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전직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채권자의 디스플레이 제작기술은 보호가치 있는 기술로서, 채무자는 전직금지가 필요한 지위 및 업무에 종사하였고, 서약서에 따라 전직금지약정금 명목으로 1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기도 한 이상 전직금지의 필요성 및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전직금지가처분신청을 인용한 사례]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 2018.07.03. 2018카합10106 결정 [전직금지가처분]

채권자 / A 주식회사

채무자 /

 

<주 문>

1. 채무자는 2019.8.15.까지,

. 별지 1. 목록 기재 각 회사 및 그 영업소, 지점, 연구소, 사업장 또는 그 계열사에 고용되어 근무하거나,

. 자문제공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각 회사가 수행하는 유기발광 다이오드 방식 디스플레이(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의 연구, 개발 업무에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채무자가 제1항 기재 명령을 위반한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위반행위 1일당 10,000,000원씩을 지급하라.

3. 채권자의 나머지 신청을 기각한다.

4. 소송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한다.

 

<신청취지>

간접강제로 위반행위 1일당 2,000만 원씩을 구하는 외에는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록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 채권자는 디스플레이 및 관련 제품의 제조,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채무자는 2010.5.1. 채권자의 전신인 A에 입사한 후 플렉서블(Flexible) 유기발광 다이오드(Organic Light Emitting Diode, 이하 ‘OLED’라고 한다) 양산을 위한 전제기술인 PI(Polyimide) 기판(이하 ‘PI 기판이라고 한다) 개발업무를 포함한 모바일향 OLED 개발업무에 종사하였고, 2017.3.16.부터 OLED 에서 근무하다가 2017.8.15.자로 퇴사하였다.

. 채무자는 2017.6.22. 채권자에게 방폭관련업체 취업, 해양플랜트 쪽 업무전향을 이유로 퇴직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2017.6.29. 채권자에게 B라는 선박회사에 취업하였다고 주장하며 채용 통지서(입사일시가 2017.8.16. 로 기재되어 있다)를 제출하였는데, B2017.4.1.자로 개업하였고, 2018.1.26.자로 폐업하였다.

. 채무자는 2017.8.15. 채권자에게 영업비밀 등의 보호서약서(이하 이 사건 서약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표 생략>

. 채권자는 2017.8.21. 채무자에게 전직금지약정금 명목으로 75,280,000(채무자 의 1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을 지급하였다.

. 채무자는 2017.10.18. 중화인민공화국 청두시 외국인 전문가국에서 외국인근무 허가증을 발급받아 그 무렵 중화인민공화국 청두시로 입국한 후 위 장소에서 거주하고 있다.

 

2. 채무자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채무자는 이 사건 신청이 국제재판으로서 그에 대한 민사재판권이 국내법원에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채권자는 국내법인이고 채무자는 국내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내국인이므로 채권자와 채무자의 분쟁에 관한 이 사건 신청에 관하여 이 법원에 재판권이 있음은 명백하고, 채무자가 중국에 거소를 두고 근무를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신청이 중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야 하는 국제재판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채무자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 피보전권리

1)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전직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10.17. 20131434 결정 등 참조).

2)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서약서에 의한 전직금지의무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거나 약정한 전직금지기간이 과도하게 장기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채무자는 이 사건 서약서에 기하여 퇴직일인 2017.8.15.부터 2년간 채권자의 경쟁업체인 별지 1. 목록 기재 각 회사 및 그 영업소, 지점, 연구소, 사업장 또는 그 계열사에 고용되어 근무하거나, 자문제공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회사가 수행하는 OLED 방식 디스플레이의 연구, 개발 업무에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

) 채권자에게 보호할 만한 이익이 인정되는지 여부

채권자는 20174분기 기준으로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점, 채권자가 보유하고 있는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 제작기술은 채권자가 상당 기간 노력을 들여 개발한 것들로서 외부에서 취득하기 어려운 정보인 반면, 이러한 정보가 경쟁업체에 유출되었을 경우 경쟁업체는 채권자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생략하고 기술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이익을 얻게 되어 채권자에게 상당한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점,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 중 채권자가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플렉서블 OLED의 경우, 유기물 형광체의 산화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은 밀폐도 및 얇은 두께를 유지하는 무색투명한 PI 판을 낮은 불량률로 양산하는 기술이 핵심기술인 점 등을 종합하면, PI 기판 양산기술을 포함한 채권자의 모바일향 OLED 방식 디스플레이 제작기술은 채권자의 보호가치 있는 이익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 채무자가 전직금지가 필요한 지위 및 업무에 종사하였는지 여부

채무자는 이 사건 서약서에서 별지2. 별첨1.과 같은 업무에 종사하였음을 인정하였는바, 이에 의하면, 채무자는 2010.5.경부터 2015.9.경까지 PI 기판 개발업무를 담당 하는 채권자 회사의 개발그룹에 소속되어 CL3(Senior Engineer) 지위에서 PI 기판 두께 저감공정개발, PI Curing(PI 분말을 용매에 용해시켜 용액상태로 제조한 후 이를 유리 기판 위에 얇은 두께로 도포하여 수시간 동안 가열함으로써 PI 막을 형성하는 공정) 시간 단축공정개발, 고내열 PI 공정 개발, PI 공정 셋업 및 표준화 진행 등의 업무에 종사하였다.

따라서 채무자가 PI 기판과 관련된 ○○○○팀에서 장기간 근무한 점에 비추어 채무자는 채권자의 보호가치 있는 이익에 해당하는 PI 기판 양산기술에 관한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지위 및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 전직금지의무에 대한 대가의 지급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채권자는 2017.8.21. 이 사건 약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채무자에게 전직금지약정금 명목으로 75,280,000(채무자의 1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을 지급하였다.

) 채무자의 퇴직 경위 및 그 밖의 사정

채무자는 채권자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 대부분이 50세 이전에 해고되거나 희망퇴직은 받는 등으로 사실상 해고되고 있었으므로 퇴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나, 채무자는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으로 퇴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바, 달리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부당하게 퇴직을 강요하는 등 채무자의 퇴직에 관하여 책임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 전직금지의무기간의 적정성

채무자가 부담하는 전직금지의무는 손해배상이나 위반결과의 제거 등 사후적인 구제 수단만으로는 채권자에게 충분한 손해의 전보가 불가능한 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채무자는 퇴직 전 약 5년 동안 PI 기판 양산기술의 개발업무를 직접 경험한 근로자로서 채권자의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인 PI 기판 양산기술에 관한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채무자의 1년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을 전직금지의무의 대가로 제공한 점, 이 사건 결정일 기준으로 채무자에게 남은 전직금지기간은 11개월 정도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서약서에서 정한 2년의 전직금지기간이 채무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 보전의 필요성

1) 채무자는 2017.9.12. LCD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업체인 C 유한공사(Chengdu COE Technology, 이하 ‘COE’라고 한다)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7.10.18. 부터 청두에 소재한 위 회사에서 유리기판 시제품의 불량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 이 사건 서약서의 내용에 따른 전직금지 대상에 취업하지 않았으므로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BOE(별지1. 목록 기재 각 회사들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기업집단을 의미한다, 이하 ‘BOE’라고 한다)는 중국 최대 국영 디스플레이 생산업체로 2016년경부터 채권자 회사에서 근무한 기술자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채용을 하려고 시도하여온 점, COE는 청두 BOE와 약 650m 거리에 위치한 회사로서 청두 BOE에 유리기판을 납품하는 협력회사인바 청두 BOE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점, COE와 청두 BOE의 대주주인 투자자가 동일한 점, 채무자가 외국인 취업허가를 위하여 중국정부에 제출한 건강상태 증명서류에 기재된 전화번호(*********)BOE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전화번호인 점, 채무자는 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신청에 따라 이 법원에 급여 입금내역을 제출하였는데, 위 내역에 의하면, 채무자가 중국에서 근무하며 2017.10.13.부터 2018.5.22.까지 자신의 계좌로 급여 명목으로 받은 금액은 한국 돈 1억 원에 이르는바, 이는 채무자가 채권자 회사에서 받은 급여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점, 채무자가 위와 같이 제출한 급여 입금내역에는 급여를 지급한 회사가 어디인지 명확히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채무자가 실제로는 BOE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PI 기판 양산기술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면서 이 사건 서약서에 따른 전직금지의무 위반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BOE와 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COE와의 사이에 고용계약을 체결한 듯한 외관을 형성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2) 또한 채무자는 PI 기판 양산기술이 이미 3년 전에 완성된 것으로서 이미 다른 회사들에게도 알려져 기술적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채권자와 채무자는 이 사건 서약서에서 PI 양상공정조건 및 PI Film 물성 및 특성최적화가 채권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함을 서로 확인한 점, 채권자 회사의 PI 기판 기술개발은 2018년까지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 비추어 채무자의 위 주장은 믿기 어렵고, 달리 채권자가 보유하고 있는 PI 기판 양산기술이 다른 경쟁업체들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서 기술적 가치가 없다는 사정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4. 간접강제신청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채무자가 주문 제1항 기재 가처분 명령을 위반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간접강제 결정도 함께 하기로 하되, 간접강제금의 액수는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의 위반 가능성 및 그로 인하여 채권자가 입게 될 피해의 정도, 이 사건 가처분 결정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위반일수 1일당 10,000,000원씩으로 정한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김재영(재판장) 이승훈 곽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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