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자동차를 후진하다가 甲을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구호조치 없이 도주하였다고 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도주의 범의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자동차를 후진하여 운전하다가 甲을 역과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구호조치 등을 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다고 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사고 직후 직접 119 신고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119 구급차가 甲을 후송한 후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현장 설명을 하고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알려 준 다음 사고현장을 떠난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이 사고현장이나 경찰 조사과정에서 목격자 행세를 하고 甲의 발견 경위에 관하여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도주의 범의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3.12.26. 선고 2013도9124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상해]

♣ 피고인 /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춘천지법 2013.7.10. 선고 2013노7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점에 관하여

 

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5조의3 제1항에서 정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 경우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것으로서, 여기에는 피해자나 경찰관 등 교통사고와 관계있는 사람에게 사고 운전자의 신원을 밝히는 것도 포함된다 할 것이다. 다만 위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은 자동차와 교통사고의 급증에 상응하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교통질서가 확립되지 못한 현실에서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그 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는 행위에 강한 윤리적 비난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여 이를 가중처벌함으로써 교통의 안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함과 아울러 교통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라는 그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에 비추어 볼 때,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정한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도주의 범의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인지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는 그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 부위와 정도, 사고 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 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가법 위반(도주차량)의 점에 관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이 후진으로 운행하던 냉동탑차에 충격되어 넘어진 상태에서 그대로 역과되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전제한 후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사고 당시 자신이 냉동탑차를 후진하여 운행하다가 피해자 공소외 1을 역과하였다는 것을 회사 직원 공소외 2로부터 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의 모습을 직접 보았으므로 피고인 자신이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19 구급대원과 경찰관에게 최초 목격자 행세를 한 뒤 자의로 귀가한 점, 이어 경찰서에 임의출석하여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도 마찬가지로 목격자로 행세하면서 위 차량의 운행 경위, 동행 차량의 존부, 사고의 경위 등에 관하여 허위의 진술을 한 뒤 귀가하였다가 다시 변호사 사무장과 상담한 이후 경찰서에 출석하여 경찰관의 추궁에 따라 비로소 자신이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음을 인정한 점(피고인은 제1심 및 원심에서 다시 이를 부인하였다)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의 사고 발생 직후의 위와 같은 행동은 위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차량이나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 것으로서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위와 같이 이 사건 사고 직후 직접 119 신고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119 구급차가 피해자를 후송한 후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현장 설명을 하고 자신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알려 준 다음에야 비로소 사고현장을 떠난 점, ② 다만 피고인은 당시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내용으로만 119 신고를 하였고, 사고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과 경찰관에게도 자신이 최초 발견자인 것처럼 이야기한 뒤 귀가하였으며, 다시 몇 시간 후에 경찰서에 자진 출석하여 경찰관 등에게 ‘자신이 차량을 운전하여 마을 진입로로 들어가다 보니까 길가에 피해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 ③ 피고인은 자신의 신원과 연락처 및 운전 차량이 경찰에 의하여 이미 확보된 상태에서 목격자로 행세하며 진술조서를 작성한 지 불과 11시간 정도 후에 다시 경찰서에 출석하여 종전 태도를 바꾸어 사고를 낸 사실을 인정하였던 점, ④ 만약 피고인이 끝까지 사고 운전자임을 인정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인적사항과 운행 차량을 수사기관에 제공한 이상 목격자 등의 진술과 그 후에 이루어진 차량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피고인이 사고 운전자라는 사실이 그다지 어렵지 않게 밝혀졌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에 대한 충격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여 다른 사람의 제지에 의하여 비로소 차량을 멈추게 되었고, 자신이 운전한 차량의 운행 속도와 당시 날씨와 도로 상태, 피해자의 위치와 상태 등에 비추어 선행 차량에 의한 사고 가능성 등을 의심하여 일단 경찰관에게 목격자인 것처럼 진술하였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사고현장이나 경찰 조사과정에서 목격자 행세를 하고 피해자의 발견 경위에 관하여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도주의 범의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 것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는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에서 규정한 도주에 관한 법리 및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서 규정한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2. 상해의 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가법 위반(도주차량)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바, 위 죄와 나머지 상해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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