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 이후에 발생한 채권이나 채무와 관련하여 채권자취소권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및 채권 또는 채무가 성립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甲 협동조합이 乙과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지급하였다가 乙을 상대로 계약금 등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이 기망을 이유로 한 취소권 행사를 받아들여 매매대금 반환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위 판결이 선고되기 전 乙이 丙 등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사안에서,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 매매계약 취소로 인한 매매대금 반환채권이 발생하리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3.12.26. 선고 2012다41915 판결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등]

♣ 원고, 피상고인 / 부산○○○○판매업협동조합

♣ 피고, 상고인 /

♣ 원심판결 / 부산고법 2012.4.5. 선고 2011나614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채권자취소권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임을 요하지만,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발생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기하여 채권이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요건인 채무자의 무자력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대상이 되는 소극재산도 원칙적으로 사해행위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행하여지기 전에 발생된 것임을 요하지만, 그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무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있고, 가까운 장래에 그 법률관계에 기하여 채무가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장래에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무가 성립된 경우에는 그 채무도 채무자의 소극재산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1.1.13. 선고 2010다68084 판결 참조).

다만 여기서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 이후에 발생한 채권이나 채무와 관련하여 채권자취소권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서의 ‘고도의 개연성’은 단순히 향후 채권이나 채무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되고, 적어도 채무자의 사해의사를 추단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여 일반적으로 누구라도 그 채권이나 채무의 성립을 예견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상태에서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가 이루어졌어야 하며, 구체적으로 이러한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기초적 법률관계의 내용, 채무자의 재산 상태 및 그 변화 내용, 일반적으로 그와 같은 상태에서 채권 또는 채무가 발생하는 빈도 및 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정도,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와 채권 또는 채무 발생과의 시간적 간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2.14. 선고 2012다8310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소외인과 사이에 1994.6.27. 제1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1995.1.25.까지 매매대금으로 합계 37억 원을 지급하였고, 1998.4.11. 제2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외인에게 계약금 5억 원을 지급한 사실, 그 후 2007.11.27. 원고가 소외인에게 위 각 매매계약의 해제 통지를 하였고, 2008.12.2.에는 제1매매계약에 관한 취소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 한편 소외인은 피고 2에게는 2008.1.17.과 2008.11.13.에, 피고 1에게는 2008.1.18.에 각각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소외인에 대한 위 각 매매계약의 해제 또는 취소로 인한 42억 원(제1매매계약에 의한 37억 원과 제2매매계약에 의한 5억 원의 합계액)의 매매대금 반환채권 전액이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되고 또 소외인의 위 반환채무가 그의 소극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 사건 사해행위 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다.

 

3. 그러나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제1매매계약과 관련한 37억 원 반환채권이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되고 또 소외인의 위 금액 반환채무를 그의 무자력 여부를 판단할 때 소극재산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의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전문유통단지를 조성할 목적으로 1994.6.27. 소외인과 사이에 소외인과 그 형제자매 등의 소유이던 부산 강서구 명지동 소재 20필지의 토지에 관한 제1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5억 원을 지급한 이래 1995.1.25.까지 합계 37억 원을 지급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1998.4.11. 다시 소외인과 사이에 같은 동 소재 6필지의 토지에 관하여 제2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5억 원을 지급하였다.

(2) 원고는 전문유통단지 조성사업을 진행하지 아니한 채 제1매매계약상의 잔금지급기일을 1997.7.31.경까지 3차례에 걸쳐 연장하였으나, 소외인에게 잔금을 지급하지는 아니하였다.

(3) 그러다가 2003.10.경 위 매매목적 토지들을 포함한 일대의 토지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원고는 2007.11.19.에 이르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에게 서면으로 위 각 토지에서 전문유통단지 조성을 위한 건축행위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 질의를 하였으나, 같은 달 21일 건축행위가 불가능하다는 공문을 받게 되자, 2007.11.27. 소외인에게 위 각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통지하였다.

(4) 그 후 원고는 부산지방법원 2008가합9269호로 소외인을 상대로 계약해제를 원인으로 하여 계약금 등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소송 진행 중인 2008.12.2. 소외인이 다른 토지 소유자들인 형제자매 등으로부터 제1매매계약체결에 관한 위임을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위임을 받은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였으므로 제1매매계약을 취소한다는 주장을 추가하였다. 위 소송에서 법원은 2009.2.12. 제1매매계약과 관련하여서는 원고의 2007.11.27.자 해제통지에 따른 매매계약해제 주장을 배척하는 한편, 기망을 이유로 한 2008.12.2.자 취소권 행사에 따라 적법하게 매매계약이 취소되었다고 판단하고, 제2매매계약과 관련하여서는 2007.11.27.자 해제통지에 따라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여, 제1매매계약의 매매대금 37억 원과 제2매매계약의 계약금 5억 원 전부의 반환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5) 한편 소외인은 피고 2로부터 2007.5.7.경부터 2008.1.22.경까지 11억 5,000만 원을 차용하고 위 피고에게 2008.1.17.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5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고, 2008.11.13.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다시 채권최고액 5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또한 소외인은 피고 1에게 2008.1.18. 그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2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고 2008.1.23. 위 피고로부터 10억 원을 차용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제1매매계약과 관련하여 원고가 2007.11.27. 소외인에게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소송절차에서 그 해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으므로 계약 해제를 원인으로 한 37억 원의 반환채권은 인정될 수 없고, 원고가 위 소송 진행 중인 2008.12.2. 소외인의 기망을 이유로 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제1매매계약이 체결된 때는 1994.6.27.이고 원고가 소외인에게 37억 원을 지급한 것은 1995.1.25.까지이므로 그 무렵부터 10년의 제척기간 내에만 원고가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인데, 소외인이 피고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때는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이고 원고가 취소권을 행사하기 전인 2008.1.17.부터 2008.11.13.까지이므로, 설사 법원이 위 소송에서 2009.2.12. 원고의 취소권 행사를 받아들여 매매대금 반환채권을 인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기 전인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 제1매매계약의 취소로 인한 매매대금 반환채권이 발생하리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제1매매계약의 취소로 인한 원고의 37억 원의 매매대금 반환채권이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되고,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위 금액 반환채무는 그의 무자력 여부를 판단할 때 소극재산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권자취소권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 이인복(주심)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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