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통관여자 사이에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2] 신호대기를 위하여 정지하여 있는 자동차의 운전자의 후행 오토바이에 대한 주의의무

 

<판결요지>

[1] 신뢰의 원칙은 상대방 교통관여자가 도로교통의 제반법규를 지켜 도로교통에 임하리라고 신뢰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배제된다.

[2] 신호대기를 위하여 정지하여 있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뒤에서 오토바이가 진행하여 오는 것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 오토바이도 신호대기를 위하여 정지하리라고 신뢰하면 족한 것이지, 정지하지 아니하고 앞쪽의 신호대기중인 자동차를 피하여 오른쪽으로 진로를 변경하여 갓길을 따라오던 속도 그대로 진행하다가 자동차 전방으로 갑자기 진로를 변경할 것까지 예상하여 진행신호가 들어온 경우에도 출발을 하지 않고 정지하여 오토바이의 동태를 살핀다든가 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는 없다.

 

◆ 대법원 2003.04.11. 선고 2003다3607, 2003다3614 판결 [채무부존재확인·손해배상(자)]

♣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 김○기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2.12.24. 선고 2001나74201, 7421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1. 신뢰의 원칙은 상대방 교통관여자가 도로교통의 제반법규를 지켜 도로교통에 임하리라고 신뢰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배제된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1984.4.10. 선고 84도79 판결 참조), 신호대기를 위하여 정지하여 있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뒤에서 오토바이가 진행하여 오는 것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 오토바이도 신호대기를 위하여 정지하리라고 신뢰하면 족한 것이지, 정지하지 아니하고 앞쪽의 신호대기중인 자동차를 피하여 오른쪽으로 진로를 변경하여 갓길을 따라 오던 속도 그대로 진행하다가 자동차 전방으로 갑자기 진로를 변경할 것까지 예상하여 진행신호가 들어온 경우에도 출발을 하지 않고 정지하여 오토바이의 동태를 살핀다든가 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는 없다 할 것이고, 이는 자동차의 일시정지선을 연장한 지점으로부터 약 2.5m 전방 갓길에 물웅덩이가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원심은, 판시 각 사실을 인정한 다음, 도로교통법 제17조의2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진로를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 그 변경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오고 있는 모든 차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을 때에는 진로를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진로를 변경하고자 하는 차의 운전자는 상당한 거리를 확보한 뒤에 진로를 변경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는 갓길에서 도로로 진입하는 경우라 하여 달라지지 않으며, 도로를 운행하는 자동차의 운전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도 정상적으로 그 차로를 유지하면서 진행하고,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줄 정도로 갑자기 타인의 진행차량 전방으로 급히 진입하지는 않으리라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할 것이므로, 편도 2차로 도로의 2차로를 운행하는 자동차의 운전자에게 오른쪽 갓길을 따라 진행하여 오던 오토바이가 갑자기 자신의 진행방향 앞으로 진로를 변경하리라는 것까지 예상하여 운전할 주의의무는 없다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그 판단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신뢰의 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판례는 사안을 달리하는 이 사건의 선례가 될 수 없다.

 

2. 이 사건 승용차의 운전자인 장덕교로서는 위 오토바이 운전자인 피고가 신뢰를 깨뜨리는 운행을 하는 것을 발견한 이후에는 그에 따른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 할 것이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위 오토바이 운전자인 피고는 이 사건 승용차에 못미친 지점 갓길에서 전방의 물 웅덩이를 보고 핸들을 왼쪽으로 틀어 안전거리를 거의 두지 아니한 채 쓰러지듯이 막 출발하려는 이 사건 승용차 앞으로 진로를 변경하였던 것으로 인정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장덕교가 그 당시 상황에서 급제동 조치를 취하였다 하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는 없었다고 할 것이어서 장덕교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는바,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자동차 운전자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손지열(재판장) 조무제 유지담(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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