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로 하여금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12.21. 법률 제8074호로 제정된 것) 제4조제1항 본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기간제근로자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기간제 근로계약을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일반 근로자층은 단기의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당하더라도 이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고, 이 경우 불안정 고용은 증가할 것이며, 정규직과의 격차는 심화될 것이므로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을 제한하여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로 하여금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경우에 따라서는 개별 근로자들에게 일시 실업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는 기간제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 유도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고, 심판대상조항이 전반적으로는 고용불안 해소나 근로조건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으므로 기간제근로자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고용잠재력이 충분하지 않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2년을 근무한 기간제근로자를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사용자는 계약기간 2년이 지난 근로자를 대부분 다시 고용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 결과 기간제근로자는 심판대상조항이 시행되기 전에는 그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기간제근로자로나마 계속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심판대상조항의 시행으로 인해 그 의사에 반하여 실업이나 해고 상태로 내몰리게 되었다. 결국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은 고용불안의 해소나 근로조건 개선에 별 효과를 가져 오지 못하고, 오히려 기간제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는 기간제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의 근로계약 체결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2013.10.24. 2010헌마219, 265(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위헌확인]

♣ 청구인 / 1. 우○태(2010헌마219) 2. 최○순(2010헌마265) 3. 손○순(2010헌마265)

 

<주 문>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10헌마219 사건

청구인 우○태는 2008.3.1.부터 ○○테크에서 비정규직 생산직 사원(생산주임)으로 업무에 종사하여 오던 중 2010.2.28. 계약갱신이 거절되자,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최장 2년까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0.4.8.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10헌마265 사건

청구인 최○순은 2002.12.3.부터 2010.1.31.까지 약 7년 2개월 동안, 청구인 손○순은 2000.12.20.부터 2010.1.31.까지 약 9년 2개월 동안 주식회사 ○○유통에서 비정규직 사원으로 근무하였으나 2010.1.31. 주식회사 ○○유통으로부터 계약갱신을 거절당하자,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10.4.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전체에 대해 심판청구를 하고 있으나, 청구인들이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이유는 위 법률 규정 중 제4조제1항 본문이 사용자로 하여금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을 위 법률 제4조제1항 본문으로 한정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12.21. 법률 제8074호로 제정된 것, 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제1항 본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며, 그 내용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12.21. 법률 제8074호로 제정된 것)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단서 생략.

[관련조항]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6.12.21. 법률 제8074호로 제정된 것)

제1조(목적) 이 법은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기간제근로자”라 함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하 “기간제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한다.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 제2조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

②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제5조(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 사용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제8조(차별적 처우의 금지) ①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 심판대상조항은 기간제근로자인 청구인들이 2년을 초과해서는 동일한 직장에서 기간제근로자로 근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바, 이는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소원심판청구 이외에 다른 구제 수단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2) 근로자는 어떤 장소에서 어떤 내용으로 근로할 것인지에 관해 자유롭게 의사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는바, 보다 나은 근로조건을 가진 직장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기간제근로자로 기존 직장에서 계속 일하겠다고 하는 당사자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하고, 그런 기회를 박탈하는 심판대상조항은 기간제근로자들의 계약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의 권리 등을 침해한다.

 

나. 고용노동부장관의 의견

(1) 기간제 근로관계는 그 계약기간의 만료로 사용자의 별도조치 없이 당연히 종료되므로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과 관계없이 갱신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한바,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사용자를 상대로 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거치지도 않았으므로 보충성원칙에도 위배된다.

(2) 노동법체계는 기본적으로 계약 자유 원리에 대한 수정 원리에 기반하고 있는바, 기간제 근로기간을 최대 2년으로 한 것과 관련하여 고용기회에 대한 실질적인 보장의 관점에서 지나치게 짧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나, 이는 입법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이지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이라는 의미는 될 수 없다.

(3) 기간제근로자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국가의 노동현실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인바, 심판대상조항이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을 2년으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적법요건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에서 말하는 ‘공권력’에는 입법권도 당연히 포함되고, 다만 법률 또는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청구인이 그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의하여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직접, 현재, 자기의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한다(헌재 1992.11.12. 91헌마192, 판례집 4, 813, 823; 헌재 2000.11.30. 2000헌마79, 판례집 12-2, 361, 367).

그런데 청구인들은 기간제근로자로 근무해 오다가 심판대상조항의 시행으로 인하여 기존의 직장에서는 기간제근로자로 더 이상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직접 제한한다 할 것이므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고, 그 밖에 다른 적법요건의 흠결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4. 기간제법의 제정과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의 제한

 

가. 기간제법의 제정

기간제법이 제정되기 이전까지 근로계약 기간에 대해서는 구 근로기준법 제23조가 규율하였다. 이 규정은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함으로써 원칙적으로 유기의 근로계약 기간을 1년으로 한정하였다. 이와 같이 한정한 이유는, 근로계약은 원칙적으로 무기계약으로 체결하여야 하고 예외적으로 유기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 기간이 1년을 넘지 않도록 하여 근로자가 장기간의 근로를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반복 갱신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었으므로 총 근로계약기간이 제한되지는 않았다.

다만 위 구 근로기준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1년을 초과하는 계약체결이 빈번히 이루어졌는데, 법원은 1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의 효력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여, 근로계약기간은 단지 근로계약의 존속기간에 불과할 뿐 근로기준법 제20조 소정의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근로계약 당사자가 임의로 이를 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1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계약기간의 정함 자체는 유효하며, 약정기간의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년의 기간이 경과하였음을 이유로 근로관계의 종료를 주장할 수 없고(근로자는 1년이 경과한 후에 언제든지 당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기간이 만료되면 당사자 사이의 근로관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료되었다(대법원 1996.8.29. 선고 95다5783 판결). 법원의 이러한 판결로 구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실상 그 효력을 잃었고, 1년 이상의 근로계약도 무효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사용자는 1년 이내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하여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 규정을 회피할 수 있었고,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는 동안 기간제 근로관계는 전 산업에 걸쳐 급속히 증가하였으며, 기간제근로자의 근속기간도 계속 늘어나 상시적인 업무에까지 기간제근로 사용이 남용됨으로써 기간제근로를 포함한 비정규직 근로 문제는 커다란 사회문제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시정과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의 필요성은 절실해졌는데, 2006.12.21. 법률 제8074호로 기간제법이 제정되어 2007.7.1.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기간제법은 정부가 제출하여 제정된 법률로, 기본방향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남용을 규제하되,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조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 법은 구 근로기준법이 근로계약을 1년으로 제한함으로써 발생한 1년 미만 계약의 반복적 갱신이라는 폐단을 없앰과 동시에, 계약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하여 임금,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규정을 피해가는 사용자의 악용 사례를 막을 수 있는 보호법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구 근로기준법 하에서는 기간제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수년에 걸쳐 수차례 반복·갱신하더라도 이를 제한하지 못하였지만,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을 최대 2년으로 제한함으로써 그 남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

 

나.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기간제법 제4조는 제1항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여 최장 2년까지는 기간제근로자 사용에 대한 합리적 사유가 없이도 이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로써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를 2년 내에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구 근로기준법 하의 1년을 초과하는 근로계약의 효력 유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다만 기간제법 제4조제1항 단서에서는 예외적으로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열거하고 있다. 먼저 ① 업무 자체가 한시적으로만 존속하는 경우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와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당해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그리고 ② 사용기간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근로자의 지위가 열악해질 우려가 없는 경우로,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그 밖에 ③ 사용기간 제한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로,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와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가 2년 초과 예외에 해당한다.

한편, 기간제법 제4조제2항은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하여 2년을 초과하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적 갱신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게 되면 무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고, 2년 초과 사용시 사용자가 종전에 체결한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를 이유로 고용을 종료하면 해고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23조상의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5.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

 

가. 쟁점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기존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기를 원하는 기간제근로자들에게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근무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청구인들의 주장은 기간제근로자라 하더라도 한 직장에서 계속해서 일할 자유를 보장해야(근로관계의 존속보장)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런데 헌법 제15조 직업의 자유와 제32조 근로의 권리는 국가에게 단지 사용자의 처분에 따른 직장 상실에 대하여 최소한의 보호를 제공해 줄 의무를 지울 뿐이고, 여기에서 직장 상실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나오지는 않는다(헌재 2002.11.28. 2001헌바50, 판례집 14-2, 668, 678). 따라서 직업의 자유, 근로의 권리 침해 문제는 이 사건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청구인들이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로 하여금 기간제근로자로서 2년을 근무하는 이상 동일한 직장에서 동일한 사용자와의 사이에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는 양자 사이의 근로계약을 통해 형성된다는 점에서 심판대상조항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할 자유, 즉 헌법 제10조로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대해 살펴본다.

 

나. 계약의 자유 침해 여부

(1) 심사기준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행복추구권 속에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포함되고, 이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계약 체결의 여부, 계약의 상대방, 계약의 방식과 내용 등을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할 수 있는 계약의 자유가 파생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계약의 자유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므로 사회적 약자의 보호, 독점 방지, 실질적 평등, 경제 정의 등의 관점에서 법률상 제한될 수 있고, 다만 이 경우 헌법 제37조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준수할 것이 요구된다(헌재 2008.9.25. 2005헌바81, 판례집 20-2상, 462, 475; 헌재 2011.4.28. 2009헌바37, 공보 제175호, 690, 694 등 참조).

한편, 심판대상조항이 2년을 초과하는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을 금지하는 것은 불가분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상반되는 사적 이해를 조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개인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자유 영역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사회적 연관관계에 놓여 있는 경제 활동을 규제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 위헌성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완화된 심사기준이 적용된다(헌재 2009.5.28. 2006헌바86, 판례집 21-1하, 503, 519; 헌재 2010.7.29. 2008헌마581, 판례집 22-2상, 404, 413-414 등 참조).

(2) 계약의 자유 침해 여부

(가) 심판대상조항이 기간제근로자의 경우 2년을 초과하여서는 원칙적으로 다시 기간제근로자로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기간제근로자로 2년을 근무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도록 하여 2년을 초과하는 기간제근로자 사용을 억제함으로써 이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그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그리고 기간제근로자 사용을 2년으로 제한하게 되면 사용자가 동일 근로자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므로, 이는 기간제근로자의 고용불안 해소 및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입법목적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이 된다.

(나) 기간제 근로계약을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전문기술직종 등 사실상 근로자와 사용자가 대등하게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단순노무직과 같은 일반 근로자층은 단기의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당하더라도 이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며, 이 경우 불안정 고용은 증가할 것이고, 정규직과의 격차는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을 제한하여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업 희망자의 고용을 막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이 전반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불러와 고용불안 해소나 근로조건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그러한 입법자의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

기간제법 시행 이후 더 이상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하여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노동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공기업이나 공공부문 또는 금융기관 등을 중심으로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점차 확대되어 일부 고용안정을 이루었으며, 이 제도 시행 이후 기간제근로자의 고용이 불안정해졌다는 유의미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통계청에서 나온 2003년에서 2012년까지의 비정규직 고용동향 분석에 의하면, 전체 임금근로자 중 기간제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낮아져 기간제법 시행 전에는 전체 임금근로자 중 17%대를 유지하던 비율이 시행 이후 14%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가 2010년 4월경부터 2012년 10월경까지 9차례에 걸쳐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패널 조사를 실시하여 분석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기간제근로자로 2년 이상 근무한 경우에는 대부분 안정된 고용을 보장 받는 것으로(약 87.8%. 이 중 무기계약으로 간주되는 경우는 392,000명으로 79.3%, 정규직 전환은 42,000명으로 8.5%) 나타나고 있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유도하여 고용안정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의 시행으로 기간제근로자 최대 사용 기간 2년이 지나면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부담스러워 하여 동일 근로자를 계속 사용하는 대신에 다른 기간제근로자로 대체하거나 아예 외주화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고, 그것이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원이 구 근로기준법 하에서 근로계약기간 약정을 노사가 임의로 정하는 것도 유효하다고 판단한 이래, 기간제근로자 사용이 증가하여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근로조건의 격차도 벌어지게 된 것처럼, 현안이 되는 당장의 실업 상태를 구제하기 위해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 갱신과 같은 임시적 조치를 허용한다면 장기적으로 고용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사용자에게 기간제근로자 사용에 대한 비용부담을 가중시켜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기간제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이루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나, 이해 조정이 필요한 노사 관계에서 일방당사자인 사용자에게만 그 부담을 지우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사적 관계인 노사관계에서 기간제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입법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심판대상조항의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으로 인해 경우에 따라 개별 근로자들에게 일시 실업과 같은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한은 기간제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 유도를 통한 고용불안 해소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것이 기간제근로자들의 계약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이 목적으로 하는 기간제근로자의 무기계약 전환 유도를 통한 고용안정이나 근로조건의 개선은 중요한 공익인 반면, 기간제근로자가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제한받게 되는 계약의 자유는 그것이 수인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그 제한이 중대하다고 볼 수 없다.

(라)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계약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는 볼 수 없다.

 

6.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7.과 같은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7.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우리는 법정의견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들의 계약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1)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에 관한 법정의견에 대하여는 우리도 일단 수긍을 한다. 그러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되어 있다.”(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는 서양속담처럼, 법정의견이 제시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선의(입법목적)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의 입법 이후가 그 이전보다 기간제근로자의 근로계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더 나은 지위를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열악한 지위(지옥)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헌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심판대상조항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서는 기간제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기간제근로자들은 2년이 지난 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는데 실패한다면 실업상태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고용잠재력이 충분하지 않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2년을 근무한 기간제근로자를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므로, 사용자는 그러한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약기간 2년 종료와 함께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고 다른 기간제근로자로 대체하거나 기간제근로자의 일자리를 파견근로자로 대체하거나 또는 기간제근로자가 담당하던 업무 자체를 통째로 외주화(外注化)하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노동부가 2009.8. 발간한 홍보책자 ‘비정규직법 바로 알기’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의 선의(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2년간 기간제근로자로 채용된 이후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일자리를 잃게 하여 고용불안을 심화시킴으로써 기간제근로자의 지위를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2) 기간제근로자는 언제나 해고의 불안에 시달리고 근로조건도 열악하므로 이들의 지위를 개선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① 예컨대, 기간제근로자들을 한꺼번에 무기계약직으로 강제 전환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는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을 원칙적으로 2년으로 하면서 다만 반복 갱신의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하되, 기간제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사용자에게는 사회보험료나 세금의 일부를 감액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점진적으로 무기계약직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계약의 반복적 갱신이 일상화된다는 폐단이 있을 수 있지만, 근로자들이 실업보다는 기간제근로계약을 택하는 경우 적어도 고용안정이라는 입법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② 기간제근로자의 퇴직은 고용보험법상의 실업급여 지급의 원인이 되므로 그 원인 제공자인 사용자에 대해 부담금을 증액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무기계약직 전환 의무비율을 도입하거나, 2년 경과 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지 않을 경우 그 해고 수당을 상당한 정도로 부담시키는 등 해고비용을 포함한 기간제근로자 사용비용을 정규직근로자 사용비용보다 높게 하여 무기계약직 전환을 간접강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③ 나아가 현실을 반영하여 기간제근로자 사용을 현재와 같이 제한하면서도 다만 그 최대 기간을 지금보다 늘려 기간제근로자들이 동일한 일에서 보다 숙련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실제 제18대 국회에서 정부는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을 최대 4년으로 하는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 경우 근로자는 업무경험과 기술을 축적할 수 있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것이며, 사용자 또한 고용의 탄력성을 유지하면서 업무에 능숙한 근로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④ 한편, 상시적 업무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 실효성 담보를 위해 상시적 업무에 기간제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를 무기근로계약으로 의제하면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기간제근로자의 고용안정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담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이러한 제도·방안들을 강구하지 아니한 채 2년을 근무한 기간제근로자들을 해고의 위험에 몰아넣음으로써 기간제근로자의 근로계약 체결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3) 기간제근로자는 심판대상조항이 시행되기 전에는 그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할 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든지 또는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기간제근로계약으로나마 계속 일을 하든지 또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든지 하는 세가지 선택지(選擇肢)가 있었으나, 심판대상조항의 시행으로 말미암아 두 번째 선택지는 노사 양쪽의 의사에도 반하여 사라지게 되었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노사 당사자들의 개별적인 사정이나 사적 자치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근로기간 2년이 지나고 나면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든지, 아니면 그 직장을 떠나라는 양자택일만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기간제로나마 계속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많은 근로자들(변론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비정규직이라도 계속 근무하고 싶다는 근로자들이 한국노총 조사에서는 64%, 민주노총 조사에서는 46%로 나타나고 있다.)로 하여금 그 선택사항마저 제한받은 채 실업이나 해고로 내몰리게 함으로써 그들과 그들의 가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으로 정부가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한 결과 노동시장의 경직화를 초래하였고, 이로 인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일부 근로자들은 강력한 보호를 받지만 대부분의 기간제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박탈당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4) 심판대상조항은 기간제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는 기간제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완전히 박탈함으로써, 이로 인한 기간제근로자의 기본권 제한의 효과는 매우 중대하다. 반면에 심판대상조항이 목적으로 하는 고용불안의 해소나 근로조건 개선에는 별 효과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미미하다. 법정의견이 제시하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의 일부 고용안정 현상이나 비정규직 고용동향분석에 관한 통계라는 것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거나 일시적인 착시(錯視)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은 일부 공기업, 공공부문이나 금융기관 등의 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뿐, 청구인들이 근무하는 직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 변론에서 나타나고 있다(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9년 7월의 조사 결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가 36%, 기간이 종료되어 실직한 근로자가 37%인데, 2011년 1월의 조사 결과 오히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가 32%, 기간이 종료되어 실직한 근로자가 48%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그 입법목적과는 달리 기간제근로자의 근로계약체결의 자유를 수인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고, 이로 인해 달성하는 공익은 그다지 크지도 않다.

(5)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기간제근로자들의 근로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 고용노동부에서도 처음에는 우리가 지적한 바와 같은 취지에서 심판대상조항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재판관 박한철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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