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용자가 연설, 사내방송 등을 통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행위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제4호에서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및 이때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

[2]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필요한 ‘고의’의 내용

[3] 업무방해죄에서 ‘위력’의 판단기준과 ‘방해한다’는 의미 및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업무방해의 결과’ 발생이 필요한지 여부(소극)

[4]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파업 예정일 하루 전에 사용자인 한국○○공사 측 교섭위원 甲이 산하 차량정비단 직원들을 상대로 설명회 등 특별교육을 실시하려고 하자, 노동조합 간부인 피고인들 등이 직원들의 교육장 진입을 막는 등 위력으로 甲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특별교육이 노동조합 운영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서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3.01.31. 선고 2012도3475 판결 [업무방해·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야간·공동주거침입)]

♣ 피고인 / 피고인 1 외 8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서울서부지법 2012.2.21. 선고 2011노51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의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피고인들은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정비창지방본부의 간부들로 2010.5.11. 13:00경 한국○○공사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대강당 앞에서, 한국○○공사 기술본부장 공소외 1이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소속 직원 약 350명을 상대로 한국○○공사의 전반적인 철도현황에 대한 설명 및 파업 시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 경영환경에 대하여 특별교육을 실시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피고인 1은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교육이 실시되는 대강당 앞으로 집합할 것을 지시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1, 공소외 4, 공소외 5 등 다른 노동조합 간부들 및 노조원들과 함께 대강당 앞에 집결하여 대강당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막고, 일부 직원들이 교육장에 들어가려고 하자 소리를 지르며 몸으로 진입을 막는 등 공모하여 위력으로써 한국○○공사의 직원들을 상대로 한 특별교육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공소외 1이 파업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국○○공사 산하 현장을 순회하며 직원들을 상대로 위와 같은 특별교육(이하 ‘이 사건 특별교육’이라고 한다)을 실시하려 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으로서의 업무로 볼 수 없고, 설령 위와 같은 특별교육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으로서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 피고인들이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며,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말을 하며 소리를 지른 위 피고인들에게 업무방해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먼저 이 사건 특별교육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으로서의 업무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사용자가 연설, 사내방송, 게시문, 서한 등을 통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 그 표명된 의견의 내용과 함께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 시점, 장소, 방법 및 그것이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인정된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제4호에 규정된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고, 또 그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의 단결권의 침해라는 결과의 발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6.9.8. 선고 2006도388 판결 참조).

그러나 사용자 또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하여 단순히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거나 근로자를 상대로 집단적인 설명회 등을 개최하여 회사의 경영상황 및 정책방향 등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행위 또는 비록 파업이 예정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파업의 정당성과 적법성 여부 및 파업이 회사나 근로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는 행위는 거기에 징계 등 불이익의 위협 또는 이익제공의 약속 등이 포함되어 있거나 다른 지배·개입의 정황 등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연관되어 있지 않는 한,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있다고 가볍게 단정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3.1.10. 선고 2011도15497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 등에 의하면, ① 한국○○공사가 2009.11.24.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과의 단체협약을 해지하자 이 사건 노동조합은 같은 해 11.26.부터 같은 해 12.2.까지 파업을 진행하다가 같은 해 12.3. 업무에 복귀한 사실, ② 이 사건 노동조합은 이후 계속하여 한국○○공사와 단체교섭을 진행하였음에도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자, 2010.5.12.까지 교섭이 결렬될 경우 재차 파업을 하겠다고 한국○○공사에 예고한 사실(파업 예정일은 2010.5.12. 04:00경임), ③ 이에 한국○○공사의 기술본부장이자 단체교섭의 사용자측 교섭위원 중 한 명인 공소외 1은 2010.5.8.부터 같은 달 11일까지 한국○○공사 산하 차량사업소 및 정비단 등 현장을 순회하면서 직원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하여 파업 예정일 이전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전국을 이동하며 직원설명회를 개최한 사실, ④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는 공소외 1이 2010.5.11. 13:00경 한국○○공사 산하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대강당에서 한국○○공사의 전반적인 철도현황에 대한 설명 및 파업 시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 경영환경에 대하여 특별교육을 실시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위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도록 하기 위하여, 피고인 1은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교육이 실시되는 대강당 앞으로 집합할 것을 지시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1, 공소외 4, 공소외 5 등 다른 노동조합 간부들 및 노조원들과 함께 대강당 앞에 집결하여 대강당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막고, 전기차량팀장 공소외 6과 디젤차량팀장 공소외 7이 소속 팀원 50여 명을 이끌고 교육장에 들어가려고 하자 “근무시간 중이니 현장으로 돌아가십시오.”, “교육에 대해 노사협의가 안 됐다. 우리 업무는 열차 중정비를 하는 것이다. 빨리 중정비 업무하세요.” 등의 소리를 지르며 진입을 막은 사실, ⑤ 공소외 1은 특별교육을 위하여 대기하다가 위 피고인들 등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특별교육을 포기하고 2010.5.11. 16:00경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을 떠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순회설명회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1이 이 사건 특별교육에서 설명하고자 한 내용은 다른 지역설명회에서 한 발언과 유사할 것으로 보이지만, 원심은 그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심리한 바가 없다. 그리고 그 내용이 공소외 1이 이 사건 직전에 한국○○공사 서울차량사업소 2층 회의실에서 약 10분간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하였던 발언 내용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라면, 파업이 예정된 상황에서 한국○○공사의 전반적 현황과 파업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면서 파업 참여에 신중할 것을 호소·설득하는 등 사용자 입장에서 노동조합이 예정한 파업방침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서 사용자 측에 허용된 언론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또한 공소외 1이 이 사건 특별교육을 하려는 과정에서 공소외 1이나 한국○○공사 측 간부들이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만한 행동을 하였다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비록 이 사건 특별교육이 파업이 임박한 시기에 예정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공소외 1이 다른 지역에서 한 순회설명회에서 표명한 발언의 내용 및 그러한 발언 등이 조합원이나 노동조합의 활동에 미쳤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그리고 당초 예정된 파업의 정당성 여부 등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전제가 되는 전후 상황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이 사건 특별교육이 사용자 입장에서 단순히 파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을 넘어 조합원에 대해 회유 내지 위협적 효과를 가지는 등의 사정이 있어,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을 지배하거나 노동조합의 활동에 개입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단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특별교육이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 또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으로서의 업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다음으로 위 피고인들이 공소외 1의 이 사건 특별교육을 부당노동행위로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및 위 피고인들에게 업무방해의 범의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형법 제16조에서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다(대법원 1992.5.22. 선고 91도2525 판결, 대법원 2002.1.25. 선고 2000도169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그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 가능성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고 확인해 보는 등으로 위와 같은 착오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아니한 결과 그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의 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3.24. 선고 2005도3717 판결 등 참조).

또한 업무방해죄에서 업무방해의 범의는 반드시 업무방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업무방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업무가 방해될 것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 것이다(대법원 2009.1.15. 선고 2008도9410 판결 참조). 그리고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므로, 폭력·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필요는 없으나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이어야 하며, 이러한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세력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상태를 조성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행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대법원 2009.9.10. 선고 2009도5732 판결, 대법원 2011.10.13. 선고 2009도5698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업무방해죄에 있어 업무를 ‘방해한다’ 함은 업무의 집행 자체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널리 업무의 경영을 저해하는 것도 포함한다 할 것이고(대법원 1999.5.14. 선고 98도3767 판결, 대법원 2010.4.8. 선고 2007도6754 판결 등 참조),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아니하며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대법원 2002.3.29. 선고 2000도3231 판결, 대법원 2010.3.25. 선고 2008도4228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노동조합의 간부들인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는 ‘사용자 측에서 조합원들이 파업을 못하게 할 의도로 특별교육을 시킨다’고 스스로 판단한 후 앞서 본 바와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특별교육을 저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원심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특별교육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착오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설사 위 특별교육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오인하였다 하더라도 거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는 공소외 1이 2010.5.11. 13:00경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대강당에서 이 사건 특별교육을 실시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피고인 1은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교육이 실시되는 대강당 앞으로 집합할 것을 지시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1, 공소외 4, 공소외 5 등 다른 노동조합 간부들과 함께 대강당 앞에 집결하여 대강당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막고, 일부 직원들이 교육장에 들어가려고 하자 소리를 지르며 진입을 막았고, 공소외 1은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결국 특별교육을 포기하고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을 떠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의 이러한 행위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위 피고인들의 직접적인 동기가 교육 대상 인원의 대강당 출입을 막고자 하는 데 있다 하더라도, 그 저지행위로 인해 공소외 1의 이 사건 특별교육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한 불확정적이거나 미필적인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특별교육을 부당노동행위로 오인하였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더 나아가 위 피고인들에게 업무방해죄의 범의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 제16조의 정당한 이유 및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의 건조물침입의 점에 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피고인들은 이 사건 노동조합 또는 위 노동조합 서울지방본부의 간부들로서 공소외 1의 이 사건 특별교육이 실시된다는 사실을 알고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2010.5.11. 15:40경 이 사건 노동조합 소유의 73모1137호 승합차량을 타고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으나, 정문이 시정되어 있자 차에서 내려 보조문 틈에 손을 집어넣어 빗장을 풀고 문을 열려고 시도하고, 경비원 공소외 8 등 2명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으로 잡고 열지 못하도록 하자 위 경비원들의 양팔을 잡아당기며 제압한 후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다시 차량에 탑승한 후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의 정문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공동하여 타인의 건조물에 침입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 공소사실에 관하여, ① 이 사건 단체협약 제11조제4항에 의하면 ‘공사는 특별한 사유 없이 조합(지부)과 관련된 단체 및 외부인사의 조합(지부) 사무실 방문에 대해 출입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평소 피고인들을 비롯한 조합원들의 경우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정문을 통한 출입이 자유롭게 허용되어 왔던 점, ② 이 사건 당시 한국○○공사 측은 공소외 1이 실시하려는 교육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출입문에 잠금장치를 하고 조합원 여부를 불문하고 위 정문을 통한 출입을 통제한 점, ③ 이 사건 특별교육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많은바, 위 교육을 실시한다는 이유로 평소 출입이 허용되어 왔던 조합원들의 출입을 통제한 한국○○공사 측의 행위 또한 위 특별교육을 원활하게 하려는 행위의 일환으로서 위 특별교육에 대한 법적 평가와 궤를 같이 할 수 있는 점, ④ 이 사건 특별교육이 업무방해죄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위 피고인들에게도 업무방해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쉽지 않은바, 위 피고인들이 업무방해라는 범죄의 목적을 가지고 출입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평소 출입이 허용되었던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정문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정문을 통하여 안으로 들어간 행위를 타인의 건조물에 침입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거주자나 관리자와의 관계 등으로 평소 그 건조물에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그곳에 들어간 것이라면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95.9.15. 선고 94도3336 판결, 대법원 1997.3.28. 선고 95도2674 판결, 대법원 2007.3.15. 선고 2006도7079 판결, 대법원 2007.8.23. 선고 2007도2595 판결, 대법원 2010.5.13. 선고 2009도5686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 등에 의하면, 당시 한국○○공사 측은 공소외 1이 실시하려는 교육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출입문에 잠금장치를 하고 정문을 통한 출입을 통제한 사실, 피고인 5, 피고인 6, 피고인 7, 피고인 8, 피고인 9는 그 진입을 막는 경비원 2명을 제압한 후 시정되어 있는 정문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정문을 통과하여 이 사건 특별교육이 열릴 예정인 대강당 부근까지 차량을 진입시킨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위 피고인들이 대강당 부근에서 차량에 설치되어 있던 확성기로 투쟁가를 크게 틀어 놓는 등 실제로 업무방해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와 같은 목적으로 출입이 통제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며, 위 피고인들이 단순히 이 사건 노동조합이나 그 지부 사무실을 방문하거나, 부당노동행위의 증거 수집을 위하여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특별교육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로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므로, 위 피고인들의 출입을 통제한 한국○○공사 측의 행위에 관한 원심의 평가 또한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이 평소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관리자인 한국○○공사 측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그곳에 들어간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정문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정문을 통하여 안으로 들어간 행위를 타인의 건조물에 침입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건조물침입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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