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운전과 음주측정거부의 각 도로교통법위반죄의 죄수관계(=실체적 경합)

 

<판결요지>

도로교통법 제107조의2 제2호 음주측정불응죄의 규정 취지 및 입법 연혁 등을 종합하여 보면, 주취운전은 이미 이루어진 도로교통안전침해만을 문제삼는 것인 반면 음주측정거부는 기왕의 도로교통안전침해는 물론 향후의 도로교통안전 확보와 위험 예방을 함께 문제삼는 것이고, 나아가 주취운전은 도로교통법시행령이 정한 기준 이상으로 술에 ‘취한’ 자가 행위의 주체인 반면, 음주측정거부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가 행위의 주체인 것이어서, 결국 양자가 반드시 동일한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거나 주취운전의 불법과 책임내용이 일반적으로 음주측정거부의 그것에 포섭되는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으므로, 결국 주취운전과 음주측정거부의 각 도로교통법위반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4.11.12. 선고 2004도5257 판결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대구지법 2004.7.28. 선고 2004노180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은 그 설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2003.7.3. 21:15경 대구 61마○○○○호 스타렉스 승합차를 운전하여 대구 달성군 유가면 상리 소재 대덕공업사 앞길에서 같은 군 구지면 고봉리 소재 고봉네거리 앞길까지 2㎞ 가량 진행하다가, 그 곳에서 음주단속 중이던 대구 달성경찰서 구지파출소 소속 순경 장○해에 의하여 음주감지기로 음주사실이 감지되었고, 당시 피고인은 혈색이 붉고 입에서 술 냄새가 나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은 같은 날 21:27경 구지파출소에서 장○해로부터 음주측정 고지를 받았으나, 21:35경, 21:47경 및 21:57경 총 3차에 걸쳐 음주 측정을 거부한 사실, 피고인은 음주측정거부로 입건된 후, 혹시 채혈을 하여 음주수치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채혈을 요구하여, 같은 날 23:02경 대구 달성군 현풍면 소재 현풍하나병원 응급실에서 채혈하였고, 국립과학연구소 남부 분소의 감정인 유○훈의 채혈감정결과 위 혈액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0%로 판명된 사실 등 판시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음주측정거부죄의 입법 취지가 음주운전임을 입증하기 위하여 운전자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한 음주측정호흡기에 의한 측정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를 거부하게 되면 운전자의 음주상태를 도저히 입증하기가 어렵게 되므로, 음주측정을 거부한 자에 대하여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하는 행위 자체를 주취운전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음주측정을 간접적으로 강제하여 교통의 안전을 도모함과 아울러 음주운전에 대한 입증과 처벌을 용이하게 하려는 데에 있는 점, 동일한 음주운전에 대하여 음주측정거부와 주취운전의 각 도로교통법위반죄가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인정한다면 동일한 법익침해가 있을 뿐인 일련의 행위에 대해서 이중 처벌하는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음주측정거부 후에 음주수치가 확인되는 경우가 끝까지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경우보다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처단형이 경합범 가중으로 인하여 더 높아지게 되는 불합리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운전자가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측정을 거부하여 음주측정거부죄가 기수에 도달한 경우에는 그 후 채혈 등을 통하여 음주수치가 밝혀졌다 하더라도 음주측정거부죄로만 처벌하여야 하고, 음주측정거부 외에 주취운전을 추가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음주측정거부의 점만을 유죄로 처단하고 주취운전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에서 보는 바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

 

가. 도로교통법 제107조의2 제2호의 음주측정불응죄는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같은 법 제41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당초 도로교통법 제41조제2항은 “경찰공무원은 교통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의 여부를 측정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이러한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가 1995.1.5.자 개정에 따라 같은 조제1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까지 포함하도록 개정되었는바, 위 조항의 규정 취지 및 입법 연혁 등을 종합하여 보면, ① 주취운전은 이미 이루어진 도로교통안전침해만을 문제삼는 것인 반면 음주측정거부는 기왕의 도로교통안전침해는 물론 향후의 도로교통안전 확보와 위험 예방을 함께 문제삼는 것이고, ② 나아가, 주취운전은 도로교통법시행령이 정한 기준 이상으로 술에 ‘취한’ 자가 행위의 주체인 반면, 음주측정거부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가 행위의 주체인 것이어서, 결국 양자가 반드시 동일한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거나 주취운전의 불법과 책임내용이 일반적으로 음주측정거부의 그것에 포섭되는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나. 원심은 음주측정거부 후에 음주수치가 확인되는 경우가 끝까지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경우보다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처단형이 경합범 가중으로 인하여 더 높아지게 되어 불합리하다는 점을 그 논거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① 우리 형사소송법에 의하더라도 음주측정을 거부한 사람에 대하여 법원의 감정처분허가장 등을 발부 받아 강제로 혈액을 채취한 다음 그 혈액을 의사로 하여금 감정하게 하는 방법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으며, 교통경찰관들이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운전자들에 대하여 강제채혈을 하지 않고 음주측정거부로만 의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형사소송법이 강제채혈에 관련된 명시적 규정을 따로 두지 아니하고 있는 데서 오는, 절차적인 불명확함이나 번거로움, 시·공간적 제약 등에서 비롯되는 실무 관행일 뿐이므로, 원심이 지적하는 처단형의 불균형이란 결국 위와 같은 실무 여건으로 말미암아 생길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현상으로서 이를 이유로 내세워 도로교통법위반(주취운전)죄의 성립 자체를 부인함은 사리에 맞지 않고, ② 오히려 음주측정거부의 주체는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일 뿐, 반드시 술에 취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 아니므로, 예를 들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두 사람의 운전자들이 각각 음주측정거부를 하였다가, 사후에 혈액을 채취하여 감정한 결과, 한 사람은 적발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기준(0.05%)에 미달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다른 사람은 이를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원심의 논리를 따르자면 두 사람 모두 음주측정거부로만 처벌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비난가능성과 처단형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게 되며, ③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일단 음주측정을 거부한 후 혹시 채혈 감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5%에 미달하면 처벌이 감면될지도 모른다고 착각한 나머지 채혈검사를 요구하였는바, 이는 음주측정거부행위를 뉘우친 것이 아니어서 비난가능성의 경중에 관한 원심의 논리는 이 사건의 실제 내용과는 무관한 일반론에 근거한 것이고 구체적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다. 결국, 위와 같은 원심의 견해는 범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책임과 양형의 기초로서의 책임을 혼동한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고, 원심이 지적한 문제점은 선고형량을 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다. 결국, 주취운전과 음주측정거부의 각 도로교통법위반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두 죄의 죄수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와 다른 판단을 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검사가 이 점을 지적하여 상고이유로 내세운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국, 원심판결의 위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의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 강신욱 박재윤(주심) 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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