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재해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2]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소홀이 다른 사유와 경합하여 재해가 발생한 경우,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한정 적극)

[3]업무시간 중의 사적인 과도한 음주가 주된 원인이 되어 사고가 발생하였고,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소홀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4]아파트단지 전기시설 관리자가 음주 상태에서 오수처리장에 순찰·점검차 들어갔다가 추락사한 경우,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6.09.22. 선고 2006두8341 판결[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6.4.26. 선고 2005누96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은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할 것이나, 그것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재해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라도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에 의거하여 경험법칙상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추론에 의하여 업무기인성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또한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소홀로 인하여 재해가 발생하거나 또는 그와 같은 시설의 결함이나 관리소홀이 다른 사유와 경합하여 재해가 발생한 때에는 피재근로자의 자해행위 등으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1.26. 선고 98두10103 판결 등 참조).

 

한편, 업무수행중 사고를 당한 근로자가 사고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고로 인한 사상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나(대법원 2001.7.27. 선고 2000두5562 판결 등 참조), 당해 근로자가 업무시간 중에 업무와 관계없이 사적으로 과도한 음주를 하였고, 그 음주가 주된 원인이 되어 당해 업무수행에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의 범위를 벗어난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또 당해 업무와 관련하여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소홀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3.11.28. 선고 2003두1036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의 남편인 망 (이름 생략)(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사망 경위와 원인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고, 다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기전실 전기주임으로 근무하던 망인이 근무시간 중에 술을 마신 뒤 행방불명되었다가 열흘 후 위 아파트의 실내 오수처리장 폭기조(정화조 내부에 공기를 불어넣어 정화작용을 하도록 하는 장치)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간접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제반 정황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이 술을 마신 뒤 원래의 일과에 따라 오수처리장 등을 순찰·점검할 시간이 되자, 그 전에 동료직원으로부터 주의를 받고도 계속 자리를 옮기면서까지 몰래 음주한 사실 때문에 그 동료직원에게 함께 순찰·점검을 하자고 하지 못한 채 일단 혼자 들어가 점검을 한다는 생각으로 오수처리장에 들어갔는데, 아직 입사 후 며칠 지나지 않은 관계로 그곳 내부구조에 익숙지 아니한 데다가 술기운으로 인하여 좁고 가파른 계단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던 중 난간을 넘거나 난간기둥 사이로 폭기조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고, 나아가 위와 같은 사고는 사용자의 지배·관리가 미치는 근무시간 중 근무장소 내에서 업무종사행위를 하다가 발생하였거나 사업주의 시설·직원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등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아파트단지 내 변전실 등 공동전기시설을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그 근무형태는 격일제로서 07:30경 출근하여 다음날 07:30까지 24시간 근무한 뒤 하루 쉬게 되며, 전기담당 1명과 설비담당 1명이 2인 1조로 근무한 사실, 이 사건 사고일은 망인의 입사 후 불과 3번째 근무일이었던 사실, 그 날 오후 망인은 자신의 종전 직장동료 소외 1을 불러 14:30경부터 관리사무소에서 함께 소주 1병 반 가량을 마셨고, 이를 본 동료직원(망인과 같은 근무조의 설비담당 직원) 소외 2로부터 술을 마시지 말라는 주의를 받게 되자 16:00경 소외 1과 함께 관리사무소를 나와서는 다시 오수처리장이 있는 건물 내의 기전실로 가서 소주 3병 가량을 나누어 마셨으며, 18:30경 소외 1을 버스정류장까지 배웅하고 난 뒤 행방불명이 된 사실, 위 오수처리장의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 폭 약 60cm, 경사도 45°, 길이 3m의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정화조 등 시설이 있으며, 계단 및 정화조 개구부 둘레에는 높이가 90 내지 110cm, 기둥간격이 50cm 정도인 철제 난간이 설치되어 있는데 그 난간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사실, 망인이 발견된 폭기조는 그곳에 있는 정화조의 하나로서 가로 3m, 세로 18.5m, 수면의 깊이가 4m 정도 되고, 계단은 폭기조의 바로 위에 설치되어 있으므로 계단에서 추락할 경우 바로 폭기조로 빠지게 되는 사실, 망인의 신장은 167cm 정도인 사실 등이 인정된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망인은 작업시간 중에 동료직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적으로 음주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음주량이 과다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중대한 지장이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 할 것이고(망인의 실제 음주량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두 사람이 소주 4병 반을 나누어 마셨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중 절반 정도는 망인이 마셨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나아가 그 정도의 음주량이라면 판단능력이나 몸의 움직임이 정상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오수처리장의 계단 및 정화조 둘레에 설치된 철제 난간은 통상적으로 오수처리장 내부를 순찰·점검하는 자의 추락을 방지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것으로서, 그 계단이 좁고 가파르며 망인이 오수처리장의 내부구조에 익숙지 않다는 사정까지 감안하더라도, 만약 망인이 과다한 음주를 한 상태만 아니었다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정도의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별론으로 하고 난간을 넘거나 난간기둥 사이로 추락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오수처리장에 대한 순찰·점검업무를 계속적으로 담당하는 직원에게 개인적인 열쇠 소지를 허락한 것에 사업주의 어떠한 관리·감독소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작업장에 필요한 안전시설을 설치함에 있어 근로자가 작업시간 중 과다한 음주를 하고 그곳에 들어갈 것까지 예상하여 그와 같이 거동이 부자연스러운 사람까지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을 갖추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설령 망인이 순찰·점검업무를 수행할 생각으로 오수처리장에 들어갔다가 추락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고는 망인의 업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망인의 사적이고 과다한 음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 할 것이고, 또 사업주가 관리하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소홀로 인하여 발생하거나 그러한 시설의 결함 등이 망인의 음주와 경합하여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그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라고 본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반하거나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황식(재판장) 김영란 이홍훈 안대희(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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