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전선 제조업체에서 전선의 피복을 탈피하는 작업 등을 하던 근로자에게 발생한 경피증이 업무수행 중 실리카와 PVC에 노출되어 발병한 것이거나 적어도 그것이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8.07.24. 선고 2006두9771 판결[산업재해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6.5.10. 선고 2005누1278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4.11. 법률 제837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제1호에서 말하는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가 업무 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상당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입증의 방법 및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7.2.28. 선고 96누14883 판결, 대법원 2004.4.9. 선고 2003두1253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는 2000.3.2.부터 절연전선 제조업체인 이 사건 사업장에서 생산직 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토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근무하여 온 사실, 위 사업장에서의 공정은 전선의 피복을 탈피하는 작업, 탈피된 동선 끝에 납물을 입히는 작업, PVC 분말을 이용한 사출성형 및 파워코드 제조작업 등으로 구성되고, 원고는 그 중 전선피복 탈피작업과 납작업을 담당하였으며, 원고가 하루에 일한 전선의 분량은 수천 개에 달한 사실, 이 사건 사업장은 4명 정도가 근무할 수 있는 협소한 사업장이었고 위 작업들이 모두 그 공간에서 이루어졌는데, 작업으로 발생하는 분진 등의 배출은 선풍기를 이용하거나 문을 열어놓아 자연 배출되게 할 뿐이었으며, 2002년 4월경에야 비로소 환풍기가 설치되고 마스크가 지급되었으나 원고 등 근로자들은 이를 제대로 착용하지 아니하였던 사실, 원고 등이 작업장에서 전선탈피작업을 하면 그 전선피복 속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활석분말이 나와 작업복에 묻을 정도이었는데, 그 활석분말 속에는 실리카(Silica) 성분이 60% 정도 함유되어 있었고 그 중 이 사건 상병인 경피증의 원인이 되는 결정형 실리카의 함량은 2.1% 이하인 사실,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한지 2년 6개월 정도 지난 2002년 9월경부터 몸이 붓고 피부가 가려우며 얼굴에 붉은 뾰루지가 생기고 피부색이 검게 되는 증세가 발생하여 2003.3.6. 순천향대학병원 부천병원에서 이 사건 상병인 경피증으로 진단된 사실, 경피증은 피부에 섬유질이 침착하여 피부가 두꺼워지는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으로서, 어린 시기나 젊은 남자에게는 흔하지 않고 30~40대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높은데, 유발원인 중 자가면역기전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관련되어 있고, 환경적 요인으로는 실리카와 PVC가 호흡기를 통하여 체내에 축적되어 발생하는 사실, 실리카에 의한 경피증은 흡수된 실리카의 양과 모양, 크기 등에 의해 좌우되나, 특히 실리카가 인체에 흡수되는 개인적 성향이 가장 주요한 원인인 사실, 실리카 등 유해물질에 어느 정도의 기간이나 양에 노출되었을 때 경피증이 발생하는지에 대하여는 10년~20년(4년~45년이라고 보는 곳도 있다) 이상으로 보고된 예가 있으나 현재까지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는 사실, 원고는 1965.2.15.생의 여자(발병 당시 38세)로서 이 사건 사업장에 근무하기 전에는 특별한 질병이 없었고, 흡연과 음주 전력도 없으며 평소 피부 알레르기나 습진 등의 질환도 없었던 사실, 원고와 함께 근무하던 다른 근로자들도 원고만큼 정도가 심하지는 않으나 얼굴이나 머리에 피부질환이 발생한 예가 있었던 사실 등을 알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비록 이 사건 경피증이 발병하기까지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한 기간은 약 3년 정도에 불과하여 의학계에 보고된 다른 사례에 비하면 그 기간이 비교적 짧다고 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사례는 실리카에 의한 경피증 발병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의학계에 보고된 하나의 사례일 뿐, 아직까지 경피증의 발병과 관련하여 실리카에 대한 노출량이나 노출기간, 잠복기 등에 관하여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사례만으로 이 사건 경피증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실리카로 인한 경피증의 발병은 실리카 등이 호흡기를 통하여 체내에 축적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고 실리카가 인체에 흡수되는 개인적 성향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인데, 원고의 근무내용과 작업환경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경우에는 작업 도중 적지 않은 양의 실리카와 PVC가 호흡기를 통해 더욱 쉽게 체내에 축적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이 사건 경피증은 원고와 같은 30-40대 여성에게서 특히, 발병률이 높은 특징이 있으며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이 사건 경피증과 같은 피부질환을 포함한 별다른 질병이 없었고, 또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 외에는 경피증을 유발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었으며, 그 외 원고와 함께 근무하였던 다른 근로자들도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피부질환이 있었던 점 등까지 함께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경피증은 원고가 업무 수행 중 실리카와 PVC에 노출되어 발병한 것이거나 적어도 그것이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경피증은 원고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경피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되지 않는다고 하여, 같은 이유로 원고의 요양신청을 불승인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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