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파산선고를 받아 사업의 폐지를 위하여 그 청산과정에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에 정리해고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이 적용 여부 및 파산관재인의 근로계약 해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의 여부

 

◆ 대법원 2004.02.27. 선고 2003두902 판결[부당해고등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선정당사자), 상고인 / 박○모

♣ 피고, 피상고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파산자 ○○건설산업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권○중의 소송수계인 외 1인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2.12.11. 선고 2002누1060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제1점에 대하여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제도는 근로자가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는 구체적 사실에 대하여 그것이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하고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 적절한 구제방법을 결정, 명령하는 제도로서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되는 구체적 사실이 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재심판정 취소소송의 소송물은 재심판정 자체의 위법성이라 할 것이며(대법원 1997.6.13. 선고 96누15718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33조제2항,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4조제1항에 의하면,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정한 때에는 사용자에게 그에 따른 구제명령을 발하여야 하고, 이때 노동위원회가 발하는 구제명령은 사용자에게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가 있기 이전의 원래의 상태로 근로자의 지위를 회복시킬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시키는 행정처분이라 할 것인데,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고 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아무런 구제명령을 발하지 않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근로관계에 아무런 변동을 가져오지 않아 결국 이는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취지의 재심판정에 해당하여 이러한 재심판정에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4조제1항에 위배되는 잘못이 있다 할 것이나, 단지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재심판정이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할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근로자가 위와 같은 재심판정의 잘못을 들어 소로서 취소를 구하는 경우에도 법원으로서는 궁극적으로 근로자가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는 구체적 사실에 대하여 그것이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심리하여 구제신청을 기각한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하면서도 필요한 구제명령을 발하지 아니한 것은 잘못이라 하면서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이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 한다)와 선정자들에 대하여 한 해고가 부당해고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원고와 선정자들이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한 다음, 나아가 참가인의 해고가 부당해고 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리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이 사건 재심판정취소소송의 소송물인 재심판정의 위법성 및 구제신청권의 존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나,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제2, 4점에 대하여

 

기업이 파산선고를 받아 사업의 폐지를 위하여 그 청산과정에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위장폐업이 아닌 한 기업경영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서 파산관재인이 파산선고로 인하여 파산자 회사가 해산한 후에 사업의 폐지를 위하여 행하는 해고는 정리해고가 아니라 통상해고에 해당하는 것이어서(대법원 2003.4.25. 선고 2003다7005 판결 참조), 정리해고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또한 파산관재인의 근로계약 해지는 해고만을 목적으로 한 위장파산이나 노동조합의 단결권 등을 방해하기 위한 위장폐업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파산법 제50조는 파산관재인에게 쌍무계약에 대한 계약해제권을 인정하고 있고, 민법 제633조는 사용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는 파산관재인은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고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이때 계약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파산관재인에게 광범위한 근로계약의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는바, 이는 근로계약관계가 기업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것임에 반하여 파산은 사업의 폐지와 청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파산이 선고된 경우 파산관재인은 재산관리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한도 내에서 파산자와 제3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청산하여야 할 직무상의 권한과 의무를 갖고 또 파산재단을 충실하게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등 파산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청산이고 파산관재인이 그 직무수행의 일환으로 행하는 근로계약의 해지는 근로관계가 계속되는 기업에서 행하여지는 해고와는 그 본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파산관재인에 의한 근로계약해지는 파산선고의 존재 자체가 정당한 해고사유가 되는 것이므로 결국 근로기준법 소정의 부당해고에 관한 규정은 그 적용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부당노동행위제도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반하여 파산은 경영주체가 상실되어 단결권 등이 기능 하여야 할 노사간 힘의 불균형상태가 존재하지 아니하게 된 점, 파산관재인은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조정하여야 할 일반적인 강제집행기관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파산제도는, 불이익취급을 방지하여 단결권 등을 보장하려는 부당노동행위제도와는 그 본질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결국 파산관재인에 의한 근로계약의 해지에는 부당노동행위 또한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파산기업이 파산선고를 받은 후 모든 사업을 즉시 폐지하지 아니하고 파산재단의 충실을 기하기 위하여 기존의 영업을 일부 계속하면서 사업장의 일부를 그대로 존치함에 따라 근로자를 계속하여 보조인으로 사용하는 경우, 파산기업이 기존의 사업장을 유지하는 것은 파산재단을 충실하게 하기 위한 잠정적인 조치이며 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사업장은 점차 축소되어 마침내는 전부 소멸하게 될 것이라는 점, 사업장이 축소됨에 따라 그때 그때 수시로 정리해고를 할 경우 그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둘러싼 분쟁으로 인하여 파산절차의 신속한 진행이 어려워지고 임금채권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등으로 인하여 종국적으로는 파산재단의 건전성이 해쳐질 염려가 있는 점, 현행 파산 관계법이 파산법 제50조와 민법 제633조 이외에 일정한 경우 정리해고의 기준을 적용하여 근로계약을 해지하여야 한다는 예외적인 조항을 두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파산법인이 청산절차와 병행하여 기존의 사업을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파산관재인에게 근로관계의 해지에 관한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여 탄력적으로 근로관계를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파산절차의 신속과 파산재단의 충실을 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근로기준법 제31조 소정의 정리해고에 관한 규정의 적용도 배제된다고 판단한 다음, 참가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회사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자 즉시 근로자들과의 고용관계를 청산하면서 원고와 선정자들을 포함한 32명의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즉시해고를,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하여는 해고예고 절차를 거쳐 해고한 후 별도로 1,804명의 신청자들 중에서 1,680명을 선별하여 기간 1년으로 정한 보조인임용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는 실질적으로는 파산기업 소속 근로자 전원에 대한 근로계약을 해지하였다가 그 중 일부를 선별하여 파산관재인의 계약직 보조인으로 고용한 것과 다름없어서, 이는 기업의 청산을 위한 파산절차의 신속한 진행과 파산재단의 충실이라는 파산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파산관재인이 직무수행의 일환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과 재량의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행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근로계약의 해지가 부당해고나 부당노동행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재심판정이 원고와 선정자들에 대한 즉시해고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고 인정한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원고와 선정자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 제31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82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나 이유불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제3점에 대하여

 

참가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회사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자 근로자 전원에 대한 근로계약을 해지하였다가 원고와 선정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 중 일부를 선별하여 파산관재인의 계약직 보조인으로 고용한 것은 기업의 청산을 위한 파산절차의 신속한 진행과 파산재단의 충실이라는 파산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파산관재인이 직무수행의 일환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과 재량의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행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와 같이 참가인이 파산관재인으로서 원고와 선정자들에 대하여 한 해고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며, 원심이 이 사건 해고는 참가인이 직무수행의 일환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과 재량의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행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한 판단 속에는 이 사건 해고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원고와 선정자들의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금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유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강신욱(재판장) 변재승(주심) 윤재식 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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