 또한 그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경위와 여태까지 한번도 기숙사 내에서 폭행사고가 없었던 점, 가해자들은 피해자인 위 원고와 같은 또래의 직장 동료 또는 전 동료(특히 원심공동피고 2, 3은 위 원고와 고등학교 동기 동창이기도 하다)인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 회사의 입장에서 이 사건과 같은 폭행사고가 기숙사 내에서 통상 발생할 것을 예측하거나 또는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에 보호의무위반이나 불법행위상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 회사에 불법행위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보호의무위반이나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한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 1의 상고에 대하여

 

원고 1의 상고이유는 피고 회사에 보호의무위반이나 불법행위상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원심의 판단에 과실비율을 잘못 정하거나 치료비에 관하여도 과실상계를 한 잘못이 있다는 것인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 회사에 불법행위상 과실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위 원고의 상고이유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 1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기각 부분에 관한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윤재식 이규홍(주심) 손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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