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 나중에 미지급분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

 

<판결요지>

[1]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고 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예외 없이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2] 노사가 상호 적정하다고 합의한 범위에서 임금 총액을 정하고 이를 기초로 임금협상을 하는 경우, 그 임금 총액 속에는 기본급은 물론 일정한 대상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하여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 각종 수당, 그리고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법정수당까지 그 규모를 예측하여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방식의 임금협상에 따르면, 기본급, 정기상여금, 각종 수당과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법정수당 등은 임금 총액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사 간에 합의된 임금 총액의 범위 안에서 각 임금 항목에 금액이 할당되고 그 지급형태와 지급시기 등이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만약 노사가 임금협상 당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다면, 해당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됨을 전제로 기본급과 수당 등의 인상률을 조정하고 지급형태나 조건 등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총액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도록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노사 양측이 합의 당시 상호 공통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법리적 사유를 들어 사용자에게 정기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토대로 한 추가적인 법정수당 지급의무를 부과한다면, 근로자 측은 한편으로는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서로 양해한 전제나 기초 아래 기업의 한정된 수익을 감안하여 결정된 임금을 모두 지급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전제나 기초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기업의 한정된 수익을 넘는 추가적인 법정수당을 지급받게 되고, 반면에 사용자 측은 노사합의를 신뢰하여 이를 기초로 수지 균형을 맞추며 기업을 경영하여 오다가 예측하지 못하였던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고, 그로 인하여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이는 상호 신뢰를 기초로 하여 노사합의를 이루어 자율적이고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온 노사관계에 있어 예기치 않은 사유로 서로 간의 신뢰기반을 깨뜨리고 노사가 지향해 온 상생관계를 해치는 행위로서 궁극적으로는 근로자의 근로환경이나 근로조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재정적 파탄으로 이어져 일자리의 터전을 상실할 위험도 초래하는 등 노사 양쪽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은 방식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나머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앞서 본 임금협상의 방법과 경위, 실질적인 목표와 결과 등은 도외시한 채 임금협상 당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유를 들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하여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

 

대법원 2014.05.29. 선고 2012116871 [임금]

원고, 피상고인 / ○○ 4

피고, 상고인 / 한국지엠 주식회사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2.11.23. 선고 20122377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개인연금보험료와 선물비가 평균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이 정한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에 관하여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의하여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다면 그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임금에 해당된다(대법원 2012.2.9. 선고 201120034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이 사건 개인연금보험료와 선물비가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서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평균임금의 의미와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이 사건 정기상여금, 개인연금보험료, 휴가비, 귀성여비, 선물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 근로기준법이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해고예고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의 산정기준 및 평균임금의 최저한으로 규정하고 있는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인 소정근로(도급근로자의 경우에는 총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말한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정기상여금과 같이 일정한 주기로 지급되는 임금의 경우 단지 그 지급주기가 1개월을 넘는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고정적인 임금이란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을 말하므로,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임금은 고정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조건은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 그 성취 여부가 아직 확정되어 있지 않은 조건을 말하므로, 특정 경력을 구비하거나 일정 근속기간에 이를 것 등과 같이 위 시점에 그 성취 여부가 이미 확정되어 있는 기왕의 사실관계를 조건으로 부가하고 있는 경우에는 고정성 인정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그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일 것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되는바, 그러한 임금은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하는 반면, 그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와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그 임금은 이른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그 특정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당해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므로,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근속기간이 1개월 이상인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2, 4, 5, 6, 8, 10, 12월 말일에 노사합의로 약정한 기준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면서, 근속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인 근로자에게는 지급액의 50%, 근속기간이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인 근로자에게는 지급액의 70%, 근속기간이 6개월 이상인 근로자에게는 지급액의 100%를 각 지급하였고, 본인의 귀책사유로 휴직 후 복직하는 근로자에게는 복직하는 날이 상여금 지급 15일 전인 경우에는 지급액의 100%, 15일 미만인 경우에는 일할계산하여 지급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를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근속기간에 따라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달라지기는 하나, 일정 근속기간에 이른 근로자에 대해서는 일정액의 상여금이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서,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 지급이 확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또한 휴직 후 복직한 근로자의 경우 복직 시점에 따라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지급액이 달라지지만, 이는 해당 근로자의 개인적인 특수성을 고려하여 지급액에 차등을 둔 것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통상임금의 의미와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 그러나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개인연금보험료와 휴가비, 귀성여비, 선물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지급일이 속한 해당 월말을 기준으로 재직 중인 근로자들에게 매월 일정액의 개인연금보험료를 지급하였고, 매년 하기휴가 시 기준일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노사가 합의한 통상임금의 50%를 휴가비로 지급하였으며, 매년 설과 추석에 지급일 5일 전을 기준으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일정액의 귀성여비를, 근로자 전원에게 일정액 상당의 상품권을 선물비로 각 지급한 사실, 그런데 피고는 위 각 지급일 또는 기준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이 사건 개인연금보험료와 휴가비, 귀성여비, 선물비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특별히 다투지 아니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개인연금보험료와 휴가비, 귀성여비, 선물비에 대해서는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지급하고,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위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노사합의가 이루어졌거나 그러한 관행이 확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의 성질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고정적 임금으로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개인연금보험료와 휴가비, 귀성여비, 선물비가 각각 그 지급일 또는 기준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어떻게 지급처리되었는지 등을 심리하여, 이들 임금의 지급에 있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일 것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으로 부가되어 소정근로를 하였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하는 노사합의가 이루어졌는지 또는 그러한 관행이 확립되어 있는지를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 대한 심리 없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들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여 추가 법정수당 등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지에 대하여

 

. 1)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라고 한다),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고 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예외 없이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2) 노사가 상호 적정하다고 합의한 범위에서 임금 총액을 정하고 이를 기초로 임금협상을 하는 경우, 그 임금 총액 속에는 기본급은 물론 일정한 대상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하여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 각종 수당, 그리고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법정수당까지 그 규모를 예측하여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방식의 임금협상에 따르면, 기본급, 정기상여금, 각종 수당과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법정수당 등은 임금 총액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사 간에 합의된 임금 총액의 범위 안에서 각 임금 항목에 금액이 할당되고 그 지급형태와 지급시기 등이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에서는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임금협상 시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는 실무가 일반화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상여금의 연원이 은혜적·포상적인 이윤배분이나 성과급에서 비롯된 점, 상여금이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과급이나 공로보상 등의 차원에서 지급되는 경우도 있고 그 성격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도 있는 점,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19881월 제정된 이래 일관되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여 온 점, 대법원 2012.3.29. 선고 201091046 판결 이전에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대법원판결이 없었던 점 등이 그 주요 원인이 되어 노사 양측 모두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받아들여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노사가 임금협상 당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다면, 해당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됨을 전제로 기본급과 수당 등의 인상률을 조정하고 지급형태나 조건 등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총액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도록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노사 양측이 합의 당시 상호 공통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법리적 사유를 들어 사용자에게 정기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토대로 한 추가적인 법정수당 지급의무를 부과한다면, 근로자 측은 한편으로는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서로 양해한 전제나 기초 아래 기업의 한정된 수익을 감안하여 결정된 임금을 모두 지급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전제나 기초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기업의 한정된 수익을 넘는 추가적인 법정수당을 지급받게 되고, 반면에 사용자 측은 노사합의를 신뢰하여 이를 기초로 수지 균형을 맞추며 기업을 경영하여 오다가 예측하지 못하였던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고, 그로 인하여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거나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이는 상호 신뢰를 기초로 하여 노사합의를 이루어 자율적이고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 온 노사관계에 있어 예기치 않은 사유로 서로 간의 신뢰기반을 깨뜨리고 노사가 지향해 온 상생관계를 해치는 행위로서 궁극적으로는 근로자의 근로환경이나 근로조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재정적 파탄으로 이어져 일자리의 터전을 상실할 위험도 초래하는 등 노사 양쪽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은 방식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가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나머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앞서 본 임금협상의 방법과 경위, 실질적인 목표와 결과 등은 도외시한 채 임금협상 당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유를 들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하여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과 기록을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피고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지엠대우자동차지부(이하 노동조합이라고 한다)는 기본급, 근속수당, 가족수당(본인 분 1만 원), 라인수당간A, 정비5단계수당5, 복지후생수당을 통상임금 산정의 기초임금으로 하기로 합의하였는데,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이를 통상임금 산입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고와 노동조합은 임금협상을 하면서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기본급 등의 인상률과 각종 수당의 증액 등을 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기본급에 근속수당, 라인수당간A, 정비5단계수당5, 복지후생수당을 합산한 금액의 연 700%로 산정되는데, 앞서 본 통상임금의 산정방식과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산정방식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통상임금의 액수는 노사합의로 정한 통상임금의 액수를 훨씬 초과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3) 피고는 자동차를 조립·생산하는 회사로 소속 생산직 근로자만 11,000여 명에 달하고,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연장·야간·휴일 근로 등 초과근로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며,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노사합의로 정한 통상임금 산정 기초임금의 연 700%에 달하는 규모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할 경우 피고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초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비롯한 법정수당은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협상의 자료로 삼은 법정수당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고, 근로자들이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받게 될 경우 그들의 실질임금 인상률은 임금협상 당시 노사가 상호 양해한 임금인상률을 훨씬 초과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와 노동조합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신뢰하여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기초로 임금협상을 하였으며, 이러한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산입된 통상임금을 토대로 법정수당을 재산정한 다음 이미 지급한 법정수당과의 차액을 추가 지급하도록 할 경우 피고로서는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앞서 본 법리에 기초하여 피고와 노동조합의 임금협상 실태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될 경우 피고가 부담하게 될 추가 법정수당액 및 원고들을 포함한 생산직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인상률, 피고의 재정 및 경영상태 등을 심리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여 이를 기초로 미지급 법정수당과 중간정산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지를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피고와 노동조합의 합의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달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것으로서 무효라고만 판단하였을 뿐,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심리·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양창수 주심 대법관 고영한 대법관 김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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