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법 제109조의 ‘착오’의 의미 및 표의자가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이 미필적임을 알아 그 발생을 예기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 그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착오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甲 주식회사가 퇴직근로자 乙에게 체불임금의 50% 정도를 포기하면 회사 정상화 이후 재고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고, 乙은 재고용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체불임금 일부를 포기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 사안에서, 乙이 甲 회사의 정상화 이후에도 재고용되지 않았더라도, 이는 乙의 미필적 인식에 기초한 재고용의 기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에 불과하여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2.12.13. 선고 2012다65317 판결 [임금]

♣ 원고, 피상고인 /

♣ 피고, 상고인 / 주식회사 ○○○항공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2.6.21. 선고 2011나5963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민법 제109조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의사표시에 착오가 있다고 하려면 법률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없는 사실을 있는 사실로 잘못 깨닫거나 아니면 실제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듯이 표의자의 인식과 그 대조사실이 어긋나는 경우라야 하므로, 표의자가 행위를 할 당시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의 발생이 미필적임을 알아 그 발생을 예기한 데 지나지 않는 경우는 표의자의 심리상태에 인식과 대조의 불일치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착오로 다룰 수는 없다(대법원 1972.3.28. 선고 71다2193 판결, 대법원 2010.5.27. 선고 2009다94841 판결, 대법원 2011.6.9. 선고 2010다99798 판결 등 참조).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즉 ① 원고는 피고 회사의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하다가 2009.6.20. 퇴직하였고, 피고 회사는 경영난으로 인하여 2008.8.경부터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채 2008.10.18. 운항중단 사태에 이르렀다. ② 신보창업투자 주식회사(나중에 ‘신보종합투자 주식회사’로 상호가 변경되었다. 이하 ‘○○창투’라고 한다)는 피고 회사가 회생절차를 거칠 것을 전제로 15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피고 회사에 퇴직자들에 대한 체불임금 중 1/2만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개별적 합의를 통하여 면제받을 것을 요구하는 한편, 피고 회사의 운항중단 이후 퇴직한 근로자들은 우선적으로 재고용하고 3년간 고용을 보장할 것을 피고 회사와 약정하였다. ③ 이후 피고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는데, 그 당시 피고 회사는 재기를 위하여 ○○창투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으므로 퇴직자들과 체불임금에 관한 합의를 하는 것이 당면과제였고, 이에 피고 회사의 관리인 등은 원고를 비롯한 퇴직자들에게 ○○창투가 요구하는 기준에 따른 체불임금에 관한 합의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창투와의 고용보장 약정에 근거하여 퇴직자들에게 체불임금의 50% 정도를 포기해 주면 회생계획안이 통과될 것이며, 그리하여 피고 회사가 살아나면 개별적으로 재취업 의사를 확인하여 빠른 시일 내에 재고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하였다. ④ 이에 원고는 재고용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2009.12.경 피고 회사로부터 체불임금 중 45.690%에 해당하는 20,281,750원만을 지급받고 나머지 체불임금을 포기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⑤ 그 후 피고 회사에 대한 회생계획이 인가되고 2010.4.29. 회생절차가 종결되었으나, 피고 회사는 일반적인 채용공고를 하는 외에 원고 등 퇴직자들을 상대로 직접 개별적으로 재취업 의사를 묻거나 확인하지는 않았고, 경력직 채용에 있어 피고 회사의 퇴직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고용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기존 퇴직자들 중 80여 명만을 선별적으로 재고용하고, 나머지 필요 인력은 다른 항공사 출신의 경력자를 채용하거나 신규채용을 통하여 충원하였으며, 원고는 피고 회사에 재취업을 원하였음에도 피고 회사가 이를 거부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합의 과정에서 원고에게 재고용을 명시적으로 약정하지는 않았더라도 마치 재고용이 당연히 이루어질 것처럼 행동하여 이에 원고는 재고용이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이 사건 합의에 이르렀으므로 피고 회사는 재고용의 보장에 관하여 원고를 착오에 빠뜨린 것이고, 원고는 위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 합의를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므로 원고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를 일으켜 이 사건 합의에 이른 것이며, 나아가 동기의 착오가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된 경우에는 그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합의는 원고의 취소의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취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 회사는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 회사의 회생계획이 인가되어 피고 회사가 정상화되면 원고를 비롯한 퇴직자들의 재고용을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하였을 뿐이므로,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가 피고 회사의 정상화 이후에 재고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굳게 믿고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가 피고 회사에 의한 재고용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더라도, 이는 원고의 인식과 그 대조사실이 어긋난 경우가 아니라 원고의 미필적 인식에 기초한 재고용의 기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에 불과하고, 따라서 이를 이 사건 합의에 있어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합의 당시 피고 회사에 재고용될 것으로 믿은 것이 이 사건 합의와 관련한 동기의 착오로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의 취소의 의사표시에 따라 이 사건 합의가 취소되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법률행위의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신영철 이상훈(주심) 김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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