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수질환경보전법시행규칙 제3조 [별표 2] 중 “구리(동) 및 그 화합물” 부분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거나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의 규정인지 여부(소극)

[2]수질환경보전법시행령 제2조제1항에서 말하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이 발생되는 배출시설’의 의미

[3]피고인의 사업장에서 채취한 시료에 구리화합물이 함유되어 있다는 취지의 검사결과통보서만으로는 피고인이 설치한 폐수배출시설 자체로부터 구리화합물이 발생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수질환경보전법시행규칙 제3조 [별표 2]는 형벌조항인 수질환경보전법 제56조제1호의 구성요건 중 한 요소인 특정수질유해물질 중의 한 종류로서 법관의 보충적 해석도 거의 필요가 없는 서술적 개념인 “구리(동) 및 그 화합물”을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 내용 자체는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그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어서 어떤 물질이 “구리(동) 및 그 화합물”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수범자인 국민의 예측가능성이 충분히 보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법집행자의 자의적 집행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를 두고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으며, 위 수질환경보전법시행규칙이 특정수질유해물질 중 하나로서 “구리(동) 및 그 화합물”을 규정하면서 그 기준수치를 정하지 않은 것은 모법의 기본적인 입법 목적, 폐수배출시설설치의 허가제도에 담긴 취지 등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이를 두고 모법의 위임범위에 벗어났다거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합리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위헌적이고 위법한 규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

[2]수질환경보전법시행령 제2조제1항에서 말하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이 발생되는 배출시설’이라 함은, 폐수배출시설의 기능 및 공정상 특정수질유해물질이 발생되는 경우, 즉 사업자가 사용하는 원료(용수 포함)·부원료·첨가물의 성질 및 그 공정 과정에서의 화학 작용 등이 원인이 되어 특정수질유해물질이 발생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3]피고인의 사업장에서 실제 사용한 물감 등 원료에는 구리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과 수질오염도 등의 측정을 위하여 채취한 시료의 부적합성 등을 이유로, 피고인의 사업장에서 채취한 시료에 구리화합물이 함유되어 있다는 취지의 검사결과통보서만으로는 피고인이 설치한 폐수배출시설 자체로부터 구리화합물이 발생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5.01.28. 선고 2002도6931 판결 [수질환경보전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서울지법 2002.11.21. 선고 2002노530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환경부장관으로부터 폐수배출시설설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1999.1.11.경부터 2002.3.12.경까지 피고인 운영의 나염가공업체인 ‘피포인트’ 사업장에 나염제조시설 4대 등을 갖추고 나염의류제조 등 조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특정수질유해물질인 구리화합물(Cu)이 함유되어 있는 상태 등으로 1일 평균 823ℓ씩 사업장 내 하수관을 통하여 무단 배출하였다.

 

나. 검사가 청구한, 주위적 공소사실에 적용될 법령의 내용

 

수질환경보전법(2001.3.28. 법률 제6451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56조제1호는 법 제1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배출시설을 설치하거나 그 배출시설을 이용하여 조업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법 제10조제1항은 배출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수질환경보전법시행령(2001.6.30. 대통령령 제17288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시행령’이라고만 한다) 제2조는 “법 제2조제3호의 규정에 의한 특정수질유해물질이 발생되는 배출시설” 등 6종의 배출시설을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설치할 수 있는 배출시설로, 그 밖의 배출시설은 환경부장관에게 신고만 하면 설치할 수 있는 배출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법 제2조제3호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을 “사람의 건강, 재산이나 동·식물의 생육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수질오염물질로서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수질환경보전법시행규칙(2001.12.22. 환경부령 제119호로 개정된 것, 이하 ‘법시행규칙’이라고만 한다) 제3조는 “법 제2조제3호의 규정에 의한 특정수질유해물질은 [별표 2]와 같다.”고 규정하였는데, [별표 2]는 “구리(동) 및 그 화합물”을 비롯한 17종의 물질을 법 제2조제3호에서 말하는 특정수질유해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다. 원심의 판단

 

(1) 원심은, 구리는 토양, 물, 동·식물 등 자연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고(일반 토양에 평균 5PPM~20PPM, 채소류에 평균 1.07PPM, 과일류에 평균 1.20PPM 등), 사람 등의 생물에게 있어서도 신경계의 발육 등에 필수적인 미량원소로서 신체의 각 조직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인체 중의 구리함유량은 약 100~150㎎으로 1일 필요섭취량은 약 2㎎이고, 구리의 결핍은 대뇌퇴화, 색소탈색,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며, 의학적으로는 피임, 암치료용 약품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극히 미량의 구리는 사람의 건강 등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생리상 필요불가결한 물질이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법 제2조제3호에서 특정수질유해물질을 “사람의 건강, 재산이나 동·식물의 생육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수질오염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법시행규칙에서 법 제2조제3호의 위임에 따라 구리를 특정수질유해물질로 규정함에 있어, 위와 같은 구리의 특성에 비추어 적어도 사람의 건강 등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구리의 한계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함께 규정하는 것이 법의 위임취지에 부합한다 할 것인데, 법시행규칙 제3조의 [별표 2]에서는 그러한 한계수치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구리(동) 및 그 화합물”을 특정수질유해물질로 규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람의 건강 등에 위해를 줄 우려가 전혀 없을 정도로 극히 미량인 구리만 검출되어도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폐수배출시설에 해당되어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이를 설치하거나 이를 이용하여 조업할 경우, 법 제56조제1호에 의해 처벌받도록 하고 있는바, 결국 법시행규칙 제3조의 [별표 2] 중 “구리(동) 및 그 화합물” 부분(이하 ‘이 사건 시행규칙’이라고만 한다)은 법의 위임취지에 벗어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합리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위헌적이고 위법한 규정이 아닐 수 없고, 나아가 법시행령 제2조에서 말하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이 발생되는 배출시설”이란 폐수배출시설 그 자체(조업에 투입된 원료 포함)로부터 특정수질유해물질이 발생되는 폐수배출시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바, 토양, 물, 동·식물 등 자연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구리의 특성에 비추어, 폐수배출시설을 통해 배출되는 폐수에 구리(동) 및 그 화합물이 함유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 그 폐수배출시설이 “구리(동) 및 그 화합물을 발생시키는 폐수배출시설”로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예를 들면, 조업에 투입된 용수에 처음부터 구리성분이 포함되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당해 폐수배출시설이 특정수질유해물질인 구리(동) 및 그 화합물을 발생시키는 허가대상 배출시설인지, 그렇지 아니한 단순한 신고대상 배출시설인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응 폐수배출시설 그 자체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구리(동) 및 그 화합물의 수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규정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수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것은 처벌규정의 명확성원칙에도 반한다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시행규칙은 위법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따라서 구리(동) 및 그 화합물을 발생시키는 폐수배출시설에 관한 한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한 처벌규정은 역시 무효라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2) 한편 원심은, 가사 이 사건 시행규칙을 유효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구리는 토양, 물, 동·식물 등 자연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고, 법상 구리배출허용기준이 청정지역의 경우 0.5PPM, 청정지역 외의 지역의 경우 3PPM에 이르며, 먹는물관리법상 먹는 물의 수질기준 및 수도법상 음용수의 수질기준에서 구리함유량을 각 1PPM까지는 허용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업장에서 채취한 시료에 구리화합물이 0.536㎎/ℓ(PPM) 함유되어 있다는 취지의 수질환경오염도의뢰에 따른 검사결과통보서의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폐수배출시설 자체로부터 구리화합물이 발생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폐수배출시설이 법시행령 제2조에서 정한 허가대상 배출시설이라고 볼 자료가 없으므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 시행규칙의 무효 여부에 대하여

 

이 사건 시행규칙이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모법의 위임취지에도 벗어나므로 무효라는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형벌법규의 입법목적이나 그 전체적 내용, 구조 등을 살펴보아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그의 구성요건 요소에 해당하는 행위 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 기준을 찾을 수 있다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2000.11.16. 선고 98도36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시행규칙은 형벌조항인 법 제56조제1호의 구성요건 중 한 요소인 특정수질유해물질 중의 한 종류로서 법관의 보충적 해석도 거의 필요가 없는 서술적 개념인 “구리(동) 및 그 화합물”을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 내용 자체는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서 그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어서 어떤 물질이 “구리(동) 및 그 화합물”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수범자인 국민의 예측가능성이 충분히 보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법집행자의 자의적 집행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를 두고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

 

한편, 형벌의 구성요건인 이 사건 시행규칙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는 오로지 이 사건 시행규칙이 규정한 내용 그 자체가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명확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따져야 하는 것이지 이 사건 시행규칙의 내용으로 규정되어야 할 것을 확정한 다음 그것이 현실적으로 규정되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따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 원심이, 이 사건 시행규칙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하면서 그 전제로 삼은 사정, 즉 폐수배출시설 그 자체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합리적 구리 등의 수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규정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는, 이 사건 시행규칙의 내용 자체를 기준으로 판단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모법의 위임취지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것이므로, 원심이 전제로 삼은 위와 같은 사정이 이 사건 시행규칙에 전혀 반영되지 아니하여 위법한지의 여부는 이 사건 시행규칙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는지의 관점에서 심사되어야 할 것이다.

 

(2)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

 

행정 각부의 장 등이 헌법 제95조에 따라 제정한 부령 등 법규명령이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는 직접적인 위임 법률조항의 형식과 내용뿐만 아니라 그 밖에 모법의 전반적인 체계와 취지, 목적 등도 아울러 고려하여 모법의 위임의 범위나 한계를 객관적으로 확정한 다음 그 법규명령의 내용과 비교하여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그 법규명령의 내용이 위와 같이 확정된 모법의 위임 내용, 범위에 있다고 인정되거나 모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를 구체화, 명확화한 것으로 인정되면 그 법규명령은 무효로 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7.9.12. 선고 97누8625 판결, 2000.10.19. 선고 98두626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0.11.24. 선고 98두6289판결 등 참조).

 

먼저, 이 사건 시행규칙의 근거가 된 직접적인 위임 법률조항인 법 제2조제3호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이 사람의 건강 등에 위해를 주는 수질오염물질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사람의 건강 등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수질오염물질을 특정수질유해물질로 규정할 것을 위임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리 및 그 화합물이 인체 및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하는 한편, 구리 및 그 화합물이 사람의 건강 등에 위해를 줄 기준 수치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를 과학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현실적 사정 등도 함께 참작하여, 그 기준 수치를 명시하지 않은 채 구리 및 그 화합물을 특정수질유해물질의 하나로서 이 사건 시행규칙에 규정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위 직접적인 위임 법률조항의 위임취지를 벗어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시행규칙은 일정한 경우 폐수배출시설을 설치함에 있어 사전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법 제10조제1항의 의미를 구체화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시행규칙의 모법 위반 여부는, 법이 무엇 때문에 허가 제도를 마련하였는지 나아가 법이 과연 사람의 건강 등에 구체적으로 위해가 될 기준 수치를 초과하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이 배출되는 시설만을 허가의 대상으로 삼은 것인지를 살펴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모법인 수질환경보전법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함을 그 입법목적으로 설정하고 있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기본적인 수단으로서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의 예방’과 ‘수질의 적정한 관리·보전’을 채택하고 있는 점(법 제1조), 폐수배출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자가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허가의 요건을 갖추었음을 소명하는 자료를 제출하여야 하고(법 제10조제4항), 그 허가를 받고 당해 배출시설을 설치할 때에는 그 폐수배출시설로부터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법 제8조의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배출되게 하기 위하여 수질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며(법 제11조제1항 본문), 특히 폐수배출시설의 기능 및 공정상 오염물질이 항상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배출되는 경우에도 단지 방지시설의 설치 의무만이 면제될 뿐 여전히 허가를 받도록 한 점(법 제11조제1항 단서, 법시행령 제4조), 사업자는 폐수배출시설 또는 방지시설의 설치를 완료하여 이를 가동하고자 하는 때에는 미리 환경부장관에게 가동개시를 신고하여야 하고, 시운전기간 동안 폐수배출시설 및 방지시설을 정상가동하고 그 운영상황을 기록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정상적인 운영, 관리를 위한 환경관리인을 임명하고 이를 신고하여야 하는 점(법 제14조, 제15조, 제23조), 환경부장관은 위 시운전 기간 경과 후 15일 이내에 배출시설 및 방지시설의 가동상태를 점검하고, 오염물질을 채취한 후 오염도 검사를 하여 그 결과에 따라 개선명령, 조업정지명령, 허가의 취소 등을 명할 수 있는 점(법 제16조, 제17조, 제20조, 법시행규칙 제24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면, 특정수질유해물질이 발생되는 폐수배출시설의 설치 등을 위하여 허가를 받도록 한 목적은, 허가를 받으려고 하는 사업자로 하여금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정상 가동하도록 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항상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수질오염방지를 위한 법령상의 규제 내용을 주지시켜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한편, 허가 관청에 대하여는 수질오염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사업체를 미리 파악하여 그 사업체의 위와 같은 의무의 준수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고 감독할 계기를 부여함으로써, 그 오염도 및 배출량과 상관없이 특정수질유해물질의 발생 가능성 자체를 그 결과 발생 이전에 실효성 있게 예방하고 관리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이와 달리 특정수질유해물질이 기준 수치 이하로 발생하기만 하면 사업자가 허가를 얻는 과정에서 부담할 법령상의 의무를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전혀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시행규칙이 특정수질유해물질 중 하나로서 구리(동) 및 그 화합물을 규정하면서 그 기준수치를 정하지 않은 것은 앞서 본 모법의 기본적인 입법목적, 폐수배출시설설치의 허가제도에 담긴 취지 등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이를 두고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거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합리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위헌적이고 위법한 규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

 

(3) 결국,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의 의미 및 그 심사기준, 법규명령의 모법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나,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행규칙의 유효를 전제로 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수긍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위법은 결과적으로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 이 사건 시행규칙의 유효를 전제로 한 원심의 사실인정에 대하여

 

(1)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2.11. 선고 2002도6610 판결 등 참조).

 

(2) 법시행령 제2조에서 말하는 “특정수질유해물질이 발생되는 배출시설”이라 함은, 폐수배출시설의 기능 및 공정상 특정수질유해물질이 발생되는 경우, 즉 사업자가 사용하는 원료(용수 포함)·부원료·첨가물의 성질 및 그 공정 과정에서의 화학 작용 등이 원인이 되어 특정수질유해물질이 발생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구리 등은 토양, 물, 동·식물 등 자연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법령에서 정한 정확한 시료 채취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폐수배출시설의 기능 및 공정 이외의 원인에 의하여 구리 등이 검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피고인의 사업장에서 폐수가 발생되는 것은 나염판에 묻어 있는 물감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데, 그 중 유성물감을 사용하여 하는 작업 및 그 세척과정에서 발생되는 지정폐기물 등은 피고인이 지정폐기물처리업자에게 위탁하여 이를 적법하게 처리하였던 관계로 이 사건에서 문제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수성물감을 사용하여 하는 작업 및 그 세척과정에서 구리 등이 발생될 가능성의 유무인바, 피고인이 실제 사용한 물감 등 원료에는 구리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설치한 폐수배출시설의 기능 및 그 공정상 당연히 구리 등이 발생될 것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검사는 피고인의 사업체에 대한 단속 당일에 그 일대의 동일 나염가공업체에 대하여도 단속을 실시하였는데, 무허가 폐수배출시설설치 등의 이유로 적발된 다른 상당수의 나염가공업체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는 구리 등이 검출되지 않거나 미량만이 검출된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도 법 제7조의 규정에 따른 수질오염공정시험방법에 의하면, 오염도 등의 측정을 위하여 채취하는 시료는 시료의 성상 등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고려하여 현장물의 성질을 대표할 수 있도록 폐수의 성질을 대표할 수 있는 곳에서 채취하여야 하고, 유류 또는 부유물질 등이 함유된 시료는 시료의 균질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채취하여야 하며, 침전물 등이 부상하여 혼입되어서도 아니 되고, 시료 채취시 빗물이나 조업목적 이외의 물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시료를 채취한 맨홀은 지상에 노출된 것이어서 그 위치상 빗물 및 생활하수 등 조업목적 이외의 물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시료 채취 과정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하여 폐수배출시설에서 방류되는 폐수를 시료로 채취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흔적도 전혀 찾을 수 없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사업장에서 채취한 시료에 구리화합물이 함유되어 있다는 취지의 검사결과통보서만으로는 이 사건 폐수배출시설 자체로부터 구리화합물이 발생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한 원심의 증거취사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유지담(재판장) 배기원 이강국(주심) 김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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