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처분의 무효가 다투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

 

<판결요지>

[1]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 인용 결정이 확정되고, 대기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근로자가 1, 2심에서 승소한 후 대법원에 사건이 계속 중인 상태에서 회사가 근로자에게 임무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것은 근로자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되므로, 사용자는 근로자의 업무수행이 그 인격권 실현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고 사용자의 업무지휘권 등의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근로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

[2] 관련소송의 진행 경과 및 취재, 기사작성 또는 편집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기자로서 그 인격 발현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인 점을 고려할 때, 회사인 피신청인은 기자인 신청인의 신문사 사옥 및 사무실 내부에 대한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 신청인에 대한 인사발령을 거부하는 행위, 신청인에 대한 노트북 컴퓨터 제공 등 기자로서의 업무수행에 필수적인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부산고등법원 2014.07.10. 선고 2013299 8민사부 결정[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인, 항고인 / A

피신청인, 상대방 / ○○일보 주식회사

1심결정 / 부산지방법원 2013.11.26.2013카합1309 결정

 

<주 문>

1. 1심 결정 중 아래에서 명하는 가처분 및 간접강제에 해당하는 신청인의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2. 신청인은 피신청인을 상대로 한 대기처분무효확인 청구사건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 이 결정을 고지받은 날로부터 5일 이후부터 별지 목록 제1 내지 3항 기재 행위를 함으로써 신청인이 피신청인의 국장서리(급호, 24)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되고,

. 피신청인이 위 가항의 의무를 위반할 때에는, 신청인에게 위 가항 기재 기간이 만료된 다음 날부터 그 의무이행일까지 150만 원씩을 지급하라.

3. 신청인의 나머지 신청을 기각한다.

4. 신청총비용은 피신청인이 부담한다.

 

<신청취지 및 항고취지>

기간의 정함이 없고, 간접강제금이 1100만 원인 점 이외에는 주문 제2의 각 항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소명된다.

 

. 신청인의 지위와 1차 징계

1) 신청인은 1988.11.1. 피신청인 회사에 입사하여 2010.12.21.부터 편집국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1.11.9. 노조위원장에 대한 징계에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사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대표이사 등 피신청인 측의 요구를 반영하지 아니하고 기사를 게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신청인은 2011.11.30.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신청인에게 대기처분을 하였다(이하 ‘1차 징계처분이라고 한다).

2) 그런데 신청인이 1차 징계처분 이후에도 계속 사무실에 출근하여 신문의 편집·제작에 관여하며 편집국장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자 피신청인은 부산지방법원 2011카합2444호로 신청인에 대한 편집국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하였고, 이후 신청인은 같은 법원 2012카합66호로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을 하였다.

3) 위 법원은 2012.2.10. ‘1차 징계처분이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임을 이유로 위 2011카합2444호 신청을 기각하고, 2012카합66호 신청을 일부 인용하여 신청인이 피신청인의 편집국장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는 가처분 결정을 하였다.

4) 그런데 피신청인이 위 가처분 결정을 따르지 아니하므로 신청인은 2012.2.24. 위 법원 2012타기505호로 간접강제를 신청하였으나, 같은 해 3.29. 심문기일에서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결정이 임의 이행을 구하는 가처분으로서 그 성질상 간접강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피신청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 신청을 취하하였다.

 

. 1차 징계 이후의 상황

1) 피신청인은 1차 징계처분이 있던 2011.11.30. ○○일보 창간 이후 처음으로 신문을 발행하지 못하였고, 이로 인하여 ○○일보 독자를 자처하는 D 253인으로부터 부산지방법원 2011가소415328호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 당하였다.

2) 피신청인은 2012.1.19. 대표이사와 임원들을 새로 선임하였는데, 신청인은 신임 대표이사 E을 발행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E이 행한 인사 사령을 ○○일보에 게재하지 아니하였으며, 2012.1.20.부터 같은 달 26.까지 발행인 란을 누락하고 ○○일보를 발행하였다.

3) 신청인은 2011.11.18.부터 2012.2.10.까지 총 25회에 걸쳐 ○○일보의 대주주인 ○○장학회가 ○○일보의 경영과 편집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현재의 편집국장 추천제를 임명제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등 ○○일보의 편집권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하면서, 공익재단인 ○○장학회가 ○○일보 노조의 사장추천권 요구를 거절하는 등 경영에 관여하여서는 아니 되며,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수렴청정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일보에 게재하였다.

4) 이에 ○○장학회는 피신청인을 상대로 반론보도청구를 하였고, 언론중재위원회 부산중재부는 2012.3.6. 반론보도를 게재하라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으며, 피신청인이 이에 대한 이의를 하지 아니하여 위 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위 결정에 기한 반론보도를 게재하라고 지시하였으나 신청인은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부산지방법원은 2012.5.1. 피신청인에 대하여 위반행위 1일당 200만원의 간접강제금의 지급을 명하였다(2012타기834).

5) 신청인은 2012.4.2. ○○일보 지령을 제20964호부터 게재하여야 함에도 제40964호로 잘못 게재하고, 그 때부터 2012.4.9.까지 지령의 번호를 순차적으로 잘못 게재하였다.

6) 피신청인이 편집을 담당한 2011.11.경부터 2012.3. 말경까지 기사 불만을 이유로 한 신문구독의 중지 부수는 총 581부로서 전년도 대비 340부수만큼 증가하였다.

 

. 신청인에 대한 2차 징계 및 소송의 경과

1) 피신청인은 2012.4.18.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회사 측 징계위원 9인이 전원 출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위 나.항과 같은 일련의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신청인에 대한 대기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이에 신청인은 피신청인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2012가합542호로 위 대기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2012카합1296호로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을 함께 신청하였다.

2) 위 법원은 2013.6.14. 2012가합542호 본안 소송에서 이 사건 징계처분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여 위법하다는 이유로 원고승소 판결을 하였고, 피신청인이 불복한 항소심(이 법원 20135176)에서도 2014.1.8. 피신청인의 항소가 기각되어 현재 대법원 20149632호로 상고심이 계속 중이다.

3) 또한 위 법원은 2013.8.6. 2012카합1296호 가처분 사건에서도 신청인의 피신청인에 대한 위 본안 소송의 판결 확정시까지 신청인이 피신청인의 국장서리(급호, 24)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피신청인이 항고하지 아니하여 위 가처분 결정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 이 사건 신청의 배경

신청인은 위 가처분결정이 확정된 이후인 2013.8.13.경 피신청인 회사로 출근하여 근로의 제공을 하였으나, 피신청인이 위 가처분결정에 따른 국장서리(급호, 24)의 지위에 부합하는 임무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신청인의 근로제공을 거부하자, 2013.8.22. 이 사건 신청에 이르렀다. 다만,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그 급호에 상응하는 급여는 지급하고 있다.

 

2. 항고이유의 요지

 

이 사건 징계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하여 위법하므로 무효이고, 피신청인 내부에는 선임기자와 같이 신청인의 급호에 상응하는 보직이 여럿 있어 인사발령에 현실적 어려움이 크지 않으며, 피신청인이 보직을 주지 아니하여서 신청인이 출근하지 않는 상황을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신문사출입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고, 신문사 기자로서 대법원 본안판결 시까지 장기간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능력 저하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고통은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가처분의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모두 인정된다.

 

3. 판단

 

. 살피건대, 근로계약에 따라 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격체이고 근로자는 자신의 전인격을 사용자의 사업장에 투입하고 있는 점에서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자의 근로제공은 자신의 인격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고 한편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자의 근로제공은 단순히 임금획득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는 근로를 통하여 자아를 실현하고 나아가 기술을 습득하고 능력을 유지·향상시키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등으로 참다운 인격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실현시키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대법원 1993.12.21. 선고 9311463 판결 참조). 그러므로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와 사이에 근로계약의 체결을 통하여 자신의 업무지휘권·업무명령권의 행사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가 근로제공을 통하여 이와 같이 참다운 인격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의 근로제공을 계속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이와 같은 근로자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사용자는 이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4.2.8. 선고 92893 판결, 2008.6.26. 선고 20063073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업무수행이 그 인격권 실현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고 사용자의 업무지휘권 등의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근로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신청인이 1차 징계처분에 대한 권리구제로 신청한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이 징계위원회의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인용되었고, 이후 피신청인은 징계위원회를 다시 개최하여 피신청인에게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으나, 본안소송의 1심과 2심에서 신청인의 일부 주장이 인정되어 이 사건 징계처분이 재량권의 남용으로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선고된 사실(상고심 계속 중으로 아직 확정되지 아니함), 관련 보전소송에서도 2회에 걸쳐 신청인에게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취지의 결정이 내려져 모두 확정되었으나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급여만을 지급할 뿐 그 직급에 맞는 임무를 부여하는 등의 인사발령을 하지 아니한 점 등이 인정되고, 여기에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신청인이 30년 넘게 피신청인의 근로자로서 기자활동을 해온 이상 기자로서 취재, 기사작성 또는 편집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기자로서 그 인격 발현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인 점, 피신청인 회사에는 신청인의 직위에 해당하는 논설위원, 팀장, 선임기자 등의 여러 보직이 있으므로 피신청인으로서는 그 고유의 업무지휘권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방법으로 신청인에 대한 인사발령을 낼 여지가 있어 보이는 점, 그럼에도 피신청인은 2012.2.경 최초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결정이 내려졌을 때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징계처분 이후 다시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결정이 내려져 확정된 2013.8.경 이후에도 보수만을 지급할 뿐 나머지 의무이행을 하지 아니한 점, 그 사이 신청인은 위 가처분들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하여 간접강제를 신청하였으나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의 성격상 간접강제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이를 취하한 바 있고, 이 사건 역시 당초 간접강제를 신청하였으나, 간접강제의 특수성 및 기존의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만으로는 피신청인의 의무이행에 실효성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신청인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가처분과 함께 간접강제를 구하는 것으로 신청취지를 변경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신청인의 피보전권리 및 그 보전의 필요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은 이유 있다.

 

. 또한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실효성 있는 보장을 위하여는 민사집행법 제261조 소정의 간접강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이고,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가처분신청에 이르게 된 경위, 가처분의 성질, 간접강제의 필요성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피신청인이 이 사건 가처분을 위반할 경우 가처분 결정을 고지받은 날로부터 5일간의 준비기간이 경과한 뒤부터는 그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15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신청인에게 지급하도록 함이 상당하다.

다만,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본안판결이 확정된 이후까지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존속할 필요가 없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의 기간은 본안판결 확정시까지로 정함이 상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제1심 결정 중 위 인정범위에 해당하는 부분을 취소하고 가처분 및 간접강제를 명하고, 나머지 항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이승련(재판장) 이상완 강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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