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한 것으로서 취소된 경우 국가배상책임의 성립 요건과 그 판단 기준

[2] 근로자가 당사자가 되어 진행된 민사사건에서 신체장해의 존부가 다투어져 신체감정절차를 거쳐 그러한 장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가 특별한 합리적 근거도 없이 확정판결의 내용에 명백히 배치되는 사실인정을 한 경우 이러한 재결이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관련 민사소송에서 근로자 갑의 후유장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어 최초 재결 당시 그 판정의 근거가 되었던 주요 증거들이 모두 배척되었음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가 확정된 민사판결의 내용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이 이에 명백히 배치되는 사실인정에 기초하여 위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재결을 한 사안에서, 그 재결이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고, 사용자 을에게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의 제기와 응소를 강요함으로써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한 것으로서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곧 당해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그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서 판단하여야 하며, 이는 행정청이 재결의 형식으로 처분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 보험급여에 관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이하 ‘산재심사위원회’라고 한다)의 재심사절차는 민사재판절차와는 별개의 절차로서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판단자료가 되는 것이므로 합리적 근거 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고, 특히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 및 그 청구 목적이 근로복지공단의 처분과 밀접하게 관련된 민사소송에서 확정된 사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당해 근로자가 당사자가 되어 진행된 민사사건에서 신체장해의 존부가 다투어지고 신체감정절차를 거쳐 그러한 장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산재심사위원회가 특별한 합리적 근거도 없이 객관적으로 확정판결의 내용에 명백히 배치되는 사실인정을 하였다면 이러한 재결은 전문적 판단의 영역에서 행정청에게 허용되는 재량을 넘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3] 관련 민사소송에서 근로자 갑의 후유장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어 최초 재결 당시 그 판정의 근거가 되었던 주요 증거들이 모두 배척되었음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가 확정된 민사판결의 내용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없이 이에 명백히 배치되는 사실인정에 기초하여 위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재결을 한 사안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는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재결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경우로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고, 사용자 을에게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의 제기와 응소를 강요함으로써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가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 대법원 2011.01.27. 선고 2008다30703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대한민국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08.4.8. 선고 2007나3380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어떠한 행정처분이 후에 항고소송에서 위법한 것으로서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곧 당해 행정처분이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행정처분의 담당공무원이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그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되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도 살펴서 판단하여야 하며(대법원 2000.5.12. 선고 99다70600 판결 등 참조), 이는 행정청이 재결의 형식으로 처분을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한편, 보험급여에 관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이하 ‘산재심사위원회’라고 한다)의 재심사절차는 민사재판절차와는 별개의 절차로서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판단자료가 되는 것이므로 합리적 근거없이 이를 배척할 수 없고, 특히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 및 그 청구 목적이 근로복지공단의 처분과 밀접하게 관련된 민사소송에서 확정된 사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09.9.24. 선고 2008다92312, 2008다9232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당해 근로자가 당사자가 되어 진행된 민사사건에서 신체장해의 존부가 다투어지고 신체감정절차를 거쳐 그러한 장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산재심사위원회가 특별한 합리적 근거도 없이 객관적으로 확정판결의 내용에 명백히 배치되는 사실인정을 하였다면 이러한 재결은 전문적 판단의 영역에서 행정청에게 허용되는 재량을 넘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하겠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의 피용자인 소외인이 1997.4.25. 작업도중 전기톱날에 왼손 손가락에 다발성 심부열창 및 피부결손의 상해를 입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당한 사실, 그 후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급여 지급결정(장해등급 10급 8호)에 불복한 소외인의 재심사청구에 따라 산재심사위원회는 1999.4.29. ‘한 손의 5개의 손가락 또는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을 포함하여 4개의 손가락을 제대로 못쓰게 된 사람’인 장해등급 7급 7호로 재결(이하 ‘1999.4.29.자 재결’이라 한다)을 한 사실, 소외인은 이와 별도로 원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법원으로부터 후유장해가 있음을 전제로 일부 승소의 판결을 선고받았으나 그 항소심법원은 서울대학교병원장 등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등 추가 증거조사를 거쳐 2002.9.27.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소외인의 입원치료기간 중의 일실수입과 위자료만 인정하고 그 후유장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쌍방은 위 항소심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2003.1.27. 상고가 모두 기각된 사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2003.2.13. 원고 및 소외인에 대하여 ‘ 소외인의 왼쪽 손가락에 신체장해가 없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소외인에 대한 장해급여 지급결정을 취소하고 기지급 장해급여를 부당이득금으로 징수하며 원고에 대한 보험급여 징수결정도 취소한다’는 처분을 통보한 사실, 그런데 소외인이 이에 불복하여 산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자, 산재심사위원회는 2003.11.25. ‘ 소외인에게 당초부터 장해가 없다고 보기 어렵고, 산재심사위원회의 위 1999.4.29.자 재결 당시 사실관계 및 의학적 소견을 근거로 정당한 절차와 방법으로 소외인의 장해등급을 7급 7호로 재결하였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은 위 재결에 기속된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의 위 2003.2.13.자 처분을 취소하는 재결(이하 ‘이 사건 재결’이라 한다)을 한 사실, 원고는 다시 산재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2003.11.25.자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05.1.20. 제1심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이후 산재심사위원회의 항소는 기각되었으며, 항소심에서 산재심사위원회를 위하여 보조참가한 소외인의 상고도 2006.4.14. 기각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재결 당시 이미 관련 민사소송에서 소외인의 후유장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어 최초 재결 당시 그 판정의 근거가 되었던 주요 증거들이 모두 배척된 이상, 산재심사위원회로서는 위 확정된 민사판결의 내용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자료가 제출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후유장해를 인정하여서는 안 될 것임에도 그러한 사정없이 이에 명백히 배치되는 사실인정에 기초하여 위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른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재결을 하였는바,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관한 업무를 처리하는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하여 볼 때 이는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하여 그 재결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경우로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할 것이고, 원고는 이 사건 재결로 인하여 다시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의 제기와 응소를 강요당함으로써 승소하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심의 판단은 그 이유 설시에 다소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결에 국가배상책임의 과실 또는 위법성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는 피고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승태(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양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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